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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한국이동통신 혁신 발돋움,
기술자립과 경쟁입찰

5부. 1세대 이동통신

by 김문기

이동통신은 무선이다. 그러나 그 뿌리는 유선망 위에 존재한다. 공원에 웅장한 분수를 세우려면 먼저 땅속에 물을 흘려보낼 관이 필요하다. 물이 고이는 수조가 서버라면, 이를 연결하는 파이프라인은 유선망이고, 물이 뿜어져 나오는 분수대는 무선국 역할을 한다.


즉, 이동통신이 전파를 매개로 작동하더라도, 실제 신호의 이동과 연결은 유선 인프라를 전제로 한다. 이동통신의 발전은 무선기술 못지않게 유선장비와 네트워크 구축 능력에 달려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대한민국 정보통신기술은 한 단계 진화한다. 민관 협업을 통해 한국전자통신연구소(현 ETRI), 한국전기통신공사, 금성반도체, 대우통신, 동양전자통신, 삼성전자 등이 함께 전전자교환기 TDX-1B를 공동 개발했고, 이어 TDX-10까지 기술 진보를 이루어냈다.


하지만 그 이전까지는 선진국 장비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장치산업의 특성상 한 번 설치한 장비는 장기간 사용할 수밖에 없고, 호환성 문제로 같은 제조사의 장비를 반복적으로 도입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외산 장비에 의존하면 기술 내재화는 요원했고, 유지보수나 긴급 대응의 한계도 명확했다.


한국이동통신은 국산 장비 확보와 외산 장비 경쟁 체제라는 두 가지 전략을 병행했다. 우선 국산화 측면에서 1992년 삼성전자와 함께 무선호출 송신기 국산화에 성공했고, 이어 1992년 11월 9일 세계 최초의 무선호출 전용 시스템 ‘TDX-PS’ 상용시험 결과보고회를 열었다. 서울, 부산, 대구, 대전, 광주에 1차 설치된 TDX-PS는 1995년 말까지 전국 지사에 도입돼 외산 장비를 전면 대체했다. 이를 통해 망 구조는 단순화됐고, 원가 절감과 수입 대체 효과도 톡톡히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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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전문지에서만 10년 넘게 근무하며 전세계를 누볐습니다. 이전에 정리했던 이동통신 연대기를 재수정 중입니다. 가끔 다른 내용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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