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is kindness

by Aarushi

설 쇠러 제주에 왔다. 엄마댁에서 차로 조금만 나가면 바다가 보인다. 집에서 나와 저 멀리 일직선으로 펼쳐진 바다를 보고 있자면 사랑이 밀려온다. 와~. 감동하고 감탄한다. 고요한 감동과 감탄의 경험은 인간을 더욱 인간적이게 한다. 해안가 근처를 걷고 또 걷고 그러다 이길로도 가보고 저길로도 가보고 그러다 잠시 앉아 15분에서 20분 명상을 한다. 어느 순간 물결의 철썩거림도 바람도 나와 하나가 된다. 고요와 평온과 조이다.


완벽한 듯 펼쳐지는 저 너머 호라이즌, 파란 하늘, 출렁이는 에머랄드빛 물결, 그리고 나 우리는 하나가 아니고 무얼까. 자연과 하나되는 황홀경은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자기 자신만이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한가로운 주말 오후, 노트북과 텀블러 하나만 들고선 도서관에 왔다. 저 멀리 보이는 바다... 이토록 아름다운 풍경의 도서관이라니. 정말이지 어느 것 하나 감사하고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다. 노트북 사용 가능한 열람실로 들어왔다. 있는 듯 없는 듯한 적막과 고요, 각자 자기 만의 공부, 무언가를 하는 사람들... 온기다.


제주의 겨울은 어쩜 이토록 따스할까. 두터운 가디건을 벗어젖혔다. 도서관에서 나와 집으로 가기 전 해안가를 걷다 가야지. 바람도 차지 않고 날 반기듯 평온하다. 나는 마흔 가까이가 되어서야 진짜 내 안의 소리는 무엇인지. 내 안의 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무엇일지. 아주 조금 알게 된 것 같다. 그렇게 사는 날까지 한 걸음 한 걸음 내면을 향해 가는 길, 그것이 곧 자기 자신이 되어가는 길임을 안다. 내게 삶의 의미란 이것이다.


이사를 해야하는데, 이참에 제주로 이사올까.하는 마음이 불쑥 이는데, 어느 곳이든 진짜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가야한다. 그리고 결정했으면 뒤돌아보지 말고 그 결정이 옳게 만들면 된다. 설연휴가 지나면 분명 무엇이 있겠지.하는, 붙잡기보단 흘러가게 둔다. 어떻게든 또 살아질테니까.


부쩍 버스에서나 지하철에서나 길거리에서나 카페안에서나 발길이 닿는 곳마다 뭉클함이 밀려온다. 나와 같은 사람들의 군상을 보며 혼자 미소짓기도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눈물이 글썽일만큼 타오르는 따뜻함, 온기, 사랑, 연민, 감사, 수용...이 샘솟는다. 그것이 무엇일지 알 것 같다. 형언할 수 없는, 언어로는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ㅡ 무한한 사랑.이다.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정말이지 아름다워보인다. 사랑스러워보인다.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하다. 차분하다. 화나지 않는다. 짜증나지 않는다. 불만스럽지 않다. 나만 힘든 것이 아니다. 각자 자기 만의 고락이 있다. 우리는 자기 생.을 살아가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현실세계를 살아가는 전우이자 전사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도 얼마나 힘이 들까. 고통스러울까. 슬플까.하는 것이 있다. 그러니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친절해야 한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우리는 정말이지 친절해야 한다. 사랑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일상이 친절함이고 상냥함이고 존중이고 사랑이 된다. 여의도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한 할머니께서 많은 사람들 중에 내게 다가와 길을 물으셨다. 이어폰을 빼고선 상냥한 마음으로 길을 안내해드렸다. 별 거 아닌 것일 수 있지만 잠깐 새 할머니와 주고받은 눈빛, 표정, 대화는 사랑이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무해하다는 걸 눈빛만으로도 느낄 수 있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 내가 모르는 사람들 다르지 않다. 친절한 것. 서로가 서로를 돕는 것. 사랑이다.


그러곤 9호선 김포공항행 지하철을 탔다. 내가 탔을 때 가운데 자리가 하나 있었다. 양 옆 사람들의 부피감으로 자리가 비좁아 앉지 않았다. 그러곤 한켠에 섰는데 한 아주머니께서 내게 말을 거셨다. 작은 목소리로 "자리 있는데 왜 안 앉아요?", 나는 "좁아서요." 환한 미소로 답했다. 아주머니는 곧장 "여기 앉아요."하시며 노약자석으로 휘리릭 가셨다. 젊은 처자인데다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되는데 내게 자리를 내어주신 아주머니... 온화함이었고 친절함이었고 사랑이었다.


앉으면서 생각했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정말 연결되어 있어!", "조금 전 작은 친절을 베풀었는데 그것이 내게로 돌아온 것일까? yes..."


나는 분명 죽는다. 우리 모두는 분명 죽는다. 그것이 언제일지 아무도 모른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지금 내 나이가 곧 마흔이니까 건강하다는 전제하에 길어봐야 삼십년일까?싶다. 버스에서나 지하철에서나 어디서든 나와 마주친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정말이지 연민과 사랑의 마음이 절로 들 수밖에 없다. 화나는 일이 생기더라도 짜증나는 일이 생기더라도, 이미 벌어진 상황이라면, "그래, 우리 모두는 분명 몇 십년 안에 죽는다. 그러니 무엇이 화날까. 서로 사랑해도 부족한데 화내서 무엇하리. 짜증내서 무엇하리. 이해하지 못할 게 무엇이리..."한다.


어디서든, 누구를 만나더라도,

그것은 마치 내 안에서 "나는 분명 언젠가 죽어요. 당신도 곧 그럴거에요. 우리가 이 지구에 사는 것도 그리 얼마 남지 않았는 걸요. 그러니 우리 서로 사랑해요. 친절해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기꺼이 돕는 것. 실은 나 자신이 행복해지는 방법이다. 말한마디라도 따뜻하게 건네는 것. 화가 아닌 이해와 수용의 마음을 갖는 것. 세상 사람들에게 깊은 사랑, 연민을 갖게 된 것에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다. 그런 나 자신이 되어갈 수 있어서ㅡ 이보다 더 큰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이 있을까?. 내가 아닌 타인을 이롭게 하는 것. 친절한 것. 돕는 것... 모든 건 다 내 안에 있다. 내 마음이 펼쳐놓는 현실이다. 마음이 만들어낸 영화다. 내가 친절하면 내 눈앞에 펼쳐진 세상은 친절한 현실이 나오게 되어있다.


진심으로 깨닫게 된 건, 화내서 무엇하나 하는 것이다. 화내서 도대체 그것이 내게 어떤 이로움이 있나? 전혀 없다. 무척이나 유해하다. 편도체가 활성화되면 몸에 즉각적인 반응이 일어난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뭐가 그리 중요할까? 너는 틀리고 나만 옳다는 것이 있는가? 옳고 그름이라고 할만한 진실이 과연 있는가?...


타인에게 친절할 때, 남을 도울 때, 진짜 행복해진다. 나 자신에 대한 사랑도 동시에 차오른다. 너와 나는 다르지 않다. 너와 나는 연결되어 있다. 내게 친절한 것이 타인에게 친절한 것이고 타인에게 친절한 것이 내게 친절한 것이다.


알아차려야 한다. 깨어있어야 한다. 친절해야 한다. 나 자신이 무한한 사랑 그 자체라는 걸 알아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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