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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lievibes Aug 13. 2024

생각이가 찾아올 땐 걷기를 시작해

걷고 또 걸었다. 내 손엔 핸드폰과 커피가 든 텀블러 하나 뿐. 그렇게 쉬지 않고 내리 3시간을 걸었다. 공원 길 트랙을 넓게 계속해서 걸었다. 보통 3시간 정도 걷고 나면 이만보가 넘는다. 중간에 음악도 듣다가 이어폰을 뺐다가 새소리, 매미소리, 물 흐르는 소리, 맑고 분명한 아침 공기가 뒤섞여 늘 조화를 이룬다.


더위를 크게 타지 않기도 하고 찬 에어컨 바람이 추울 때가 많아 한여름에도 긴팔이나 긴팔 가디건을 주로 입는다. 아침 저녁으로 걸을 땐 바이커 반바지와 길게 내려오는 긴팔 라운드 티를 입는다. 그렇게 땀으로 옷이 촉촉하게 젖은 뒤 집에 도착해 샤워할 때, 날 행복하게 하는 것 중 하나다.


뚜벅인데다 걷기를 좋아해서 3시간 내리 걷는다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요즘엔 새벽 5시 좀 넘어 집 앞 공원에 나가도 걷기 운동 나온 사람들도 몇있고 러닝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생기 넘친다. 그런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만의 질서를 가지고 살아가는 거야! 이런게 살아있음이지. 다들 참 부지런하구나. 건강에 이토록 진심이구나!. 이 풍경 좀 봐, 어느 새 풀도 이렇게 자랐네, 연꽃이 이렇게 생겼구나, 어맛 청개구리도 휘리릭 지나가네! 자연과 하나구나. 모든 것은 연결돼 있구나. 하늘 좀 봐, 꺄악. 하늘만 보면 무언가 신비하고 경이롭고 설명할 수 없는 경외감에 숨막힐 지경이란 말이지^^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인데, 무엇이 두렵니? 무엇이 불안하니? 무엇이 용기나지 않는 거니? 어쩌자고 집착하는 거니?"


여름만 되면 곧잘 우울해진다. 가을엔 가을타나.싶기라도 하지만, 겨울엔 또 겨울이라서 그런가 싶지만, 유독 여름만 되면 어떤 고비가 오거나 선택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 물론 모든 것은 나로 인해 발생한 것임을 잘 안다. 분명 내 안의 문제일 것이다.


8월 이번에도 어김없이 찾아온 굴곡, 파도. 이미 나타난 상황앞에 무심해진지도 꽤 되었건만 그 순간만큼은 오잉? 혹은 끄악.하게 된다. 무튼 지금은 잔잔한 파도가 되었고 이 위기를 기회삼아, 발판삼아 차분하게 침착하게 선택하고 살아나가면 되는 일이다.


멀쩡하다가도 갑자기 감정이 요상해지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다. 생각이 지금 꿈틀거리고 있다는 걸 즉각적으로 알아차린다.


"지금 생각이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는 모양인데, 오늘은 내가 바빠서 이만. 해야할  많아.  만날  없을것 같아. 그만 돌아가줘."라고 단호하게 말하고 새벽 5 집을 나선 것이다. 비장했고 아침 공기를 쐬자마자 생각이가 겁먹고 달아났다. 걷기 효과 직빵, 만빵이다. 이러니 걷기를 이토록 사랑할 수밖에.


내 안의 소리는 늘 내게 말한다. "우울할 땐 걷기를 시작해!^^ 당장 일어서! 움직이라구!" 걷기는 삶이 되었다. 내가 경험한 걷기는, 생각을 걷힌다. 생각을 쓱싹 지운다. 생각이로 까맣게 물든 그림이 쏴악하고 지워져 마침내 하얀 스크린이 그 모습을 드러내듯. 마치 먹구름이 사라져 어느 새 햇볕이 쨍쨍한 것처럼, 소나기가 내렸다 일순간 그치는, 눈보라가 몰아쳤다 잠잠해지는 것과 같다.


한 번 걷기 시작하면 2만보를 넘긴다. 그래야 걷는 것 같다. 걷기는 내게 명상 그 자체다. 가만히 앉아서 하는 명상보다 움직임 명상을 좋아한다. 글쓰기도, 걷기도, 책읽기도 그러고보면 움직임 명상에 더욱 유리한 사람같다. 그걸 선호하기도 하고 움직임 명상에 진심이다.


살면서 삶에 불어닥친 위기가 어디 한 두번인가. 내게 어떤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것도 집착이란 걸 알게 된 뒤, 무슨 일이 일어나도. 어떤 일이 일어나도. 오케이. 그 어떤 것도 내게 치명적일 순 없다.는 마음으로 전환하게 됐다. 위기와 고통과 불안을 딛고 일어설 때 뛰어넘을 때, 그것이 도약이고 성장이란 걸 잘 알게 된 덕분이다. 그러니 모든 것은 지나간다.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과 불안을 마주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도.


나.는 무엇을 가진 것.으로 규정지을 수 없다는 것을, 어떤 판단과 인식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 나는 우주의 운행에 제대로 동참하고 있는가? 건전한 참여자인가?


3시간을 걷고 나니, 본래도 아름다웠던 세상이, 하늘이 더욱 아름다워보이고 푸르게 보인다. 끌리셰하지만 다 내 마음에 달렸다. 세상이 이토록 아름다워 보이는 걸 보니, 지금 내 마음이 이토록 아름답나보다. 그렇게 알아차리게 된다.


너와 나는 다르지 않고 우리는 하나다. 그러니 더욱 친절할 수밖에. 상냥할 수 밖에. 3시간 걷기가 내게 주는 선물은 이토록 큰 것이다. 이토록 벅찬 것이다.


나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우울할 땐 걷기를 시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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