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람회의 <졸업> 멜로디와 가사를 좋아한다. 요즘 부쩍 자주 듣고 있다. 듣고 있자면 참 초연해진달까. 나에 대하여. 나의 생에 대하여 놓아진달까. 참 가벼워진달까. 내가 사는 세상을 온몸으로 껴안고자 하는 강렬한 의지가 활활 타오르곤 한다.
생각이 원체 많은 걸 인정하고 나니 편해졌다. 나는 왜 이렇게 생각이 많은 거지? 도저히 생각을 통제할 수 없었고 주체할 수 없었을 때, 알게 되었다. 생각은 내가 아니란 걸. 생각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걸. 그러니 생각, 에고와 싸우지 말 것. 흘러가게 그저 바라보라는 것.
나의 글쓰기란, 지극히 사적이면서도 지극히 자발적인 무의식과 의식 사이를 넘나드는, 경계 없음의 발현이 된다. 희한하리만치 꼭 그 끝은 순전히 나 자신에게 건네는 말, 하고 싶은 말, 전하고 싶은 말들로 맺음 된다. 이 또한 판단할 것 없이 해석할 것 없이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 되는 것이다.
점철된 사유와 사색도 있고 불쑥 이는 감정들의 나열일 때도 있고 이토록 무작위하지만 어느 날은 한치의 오차없이 우연을 가장한 필연을 이야기할 때도 있다. 어느 날은 지금 글쓰고 있는 나는 누구인가. 진짜 나인가. 딴 사람이 쓰고 있는 듯한 감이 들 때가 있는데 그것은 놀라움이나 화려함이 아닌 지극히 고요하고 평온하고 안정적인 것이다.
쿵쾅쿵쾅 괜시리 심장이 벌렁벌렁할 때가 있다. 감정이 올라오는 것인데, 알아차리면 된다. 바라봐주면 된다. 글쓰기로 몰입하고 나면 어느 샌가 사라지기도 한다. 곧 마흔이라서일까. 살면 얼마나 살게 될까? 경험의 시간들은 내게 얼마나 남은 걸까? 그리 심각할 게 있을까? 힘빼고 살면 되는 거 아닌가? 그냥 즐겁게 살 순 없을까? 아등바등하며 사는 것이 내게 과연 무엇을 가져다주는 것인가? 아등바등하지 않으면 왜 불안해하는가? 무엇이 그토록 두려운 것인가?... 내 안의 소리를 따르라...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쉰다. 호흡을 알아차린다. 들숨은 나의 생이고 날숨은 죽음이겠다. 이보다 더 명료한 알아차림이 있을까?
클레어 키건의 원작, 킬리언 머피 주연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 을 예매하려고 오랜만에 광화문 씨네큐브 사이트에 들어갔다. 광화문 직장인 시절, 나를 편안하게 하는 것 중 하나는 씨네큐브에서 세계각국의 독립영화를 보는 일이었다. 내가 독립영화를 선호하는 이유는, 그 자체가 인간과 삶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메시지가 있어도 좋고 아니어도 그 자체로 질문하게 하는 그 여운이 좋다. 별 다를 거 없는 보통 우리네 삶의 파노라마에서 나는 위안받곤 했다.
생각이 본래 많은 것도 맞는데ㅡ 나는 확실히 인간, 삶, 인생, 사랑, 세상, 우주에 관심이 절로 간다. 내가 여기 온 이유가 무엇일지. 근원적인 궁금증은 질문이 된다. 이유가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고 삶의 의미가 없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모든 것은 그 자체로 빛나고 있다는 사실이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데 있어 열린 마음을 갖게 한다. 그 어떤 것도 잘못된 것은 없다. 실은 선과 악, 옮고 그름의 경계는 본래 없는 것이라고.
10대 시절은 아무 것도 모른채 살아온 것 같고 20대 시절은 희망차고 열정있고 꿈 많은 소녀였고 앞만 보고 달려왔고 30대는 나 자신에게 나타난 일련의 역경과 시련과 고통, 상처로 물들여져 결국 나의 내면을 지리멸렬하게 들여다보게 했고 그러고나니 어느 새 마흔이 왔다. 이토록 찰나일 수 있는가. 유치원 시절 유치원복을 입고 활짝 웃고 있는 5살 난 내 모습을 보고 눈물이 났다. 슬퍼서도 아니었다. 연민도 아니었다. 왠지 모르게 그냥 눈물이 났다. 이토록 찰나구나. 생이란 이런 거구나.
어느 시점이 되지 않고는 그냥, 절로 알게 되는 것이 아니구나. 이 세상은 내게 늘 무언가를 가르쳐주고 있구나. 늘 내게 말하고 있구나. 날 경험하게 하는구나. 날 성장하게 하는구나. 나는 사진 속 5살 꼬마 아이를 저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관찰자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만약 내가 20대로 다시 돌아가 그 시절의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단연 "Follow your instinct."다. 직감을 따르라. 그리고 온전히 느껴라!.
이토록 알게 되는 것들이 많아져서야. 나의 이 앎이 나는 그저 반갑고 감사하기만 하다.
이제는 아주 조금 알 것 같다. 그토록 말하는 "내맡김"이라는 것이 무엇일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사람을 진실되게 사랑하기 위한 연습을 하고 있다. 사랑하기 위해 나는 여기에 왔고 경험하고 있다.
쉬지 않고 주루룩 써내려간 뒤 다시금 처음으로 돌아가 내 글을 읽을 때면, 도대체 몇 분새 무슨 일이 있었던건가.할 때가 대부분이다. 내면과의 만남은 거창하거나 어려운 것이 아니다. 굉장히 단순한 것이며 그저 바라보고 느끼면 닿는 것이다.
사랑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