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두 번째로 한 우중 러닝.
러닝화를 신고 밖으로 나가니 비가 보슬보슬 내리고 있었다.
내리는 비를 보고 바로 든 생각은 '아 오늘은 계단 오르기 운동을 해야겠네'였다.
평소라면 바로 계단으로 향했겠지만, 이상하게 오늘은 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달 전 우중 러닝을 하며 좋았던 기억이 떠올라서였을까.
집으로 들어가 위생봉투에 폰을 넣고 다시 나왔다.
날씨도 시원했고, 내리는 비도 시원했다.
비가 와서인지 달팽이가 눈에 보였다. 느릿느릿 사람이 지나가는 길을 건너려고 하고 있었다.
저대로 두면 자전거의 바퀴나 혹은 다른 사람들의 발에 밟힐 수도 있겠다 싶어서 살 짝 잡아서 달팽이의 목적지로 보이는 방향의 풀숲 쪽에 놔주었다. 잘한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그렇게 하고 싶었다.
달리기로 올라간 몸의 열이 차가운 비로 식혀져서일까?
평소보다 덜 힘든 느낌이 들었다. 내친김에 10km를 달리기로 하고 페이스를 유지하며 달렸다.
유튜브나 밴드에서 인증을 하는 다른 러너들의 기록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기록이 좋은 것보다는 기분이 좋게 달렸다는 사실이 더 행복하고 좋았다.
달리는 내내 오늘 우중 러닝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몇 번이나 들었다. 할까 말까 생각이 들 때는 하는 게 정답이다.
몸에 무리 가지 않게, 늘 즐겁게, 행복하게 달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