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 KT 민영화 완결, SK 깜짝쇼

28부. 파워콤을 둘러싼 통신 조직재편

by 김문기

2002년 5월 18일, KT 완전 민영화를 위한 마지막 공모에서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벌어졌다.1) 전략적 투자자에게 배정된 지분 5% 전량을 SK가 단독 청약하면서, 균형 구도를 기대했던 정부의 구상은 무너졌고 시장 역시 술렁였다.


당초 정보통신부는 삼성, LG, SK가 비슷한 수준의 지분을 확보함으로써 소유 구조의 균형을 맞출 계획이었다. 그러나 정작 입찰에 소극적인 듯 보였던 SK가 전량을 청약하자, 각각 1% 청약에 그쳤던 삼성과 LG는 배정 순위에서 밀려 사실상 배제됐다. 이로 인해 삼성은 0%, LG는 1%에도 못 미치는 지분만 확보할 수 있었다.


SK의 이례적인 전량 청약은 단숨에 시장 1위 통신사의 2대 주주로 올라서는 결과로 이어졌다. 당시 SK텔레콤이 보유한 KT 지분은 기존 9.55%였으며, 교환사채(CB)를 포함하면 총 11.34%에 이르렀다. 이는 KT에 대한 실질적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정부는 곧바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5월 25일 양승택 정보통신부 장관은 “SK텔레콤이 KT의 2대 주주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사실상 SK에게 지분을 축소하라는 압박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던졌다.2) 그러나 문제는 SK가 법적 절차를 준수한 상태에서 투자자 지위를 확보했다는 점이었다. 자본시장 원리에 충실한 결과였기에 시장은 오히려 정부의 과도한 개입을 비판하는 여론으로 기울었다.


재정경제부와 공정위 등 타 부처도 민영화 이후 경영은 시장 원리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더 큰 변수는 청와대였다. 대통령 측이 직접 나서 SK의 KT 지분 확보를 무효화하려 했으나, 정권 말기 레임덕 국면에서 정치적 힘은 실리지 않았다.


결국 정보통신부는 한발 물러섰다. 7월 3일 양 장관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SK텔레콤이 KT 경영에 개입하지 않는다면 재무적 투자자로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3) 불과 한 달 전까지 ‘소유 분산의 원칙’을 고수했던 정통부가 입장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시장은 당혹스러워했고, 정부의 민영화 정책이 실패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다운로드 (9).jpeg KT 이용경 사장 [사진=KT]

KT는 8월 20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공식적으로 완전 민영화의 문을 열었다.4) 이는 정부 보유 지분이 50% 아래로 내려간 첫 순간이었다. 기존 CEO였던 이상철 사장은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중용됐고, 이용경 사장이 신임 대표로 선임됐다. 미국 UC버클리 공학박사 출신의 이 사장은 ‘테크노 CEO’의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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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전문지에서만 10년 넘게 근무하며 전세계를 누볐습니다. 이전에 정리했던 이동통신 연대기를 재수정 중입니다. 가끔 다른 내용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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