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캐나다에서 깻잎은 한인마트에서만 구할 수 있다. 깻잎을 먹는 사람은 한국사람뿐이란다.
한국에서는 깻잎에 그렇게 매달리지 않았었다. 어디서나 싸게 구할 수 있는 쌈야채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귀한 것이라 그런지 몰라도 삼겹살을 먹을 땐 상추 위에 깻잎 한 장 얹어 맛과 향기를 음미하며 먹고 싶다. 그리고 켜켜이 바른 양념 생깻잎은 왜 이렇게 당기는지.
결론은 여기에서 깻잎은 금값이다. 일 년에 한두 번 귀한 손님이 와서 삼겹살쌈의 격을 높이고 싶을 때 한국식품에서 거금을 들여 몇 장 사서 식탁에 올려놓으면 우리도 손님도 행복한 밥상이 된다. 어쩌다 귀한 깻잎에 양념장을 발라서 양념깻잎 반찬이라도 해 놓으면 나는 남편에게 핀잔을 주게 된다. 깻잎 한 장에 밥 크게 한 숟가락이어야 하는데 남편은 가끔 귀한 깻잎 두장을 한꺼번에 먹기도 해서이다.
작년 여름이 끝나갈 무렵, 저녁식사 후 돌돌이 산책길에 만난 동네 한국 어르신.
자녀들 다 출가시키고 두 분 이서만 사시는데 커뮤니티 가든에 밭을 가지고 계셨다. 본인들은 따먹을 만큼 다 따먹었다며 깻잎을 밭째로 주셨다. 우와 복권에 당첨된 것처럼 좋았다. 서리 내려 잎이 노랗게 변하기 전 얼른 작업을 서두르기 위해 줄기째 모두 끊어왔다. 뒷마당 데크에 앉아 70 80 노래를 들으며 둘이서 깻잎을 뜯었다. 이곳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깻잎 새순 볶음을 만들어 가까운 VIP지인들에게 조금씩 선물로 나누어 주기도 했다. 깻잎을 뜯으며 내 손톱 밑에 까만 때가 끼었지만 절대 거슬리지 않았다. 깻잎을 살짝 데쳐서 냉동실에 얼려 놓고 겨울 내내 감자탕을 끓일 때, 또 귀한 순대볶음을 할 때 유용하게 사용했다.
그리고 얼마 전 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어르신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깻잎 인연은 계속 이어졌다.
저녁마다 돌돌이 산책 겸 어르신들 밭에 들려 물을 주고 매일 신선한 상추며 깻잎을 맘껏 따와서 식탁에 올린다. 어르신들은 물주는 부담을 덜게 되어 너무 좋다 하시고, 우리는 맛있는 쌈장만 만들면 저녁이 해결되어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