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부. 3G IMT-2000 출사표
2000년 하반기, IMT-2000 사업자 선정을 둘러싼 전선이 기술표준 논쟁으로 옮겨붙었다. 정보통신부가 ‘기간통신사업자 허가요령 및 심사기준’을 최종 확정했지만, 시장은 갈수록 혼탁해졌다. 정부는 중립을 표방했지만, 그 침묵은 곧 혼란으로 이어졌다.
네트워크 장비업체는 동기식(CDMA2000)을, 이동통신사업자는 비동기식(WCDMA)을 밀어붙였다. 이해관계가 정면 충돌한 가운데, 정부는 시장 자율이라는 원칙을 내세우며 거리를 뒀다. 하지만 사업자 입장에서는 수천억원대 투자를 결정해야 하는 시점에 명확한 가이드 없이 방치된 채 갈등만 격화됐다.
결국 정보통신부는 2000년 9월 14일, IMT-2000 사업자 선정 일정을 연기하기로 발표했다.1) 연말까지 최종 사업자 선정을 마친다는 큰 틀은 유지하되, 업계 의견을 추가로 수렴하겠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정책 주체의 리더십 부재가 드러난 셈이었다.
표준 확정을 위한 중재도 시도됐다. 9월 2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차세대 IMT-2000 기술표준협의회’가 첫 회의를 열었고, 10월 4일에는 기술공개토론회를 열기로 했다.2) 기술과 경제성을 모두 따져보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현장은 곧바로 난장판으로 변했다.3)
동기식 지지론의 선봉은 삼성전자였다. 삼성은 CDMA 기술을 오랜 기간 축적해왔고, 이를 기반으로 국내 기술 경쟁력을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비동기식을 도입하면 국내 기술 기반이 부족해 외산 장비 의존도가 높아지고, 향후 국산화 이후에도 사업자가 국산 장비를 선택할지 장담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반면 LG전자는 비동기식의 현실성과 미래성을 내세웠다. 이미 관련 장비 개발에 착수했고, 기술력 또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는 점을 강조했다. 외산 네트워크 장비업체들 역시 비동기식이 시장의 대세이며, 동기식은 점차 퇴장할 기술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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