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세 개째다. 가뜩이나 몇 개 남겨놓지 않은 그릇과 접시인데 세 개 모두 설거지하다 깨져 있는 걸 발견했다. 오늘 저녁 설거지하다 접시 가상이 깨져있는게 아닌가. 왜 이럴까. 벌써 한 달 새 이러기 있긴가. 설거지거리도 별로 없어서 설거지하다 그릇들끼리 부딪힘도 아닐텐데 물기 뺀다고 포개어 올려놓으면서 서로가 부딪혔을까. 도통 이유는 모르겠다. 이미 벌어진 일이니 도리가 없다. 나와의 인연이 여기까진가 보다.
벌써 세 개째 이러면서 그 어느 것 하나에도 아쉬움이 없었는데, 나와 인연이 다했구나.하는 생각이 있어서였다. 신기한 건, 깨진 그릇과 접시 모두 최근 내 마음이 영 가지 않았던 거였다. 그렇다고 당장 멀쩡한 그릇과 접시를 버릴 수는 없겠고, 그래도 살 땐 내 마음에 쏙 들었던 거라 이유없이 비우지 말자.싶었는데, 이런 내 마음을 알아차린 거였을까. 내 마음이 이미 떠난 그릇과 접시들만 딱 깨지게 됐다. 내 기운이 동했나보다.
첫 번째 깨졌을 땐 단순히 나와의 인연이 다했구나.였고 두 번째 깨졌을 땐 또 이러는 걸 보니, 무언가 주의해야겠다, 조심해야겠다, 내 기운이 동했나보다.했고 오늘 그랬을 땐, 확신했다. 이 그릇과 접시들이 이런 방식으로 깨진데는 분명 다 이유가 있을 거란 것. 그러니 훅 비우면 된다는 것. 곧장 비우고 나니 무언가 개운한 기분이다. 사물에 변화가 생긴 걸 보니, 내 의식과 기운과 에너지는 괜찮은지 들여다 볼 것.
그릇과 접시가 자꾸 깨지는 현상도 나는 쉬이 넘기지 않게 되었는데, 사물도 나와의 인연이고 기운과 에너지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알아차리면 된다. 이럴수록 주의를 내 안으로 돌려 내면에 집중하면 된다.
그릇과 접시가 깨진 건 내게 좋은 일일지 안 좋은 일의 액땜일지 아무도 모른다. 좋은 일이 있으면 안 좋은 일이 있고 안좋은 일이 있으면 좋은 일이 있다.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 사건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것에 대한 내 대응이 문제가 아니던가. 접시를 잘 비우면서 든 생각은, 아주 개운하다는 것.
부정적인 무언가가 이와함께 휘리릭 비워지는 기분이었고, 외려 "세상에. 안그래도 희한하게 그 그릇과 접시들에 언제부터인가 도통 마음이 가지 않았는데, 무늬없는 다른 접시를 사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결국 이렇게 되어버렸네. 참 신기해. 무튼 있는 그대로, 절로 펼쳐진대로 받아들이자.! 잘됐다. 언제고 길가다 머릿속에 생각해둔 접시를 발견하기라도 하면 사면 되겠다!"
내겐 그릇들의 깨짐 현상이란 결코 안좋은 일이 아니었다. 이런 내 마음을 어떻게 알아차린건지. 그 내 마음의 변화도 기운이 동한 거겠지. 기운의 변화였겠지. 어떻게 깨진지는 도통 모르겠지만 그릇들의 깨짐이 내겐 절로 펼쳐진 것이었다.
살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삶이라는 거, 인생이라는 거, 그렇게 깊게 생각할 것도 없는 게. 그렇게 힘주고 살지 않아도 되는게. 그렇게 심각하지 않아도 되는게. 절로 펼쳐진다는 것.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 기운과 기세가 중요하다는 것. 세상일 논리만으로만, 어떤 과학적 지식으로만 이해하기엔, 경이롭고 신기한 일들이 많다는 것.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라는 것... 내 안의 소리에 집중할수록 직관적인 삶을 살수록 잘 알아차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