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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nerplate Jul 13. 2024

자기 만의 시간  

점심으로 삼계탕을 했다. 잡곡밥으로 닭죽까지 만들어 한 그릇 뚝딱 비웠다. 그릭 요커트도 한 그릇 뚝딱 비웠다. 먹으면서도 "참 잘 먹어^^"한다. 내가 나를 챙기지 않으면 누가 챙겨줄까. 내가 나를 아끼지 않으면 누가날 아껴줄까.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존중하지 않으면 누가 날 사랑하고 존중할까.


주말엔 평소보다 좀 더 먹게 된다. 아무렴 어떤가. 설탕, 밀가루, 튀김류나 과자 이런 것들은 먹지 않아서 양이 좀 늘어도 괜찮다. 군것질만 하지 않아도 살찌지 않는다. 삼계탕 한 그릇을 다 비우면서도 전혀 걱정 없는 이유다. 과자나 디저트, 튀김, 밀가루 이런 것들이 대사를 망가뜨려 금세 살찌게 한다. 


직접 요리해 먹다보면 쉽게 느낄 수 있다. 무엇을 먹었느냐에 따라 감정이 즉각적으로 달라진다. 그걸 잘 알고 있기에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선 의식적으로 선택하고 행동한다. 감정에. 마음에. 더는 자기 자신을 고통과 괴로움, 우울속에 몰아 넣지 않겠다는 의지다. 


사람은 처절하게 아파봐야 변한다. 내면의 아픔, 내적 방황, 우울, 불안에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한 채 처절하게 아파본 경험이 있은 뒤에야 스스로가 변할 생각을 하는구나. 나 자신이 그랬다. 


한 참이 지난 뒤에야, 깨닫게 됐다. 내가 겪었던 방황, 우울, 불안의 감정들은 내 삶에 꼭 필요했기 때문에 전면으로 등장한 것이었다고. 내 삶의 질서를 이로운 방식으로, 유리한 방식으로, 알맞은 방식으로 재설정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필연이었다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정체된, 낡은, 오랜 습으로 물든 삶의 방식을 통째로 바꾸기 위한 것이었다고. 모든 것은 날 위한 선물이었다고. 날 구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이해하게 되었다. 


생각은 내 것인가. 내것이 아니었다. 생각이 나라고 착각하면서 일어나는 감정의 소용돌이. 그것이 문제였다. 생각이나 감정 자체는 실은 문제가 없다. 문제는 나의 착각과 집착, 감정에 중독되는 것이었다. 부정적인 감정을 끊어내는 연습만 해도 한 결 나아진다는 걸, 마음 근력 훈련이 이토록 중요한 것이었단 걸 서른 중반이 되어서야 알게 됐지만 지금이라도 알게 돼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하루에 최소 한 시간 이상은 완전한 나만의 시간을 가진다. 꼭 집중하는 시간인데, 명상을 하기도, 자연속을 걷기도, 글쓰거나 책 읽으며 마음과 기운을 중화시키는 시간이 있다. 그 시간은 일하러 가기 직전의 시간이기도 하다. 그렇게 호흡을 가다듬고 나서야 발걸음을 옮긴다. 


하루에도 이랬다 저랬다. 기뻤다 슬펐다 신났다 우울했다하는 마음을 데리고 산다는 건 쉽지 않다. 그런 마음을 데리고 사는 거 자체가 삶이 아닐까. 삶 자체가 수행처다. 마음이 곧 부처다.라는 말을 곱씹곤 한다. 언제부터인가 순간순간이. 머무는 곳 어디든 모두 도량이다.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니 삶 자체가 도의 세계고 도량이 된다.  


여전히 수련중이다. 수련이란 게 다름이 아니다. 마음을 갈고 닦는 일이고 매 순간, 하루, 일상을 살아내는 우리 삶 자체가 수련이다. 그러니 우리 모두는 수련자가 아닌가. 요가나 명상만이 수련이 아니다. 


내가 우울하건 기쁘건 슬프건 삶은 계속된다. 여전히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부정적인 감정이 날 흔든다. 그럴 때 잠시 침묵의 시간을 갖는다. 숨을 고르고 내 안을 들여다본다. 호흡을 가다듬고 결국 내 안의 문제가 아닌지. 내 안의 집착이나 두려움, 불안을 먼저 본다. 이해하지 못할 건 없다.는 생각과 상대가 곧 나.란 생각을 하면 금세 감정이 사그라지고 왜곡하거나 판단하거나 오해하지 않는다. 


이런 훈련이 조금 더 일찍 되었더라면 어땠을까. 조금 더 일찍 깨달았더면 어땠을까. 조금 덜 힘들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늘 그 끝엔. 지금이라도 알아서 감사해.로 귀결된다. 

 

누구에게나 단 몇 분 만이라도 하루에 한 번은 꼭 자기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절로 펼쳐지는 삶에, 무수한 스트리텔링에, 무방비로 대처하기 보단, 그럴 수 있어. 무슨 일이 일어나도 괜찮아.의 마음을 의식적으로 챙기면 훨씬 수월하달까.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된다. 행복이란 게 어떤 걸 가져서. 어떤 조건이 있어서. 가능한 것이 아니라 조건없는 행복이어야 한다. 어떤 것을 가져야만, 해야만 갖을 수 있는 게 행복이라면, 그 조건들이 사라졌을 땐 행복하지 않은 것인가? 


감사할 줄 알고 만족할 줄 알면 행복은 그 모습을 드러낸다. 아주 작고 사소한 것에도 감동받고 감탄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어쩌면 다 일지도 모른다. 그 감사함이 어떤 것도 허투루 보내지 않게 한다. 


두려움이나 불안이나, 우울이 훅 밀려오려고 기지개를 켜면, 곧장 거울 앞에 선다. "뭐가 두렵니? 뭐가 불안해? 무엇에 집착하고 있니? 걱정마. 다 잘 될거야. 괜찮아. 무슨 일이 일어나면 일어나는 거야? 내가 어떻게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잖아? 난 널 믿어. 아자!" 그러곤 거울 속에 비친 내 두 눈을 바라본다. 


우울감과 무기력감으로 처절한 시간을 보냈던 때. 그땐 왜 집착때문이었단 걸 깨닫지 못했는지. 그땐 왜 그토록 아파하기만 했는지. 나 자신을 믿지 못했는지.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했는지.안타까운 마음이 있다. 그 시절의 나를 꼭 만나 안아주고 싶다. 꿈속에서라도.  


토요일 오후가 주는 적막과 고요가 이토록 말랑말랑할 수가 없다. 써큘레이터 바람이 축축한 머릿결을 쓰다듬어 준다. 드라이기보단 써큘레이터로 자연바람으로 머리를 말리는데, 모든 것이 그저 평화롭기만하다. 


마흔이 다 되어가니. 친구들과 자주 만나 웃고 떠드는 것도 다 한 때구나 싶고. 또 그런 시절을 마음껏 보냈기때문에 아쉬움이라곤 없다. 시끌벅적함 또는 바글바글함보단 혼자만의 시간이 좋고 씨끄러운 곳보단 자연이 있고 조용하고 한적한 곳만 찾게 된다. 차가 있을 땐, 혼자 이리저리 외곽으로 시골길 드라이브도 자주 갔었는데, 그런 낭만이 낙이기도 했는데, 뚜벅이인 지금 그런 부분은 아쉽다. 


가끔 불현듯 인다. 나는 지금 꿈꾸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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