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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 코로나19 암흑기 도래
사상 초유 비대면 정국

59부. 코로나19, 멈춰선 일상

by 김문기

2020년 2월, 세계 최대의 모바일 전시회인 MWC가 취소되었다는 소식은 전 세계 ICT 업계에 유례없는 충격을 안겼다. 매년 2월 바르셀로나에서 글로벌 5G 리더십을 뽐내던 대한민국 이통 3사의 시계도 멈춰 섰다. 하지만 충격에 빠져 있을 시간은 없었다. 곧이어 찾아온 팬데믹의 파고 속에서, 대한민국 통신망은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이라는 거대한 국가적 스트레스 테스트를 견뎌내야만 했다.


2020년 초, 이통 3사의 목표는 명확했다. 2019년에 구축한 5G 인프라를 바탕으로 B2B(기업 간 거래) 수익 모델을 가시화하고, 고화질 콘텐츠와 클라우드 서비스를 대중화하는 것이었다. 특히 2월 MWC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S20과 이통 3사의 5G 솔루션을 전 세계에 수출할 결정적 무대였다.


그러나 코로나19의 확산은 '이동'과 '대면'이라는 통신의 전제 조건을 뿌리째 흔들었다. 물리적 단절이 강제된 상황에서, 통신은 이제 단순한 편리함을 넘어 교육, 업무, 생존을 위한 필수 인프라로서 그 당위성을 재정립해야만 했다. '없어도 되는 것'이 아니라 '없으면 나라가 멈추는 것'이 된 셈이다.


2월 12일, GSMA(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가 MWC 취소를 공식 발표하자 수백억 원의 마케팅 비용과 준비한 신기술이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변했다. 하지만 패닉은 짧았다. 국내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이통사들의 시선은 바르셀로나가 아닌 국내 전산실과 트래픽 관리 센터로 향했다.


특히 4월 9일부터 순차적으로 시행된 전국 초·중·고교의 '온라인 개학'은 대한민국 통신 역사상 가장 위험한 도박이었다. 수백만 명의 학생이 동시에 원격 수업 플랫폼에 접속할 때, 망이 버티지 못하고 터져버린다면 국가 교육 시스템 자체가 붕괴될 판이었다. 이통사들은 비상 근무 체제에 돌입했고, EBS 등 교육 서버로 향하는 전용 회선을 긴급 증설하며 트래픽 과부하를 막기 위해 사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망 중립성 논란은 잠시 접어둔 채, 공공 서비스 우선 원칙에 따라 데이터 트래픽을 제어하는 고도의 망 운용 기술이 빛을 발했다.


온라인 개학의 성공적인 정착은 대한민국 통신망의 견고함을 입증했다. 유선망의 트래픽은 평소보다 15~20% 이상 폭증했지만, 5G와 LTE, 초고속 인터넷은 큰 사고 없이 이 파고를 넘겼다. 이 사건은 우리 일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줌(Zoom), 웹엑스(Webex) 등 화상 회의 툴이 필수 앱으로 자리 잡았고, 중장년층까지 유튜브와 OTT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소비하게 되면서 '디지털 전환(DX)' 속도는 당초 예상보다 5년 이상 앞당겨졌다.


산업적으로는 이통사들이 단순히 망만 파는 '덤파이프(Dumb Pipe)'에서 벗어나 화상 솔루션, 클라우드 서버 등 소프트웨어 중심의 기업(Telco to TechCo)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오프라인 매장 방문이 급감하면서 비대면 개통과 온라인 전용 요금제 논의도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는 대한민국 통신 인프라가 국가 위기 상황에서 어떤 방패 역할을 했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5G 상용화 초기의 불신을 잠재울 만큼 통신의 사회적 가치가 부각된 시기이기도 했다. 하지만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고화질 영상 소비가 폭발하면서, 통신사들의 고민은 깊어졌다.


망을 공짜로 쓰는 해외 CP(콘텐츠 사업자)들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바로 넷플릭스와의 망 이용료 소송과 이른바 '넷플릭스법'의 탄생이라는 거대한 정책적 전쟁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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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전문지에서만 10년 넘게 근무하며 전세계를 누볐습니다. 이전에 정리했던 이동통신 연대기를 재수정 중입니다. 가끔 다른 내용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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