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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캔디스 Oct 02. 2024

장난감을 뺏기기 싫어하는 아이처럼 남편을 뺏기기 싫었다

아이들에게 좋은 모델이 되어야 할 텐데

세 살 첫째 아이는 한창 어린이집에서 싸워온다. 학기 초 반이 바뀌었을 때 싸우기 시작하다 이제 좀 잠잠해졌는데, 동생 스트레스가 있는 건지 요즘 부쩍 동생도 밀고 때리고 어린이집 친구들과도 다툰다.


아이가 다퉈왔다는 말을 들으면 나 자신을 돌아본다.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쳤는지, 내가 나쁜 본보기를 보인 건 없는지.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시어머니와 잘 지내고 싶다.

내 삶을 그대로 보고 배울 아이를 키우고 있기 때문에. 내가 관계 맺는 방식, 갈등을 빚고 감정을 수용하는 과정, 해결방식을 아이들은 다 보고 배울 것이기 때문에.



다툼의 원인

자기가 갖고 있는 장난감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하고 다른 친구가 가지고 노는 건 죽어도 싫은 아이들.


반대로 남이 갖고 노는 것이 재밌어 보여 기다리지 못하고 지금 바로 갖고 싶은 아이들.


그래. 그 마음을 이해할 같다.


솔직한 심정으로, 시댁 일로 돈 쓰고 시간 쓰고 마음 쓰는 게 싫다. 내 것을 뺏기는 기분이다.


시간도 에너지도 마음도 돈도 풍족하다면 후히 줄텐데.

나는 마음이 가난한 사람인지 날 안 좋아하는 사람에게 마음 내어주기가 죽을 만큼 싫다.

내 것(=남편)을 나눠주기 싫다.


사실 내 것으로 알았던 그것이 내 게 아닐 수 있다. 나눠 쓰는 것일 수도...

하지만 내 손에 쥔 이것 정말 놓기 싫다.

내 소유가 아니고 공동소유임에도..

(남편을 친정 엄마이자 아빠로 생각하는 거 아닐까? 유년기 애착문제 때문에 남편을 과의존하는 건 아닌까 싶다. 글을 쓰며 정리가 된다.)


이건 마치 배우자가 불륜을 저지른 것 같은, 첫째 아이가 동생을 보며 부모를 빼앗긴 기분이 드는 것 같은 느낌이려나.


다툼의 모양

자기를 힘들게 하면 소리 지르고 손이 먼저 나가는 아이들.


아무리 때리거나 밀면 안된다고, 소리 지르거나 울지 말고 말로 하라고, 어린이집 선생님께 도움을 청하라고 말해도...


아이들은 자주 싸운다. 우리 아이, 오늘도 또 싸우고 왔다.


마치 아이들끼리 싸우는 것처럼,

나도 시어머니와 싸우기 싫은데 서로 못 견디는 발작버튼을 눌러버리면 꽥하고 소리를 지른다.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눈물이 흐른다.

(감히) 사람을 때리지는 못하지만 문을 쾅 닿고 들어가거나 쿵쿵 소리 내며 걷거나 소리를 지르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난다.


화를 다스려보기로, 어머니에게 심한 말 하지 않기로 다짐해 봐도 막상 만나서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면 소용이 없다. 그래서 만날 때마다 마음이 상하고 다투는 일이 생긴다.



화해 방법

아이들끼리는 소리를 지르거나 때리는 등 잘못한 아이가 '미안해' 사과하며 안아주도록 교육을 시킨다는데.


화를 주체할 수 없어 언성을 높이거나 상처 주는 행동을 한 경우 시간이 지나면 이성이 돌아오고 내 행동에 대해 미안해한다.


하지만 상황을 그렇게 만든 것에 대해 상대방에게 서운한 부분이 있어 상대방의 '미안하다' 한마디를 기다리는데 나만 사과하는 것 같고 상대방이 미안한 기색이 없어 보이면 그렇게 섭섭하고 착잡하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이 부분이 서운했고 힘들다는 내 마음을 전해봐야겠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세 살 첫째 아이에게, 오늘 오랜만에 얼굴을 다쳐온 아이에게 인간관계를 알려주고 싶다.


친구들이 모두들 네 마음 같진 않을 거야.

너와 잘 맞는 아이가 있고 안 맞는 아이가 있어.

쟤는 왜 저럴까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어.

모두와 사이좋게 지낼 순 없겠지만

규칙을 지키고(절대 밀거나 소리 지르지 말고!) 네 마음을 잘 파악해서 대화를 해봐. 어려우면 선생님께 도움을 청해.

그러다 보면 또 사이가 좋아져서 재밌게 놀 수 있을 거야.


엄마도 잘 지내보려 노력할게. 습관대로 행동하지 않도록 할게. 엄마도 장난감을 순서대로 놀고 빌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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