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부. 010 번호이동 빅뱅
IMT-2000의 상용화와 함께 이동통신 시장의 지형을 뒤흔든 또 하나의 사건이 있었다. ‘번호이동성’ 도입과 ‘010 통합번호’ 정책이 그것이다. 이 제도는 단순히 식별번호 체계를 정비하는 수준을 넘어, 기존 사업자 간 장벽을 허무는 근본적인 구조개편 시도였다. 시작은 조용했지만 결과는 격렬했다.
2001년 말, KT그룹이 정보통신부에 번호이동성 도입을 정식으로 건의했다.1) 이 제도는 기존 이동통신 가입자가 사업자를 바꾸더라도 자신의 번호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SK텔레콤에 가입해 ‘011-xxx-xxxx’ 번호를 쓰던 고객이 LG텔레콤으로 사업자를 바꾸더라도 기존 011 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것.
이를 통해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고 사업자 간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논리였다. 동시에 KT는 신규로 상용화될 IMT-2000에는 ‘010’이라는 공통 식별번호를 부여할 것을 주장했다. 2G의 ‘011’, ‘016’, ‘019’ 체계를 넘어서 모든 3G 사용자를 하나의 번호로 묶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제안은 시장의 판을 흔드는 것이었다. SK텔레콤은 즉각 반발했다.2) 011 식별번호는 당시 고착된 브랜드였고, 이를 중심으로 한 고객 충성도와 마케팅 자산은 SK텔레콤의 절대적 경쟁력이었다. KT가 사업자 이해를 소비자 이익으로 둔갑시켰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LG텔레콤 역시 불만을 토로했다. 브랜드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에서 번호이동성이 도입되면 오히려 자사 식별번호 019가 시장에서 사장될 위험이 있다는 우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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