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의 눈이 내린 겨울

by 실비아

지난 연말, 이곳 겨울왕국은 눈 내린 아름다운 화이트 크리스마스였다.


문제는 눈의 양이었다.


하루에 30센티가 넘는 눈이 쏟아지기도 했고, 지난 30년 에드먼턴 12월 평균 강설량의 416%에 달하는 눈이 내렸다. 기록적인 폭설로 에드먼턴 시내 곳곳과 하이웨이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졌다. 에드먼턴과 캘거리를 잇는 2번 하이웨이는 한때 전면 통제되었고, 제설 중장비들은 하이웨이와 도시의 주요 도로를 치우는 것만으로도 역부족이었다. 동네로 들어오는 버스 노선의 눈이 정리되기까지도 며칠이 걸렸고, 버스가 다니지 않는 동네 안쪽 도로는 그야말로 손을 놓은 상태였다.


동네 곳곳에서는 눈에 빠진 차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사륜구동 차량이라 해도 차체가 낮으면 집 밖으로 차를 끌고 나오는 일 자체가 위험했다. 기온은 영하 20도에서 30도까지 떨어졌고, 눈이 치워진 길은 얼어 미끄러웠으며, 치워지지 않은 길은 바닥에 쌓인 눈이 차체를 긁어 운전이 쉽지 않았다.


새해가 되어 기온이 조금 오르자 상황은 또 달라졌다. 눈은 슬러시로 변했고, 차들은 그 진흙 같은 눈 속에 빠지기 일쑤였다. 낮에 녹은 눈은 밤이 되면 다시 얼어붙어, 도로는 아이스링크처럼 변했다.


며칠 전, 골프를 다녀오는 길이었다. 동네 안에서 시속 30킬로 정도로 천천히 운전하고 있었지만, 얼어붙은 구간을 지나는 순간 차가 미끄러지며 춤을 췄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심장이 철렁 내려 앉았다.


기록적인 폭설과 오르락내리락 변화무쌍한 온도 앞에서, 이곳 겨울왕국의 주민들은 에드먼턴시의 제설 작업에 불만을 쏟아낸다. 하지만 불평을 늘어놓으면서도 우리는 알고 있다. 이 겨울은 누군가의 잘못이라기보다, 그저 함께 버텨내야 하는 계절이라는 것을.


416%라는 통계는 뉴스 속 이야기지만, 핸들 너머에서 느낀 공포는 분명 나의 현실이었다.


그래서 이곳의 겨울은 늘 조심스럽고, 늘 긴장 속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아침저녁으로 운행되는 남편의 출퇴근 셔틀,

우리 동네 스노우 앤젤, 앤디의 존재,

그리고 저녁마다 자연스레 내려가게 되는 우리 집 지하실은

이 긴 겨울을 견디게 해 준다.


눈 쌓인 우리 집, 평화로워 보이지만 양쪽에 높게 쌓인 눈더미는, 이곳에 얼마나 눈이 쏟아졌는지를 보여준다.


동네 곳곳에 쌓인 눈과 얼어붙은 빙판이, 매번 발을 내디딜 때마다 심장을 조마조마하게 한다.


앞집에 사는 앤디는 큰 눈이 오면 성능 좋은 스노 블로우어를 몇 시간씩 운행하며 동네 눈을 치운다.


요즘 저녁마다 이곳에서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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