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제2이동통신사, 무산의 그림자

9부. 정치에 압도된 제2이통사

by 김문기

1992년 8월, 선경이 제2이동통신사업자로 선정된 후에도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선정 당일 청와대와 민자당의 갈등, 정치권의 특혜 시비, 언론의 의혹 제기 등으로 인해 산업정책이 정치 격랑에 휘말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결정적 전환점은 발표 후 3일이 지난 시점, 선경이 자진해서 제2이동통신 사업권을 반납할 수 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면서였다. 당시 민자당 일각에서는 당청 갈등 봉합을 위해 선경의 자진반납이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감지됐고, 야권은 여전히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었다.1)


문제는 대한텔레콤이 단순히 국내 기업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미국 GTE(10%), 영국 보다폰(6%), 홍콩 허치슨(4%)이 지분을 갖고 있는 국제 컨소시엄이었다. 국내 최대주주인 유공(31%)이 주도권을 갖고 있긴 했지만, 국내 정치적 특수적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 기업의 경우 사업권 반납에 따른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었다. 실무 측면에서는 뒤로 가기도, 나아가기도 쉽지 않은 혼란한 상황이다.


체신부는 혼란에 빠졌다. 공정한 심사를 통해 결정된 사업자 선정이 정치권과 여론의 압박으로 무효화될 경우 정부 정책 신뢰도에 치명적인 타격이 불가피했다. 무엇보다 체신부는 1980년 말부터 정보통신 구조조정에 나섰다. 3년만에 결실을 본 순간이 단 몇일만에 와르르 무너지는 광경을 지켜봐야 한다. 만약 공든 탑이 허무하게 무너진다면, 어느 공무원이 소신을 갖고 일할 수 있을지 자괴감에 허덕일 수 있었다.


전경련 등 경제계 역시 정치 논리에 흔들리는 정부 결정에 우려를 표했다. 정치 논리가 경제를 지배하는 사례가 지속된다면, 이는 곧 기업이 정부 정책을 신뢰하지 못하는 불신에 빠질 수 있었다. 당장 경부고속전철과 LNG 3호선, 영종도 개발사업 등 굵직한 현안들이 민관 협력에 따라 진행 중에 있었기 때문에 악영향은 불보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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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전문지에서만 10년 넘게 근무하며 전세계를 누볐습니다. 이전에 정리했던 이동통신 연대기를 재수정 중입니다. 가끔 다른 내용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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