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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nerplate Jun 11. 2024

삶이 내게 알맞다고 느껴져야 한다

나만의 질서를 가졌는가 

몰입은 내 삶의 힘이다. 몰입할 때, 무. 텅빔. 모른다.가 된다. 

경험적으로 몰입이란, 의도적이거나 의식적인 것이 아닌 지극히 자연스런 상태다. 


요리할 때, 글 쓸때, 책 읽을 (고전을 읽고나면 황홀경을 경험하곤 한다), 운동과 명상을 통해 하루에도 여러 번 시시로 몰입을 느낀다. 몰입이란, 아주 거창한 것이 아니라 단 몇 분이 될 수 있고 몇 십분도 될 수 있다. 


법정스님이 말씀하신, "사람은 저마다의 질서를 가져야 한다."를 늘 가슴 속에 새기며 살아간다. 

내게 저마다의 질서란 나만의 질서고 나만의 방식으로 내게 꼭 알맞게 잘 짜여진 루틴이자 습관이다. 

서른 중반이 되어서야 나는 비로소 나만의 질서라는 그 퍼즐을 잘 맞춰나갈 수 있게 되었다. 


그리 어렵지 않은 것이, 질서의 기준과 그걸 설정하는 주체가 바로 자기 자신.이 되기 때문이다. 주체적인 삶, 내가 주인이 되는 삶을 살면 나만의 기준을 찾는 일이란 어렵지 않다. 


살면서 그 과정은 꼭 필요하다. 내게 알맞는 삶이란 무엇인지. 우리는 질문해 보아야 한다. 스무살 대학생이던 때, 책이든 매체에서든, 나를 알아야 한다고 하는데 도대체 나를 안다는 게 무얼까? 어떻게 찾는 거지? 나는 누구인가? 의문 투성이었다. 뜬구름 잡기 일쑤였다. 그렇게 넘겨버린 채 나는 세상에 나갔고 그 질문에 대한 소홀함에 대한 대가가 내겐 서른 초반에 거세게 몰아쳤다. 그 몰아침이 날 성장하게 했고 지금은 그저 감사하기만하다. 


서른 후반이 된 지금, 삶의 경험이 쌓이기도 했고 내 나름의 늦은 깨달음을 통해 나는 알게 되었다. 삶은 누구에게나 힘듦이고 고통이란 걸. 나에게만 고통이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고 모든 문제는 그럴거란 기대에서 온다는 것. 집착에서 온다는 것. 삶에서 무수히 마주하는 크고 작은 실패는 당연하다는 것. 그 실패가 없었더라면 나는 성장하지 못했을 거라는 것... 


어릴 적부터 내 감정이 몸의 어디에서 생겨나는지. 장건강과 건강한 식습관, 건강한 마음 습관과 마음 근력에 대해 좀 더 일찍 알게 되었더라면, 배웠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있다. 언젠가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된다면 내 아이에겐 건강한 마음 습관과 마음 근력을 쌓는 법을 가르쳐줘야겠다고 다짐하곤 한다. 사실 어쩌면 한 아이가 성장해나가고 어른이 된 후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삶을 지탱하는데 이것이 전부일지도 모른다. 


부모의 무한한 사랑과 건강한 마음 습관과 마음 근력을 쌓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 내겐 이것이 아이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값진 유산이라고 믿는다.    


루틴이 중요한 이유는, 내 시간을 내 하루를 내 일상을 좀 더 촘촘한 방식으로 유지해 나갈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 안에서 몰입을 경험하기도 하고 삶의 환희와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나다움과 자유로울 것이 핵심이다. 


음식도 내게 맞는 음식이 있다. 내 장 환경과 내 소화력에 맞는 음식이 있고, 운동도 내 몸에 맞는 운동이 있다. 명상 방법도 내게 맞는 것이 있다. 유행에 따르는 패션이 아닌, 옷 스타일도 내 취향의 것이 있겠고, 헤어 스타일도 내게 잘 어울리는, 꼭 알맞는 게 있다. 내가 좋아하는 책이나 영화 장르, 음악 장르, 무수히 많다. 


이런 방식으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 과정이 만만치 않더라고 내게 꼭 알맞는 저마다의 질서를 찾아야 한다. 저마다의 질서 가지고 살아가는 일은, 취향을 찾고 향유하는 것과 같다. 


내겐 저마다의 질서를 가지고 살아가는 건, 취향껏 사는 일이고 자유로움이다. 

내 삶의 주인으로 사는 삶은 자유로움이다. 


남의 기준과 판단에 휘둘리는 일이 없게 됐다. 깨닫게 된 건, 사람은 생각보다 타인에 관심이 없다는 것과 타인이 내 삶에 어떤 영향도 미칠 수 없다는 것이다. 휘둘리지 말 것. 친절하고 상냥하되 단호할 땐 단호할 것. 


남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 것에 관심 없다.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내가 나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나는 이것에 관심이 있다. 


이런 태도에 익숙해지니, 깃털처럼 가벼워졌다. 인간 관계에서도 이토록 무심할 수가 없는데, 이 무심함이 인간 관계에서 날 자유롭게 했다. 


결국 나다. 

고전을 읽다가도 책의 마지막 책을 딱 덮고 나면 단 하나의 질문이 남는다. 

자기 자신이 되는 것.! 


"나는 누구인가?" 

"너는 무엇을 기대했나?"

"네가 진짜 원하는 건 무엇인가?"


삶이 내게 알맞다고 느끼면 느낄수록 삶은 감사함과 넉넉한 마음과 자유로움을 선물한다.  

내 마음의 어둠의 터널을 지나보니, 내적 성장과 삶에 대한 통찰과 깨달음이라는 선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삶의 고통이 없었다면 나는 성장할 수 있었을까. 지금의 내가 있었을까. 내게 찾아온 슬픔과 상처와 고통은 축복이었다. 그로 인해 나는 내 삶을 다시 재정렬할 수 있었고 내려놓을 수 있었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예측할 수 없는 삶에서 나는 무엇을 기대했나. 그 기대와 집착이 날 괴롭게 했다는 걸 깨닫게 됐다. 


무슨 일이 일어나건, 삶은 펼쳐지고 있다. 펼쳐지는 삶에서 조금이나마 괴로움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내겐 나만의 질서로 살아가는 것이다. 


진심으로 나는 내 삶이 아름답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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