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실비아 Sep 02. 2024

길이 끊겼다 | Bow Peak

캐나다 록키 하이킹 - 2권

캐나다 밴프와 자스퍼 국립공원의 별 다섯 개 하이킹 트레일 대부분을 이미 섭렵한 우리에게 도전 정신을 불러일으키는 트레일이 있었으니 Bow Peak였다. 이곳은 캐나다 국립공원에서 관리하지 않는 비공식(unofficial) 트레일이다. Bow Lake 남쪽 Crawford Glacier Viewpoint에서 0.9km 레이크 루이스 쪽으로 차를 몰아 조그만 paved space에 차를 세우고, 93번 하이웨이를 따라 230걸음 (하이킹 책에 의하면) 남쪽으로 걷다 보면 숲 속으로 난 희미한 등산로 입구를 발견할 수 있는, 입구부터 찾기 어려운 곳이었다.   
 
하이킹 책을 들고 다니는 건 무거워서 이 트레일이 소개된 페이지를 한 장 쭉 찢어서 호주머니에 넣고 캠핑장을 출발했다. 사실 과연 이런 곳에 우리가 갈까 싶어 책의 설명을 끝까지 주의 깊게 읽지 않았다. 그래서 신발을 벗고 강을 건너야 하는 것도 희미한 트레일이 강가에서 끊겨 알게 되었다. 등산화를 가방에 묶고 무릎에서 허벅지까지 오는 깊이의 강물을 건너야만 했다. 물이 차가운 건 둘째치고 바닥의 돌들을 밟을 때마다 느껴지는 고통이 더 힘들었다. 산행하는 5-6시간 내내 딱 두 명과 마주쳤다. 그 사람들은 이곳에 전에 와본 적이 있는지 배낭옆에 쪼리가 꽂혀 있었다. 역시 경험이 지혜였다.  


아들친구까지 포함한 우리 네 명은 간신히 강을 건넜다. 그리고 희미하게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갔다. 국립공원에서 관리하지 않는 비공식 트레일이기 때문에 나무들이 등산로에 쓰러져 있고 온갖 잡목들이 무성해서 꼭 곰이 나올 것만 같았다. 우리 네 명은 열심히 소리도 지르고, 박수도 치고, 또 호루라기도 불어가며 험한 길을 오르고 올랐다. 그리고 힘들게 오른 그곳. 역시 별 다섯 개 코스 그 자체였다.


충분한 사전 정보 없이 힘들게 다녀온 트레일, 아름다웠지만 위험할 수 있었던 하이킹이었다. 트레일에 대한 사전조사를 하지 않아 무식했고 겁이 없었고 그래서 용감했다. 트레일 정보를 미리 보고 갔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곳, 일반 등산객에겐 절대 추천하고 싶지 않은 곳이지만 모험을 즐기는 사람들에겐 꼭 3-4명 그룹을 지어 가라고 권하고 싶다. 아들 친구는 여행 후기를 한마디로 요약했다. "인디애나 존스 영화" 같았단다.


힘든 경험은 잘 잊히지 않는다. 8년 전 그때 강을 건너며 한걸음 한걸음 느꼈던 발바닥의 고통과 함께 바로 옆에서 곰이 튀어나올 것 같은 두려움은 내 기억의 냉장고 속에 신선하게 보관되어 있다.   


   

우와 우와, AI가 등산객들의 리뷰를 토대로 작성해 놓은 리뷰 요약본이다.


보우레이크는 물이 깊고 보우리버는 물살이 세지만 딱 그 경계 지점인 이곳이 바로 Bow Peak으로 향하는 길목이다. 


어려운 길도 친구와 함께라면 즐겁다. 힘든 산행이지만 아들과 아들 친구는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다. 인생도 하이킹도 마음 맞는 동반자가 함께라면 힘이 난다.


저 멀리 보이는 건 보우 레이크. 사진 찍는 자리 오른편에 또 하나의 호수가 있다.


계속 이어지는 오르막에 한숨 돌리며 점심을 먹는 동안 우리 옆에 요 호수가 있는 줄도 몰랐었다. 저 멀리 내가 두 번이나 다녀온 Cirque Peak가 보인다.


Bow Lake


저 멀리 보이는 Dolomite peak와 Cirque peak


한여름에 보는 눈을 스틱으로 콕콕 찔러보는 아이들


Date: 2016년 7월 말

Length: 왕복 12.1km

Elevation gain: 994m

AllTrails 링크: https://www.alltrails.com/trail/canada/alberta/bow-peak-trail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