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독서-1953
살아온 만큼의 시간 끝에
아슬아슬하게 한 발을 디디고,
의지가 개입할 겨를 없이,
서슴없이 남은 한 발을
허공으로 내딛는다.
특별히 우리가 용감해서가 아니라
그것밖엔 방법이 없기 때문에.
-흰,11p-
(한강/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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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시간이
내 뒤를 막아서고,
살아갈 시간이
내 앞에 열려 있으니,
다른 방법이 있겠는가?
오직 앞으로
걸어가는 수밖에.
삶의 용기 있는 자만이
나아갈 수 있는 게 아니다.
삶의 모든 순간
용기를 가진 사람도 없을 테니.
두렵고
걱정되고
불안하고
모호해도
서슴없이 한 발을
앞으로 내디뎌야 한다.
보폭이나
속도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행위 자체가
살아있음이고
내 삶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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