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치료사로서 다양한 대상군을 만날 수 있는데, 그중 나는 장애아동들과 정서적 어려움을 가진 친구들과 함께 울고 웃고 있다. 그 안엔 드라마 속 우영우와 같은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내담자도 있고, 금쪽같은 내 새끼에 자주 나오는 ADHD, 지적장애와 같이 다양한 장애진단을 받은 내담자가 있다. 정서적 어려움을 가진 내담자라면, 자기표현의 어려움이 있거나 불안, 우울, 혹은 청각적 예민함을 가진 내담자도 만나고 있다.
최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유행을 하기 시작하며, 주변에서 "네가 만나는 내담자도 저런 모습이야?"와 같은 질문을 참 많이 받는다. 사람들의 인식 속에 장애가 한걸음 가까워진 것이 피부로 와닿는 순간이다. 하지만 어떻게 그 관심이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을까. 어쩔 수 없는 사람들의 편견이 드라마를 통해 한층 더 생겨나는 건 아닌지 조심스럽다.
드라마 속 주인공 '우영우'는 자폐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자폐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는 발달성 장애로, 빠르면 18~24개월 사이에 진단된다. 사회적 상호작용의 장애, 언어성 및 비언어성 의사소통의 장애와 상동적 행동과 관심을 특징으로 한다. 이런 문제적 행동이 말 그대로 큰 스펙트럼에 걸쳐져 있다고 하여 자폐스펙트럼 장애라고 부른다. '우영우'가 고래에 푹 빠져있는 모습, 모든 감각이 예민해 사람들이 껴안는 것을 어려워하고 심지어 음식도 김밥만 먹는 모습, 다른 방에 들어가기 전에 손가락으로 숫자를 센다던가, 흐트러진 물건과 김밥을 정렬하는 모습 모두 실제 현장에서 만나는 내담자들과 비슷한 모습들이라는 생각이 들어 웃음이 피식 나곤 했다. 현재 만나고 있는 내담자 중 자폐스펙트럼을 진단받은 내담자가 여럿 있다. 그중 한 내담자는 '우영우'처럼 흐트러진 물건들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인다. 치료실 입실 전 종이컵의 개수를 맞춰놓아야 하고, 정수기를 손끝으로 두 번 두드린다. 치료실에 입실하고 나면 색연필이 색깔별로 정리가 되어있는지, 악기들이 흐트러지지 않고 잘 정리되어있는지 확인한 후 자리에 앉는다. 또 다른 내담자는 '우영우'처럼 반향어를 한다. 우영우는 인지기능이 좋아 스스로 반향어를 자제할 수 있지만, 내가 만나는 내담자는 그 정도 수준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선생님이 노래 시작하면, 00가 악기 연주해~!"하고 말하면, "00가 악기 연주해"라고 답한다. 사실 대답은 참 잘하는데, 실제 악기 연주까지 대답처럼 잘하는 일은 거의 없다.(^^)
'우영우'는 출근길, 외부의 소리를 차단하며 안정감을 느끼기 위해 헤드셋을 쓰고 고래 소리를 들으며 출근한다. 지하철에서 '우영우'의 앞을 많은 사람이 지나다니면, 불안한 '우영우'의 손끝이 모든 걸 말해준다. 현실에서도 지하철을 타고 다니다 보면 자폐스펙트럼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곤 한다. 지하철 첫 칸부터 끝 칸까지 반복하여 왔다 갔다 거리거나, 쇠로 된 손잡이에 얼굴을 가져다 대거나, 혼잣말을 하는 등 다양한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그때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곤 한다. 나는 현장에서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내담자를 많이 만나고 있고, 석사과정을 하며 장애에 대해 많이 공부하기도 했으니 그러려니 넘기곤 한다. 사실 그들의 충동성 또한 알고 있으니 먼저 경계하는 편인 것 같기도 하다. 사람들의 표정과 행동을 살펴보면 참 다양하다.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사람, 조용히 하라고 말하는 사람, 조용히 자리를 피하는 사람 등등. 장애가 있는데 왜 혼자 다니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제 장애를 가진 친구들 중 혼자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내담자도 있다. 돌발상황이 생기기 마련이긴 하지만, 그들에겐 반복되는 패턴을 유지하고자 하는 모습이 있어 신기하게도 길을 잃지는 않았다. 이 또한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만나는 내담자 중에도 주말마다 혼자 지하철 2호선을 타고 강남 여행을 즐기는 내담자가 있다. 신촌-이대-아현-충정로-시청-등등등 줄줄이 지하철역 이름을 외우고 있는 경우도 많다.
개인적으로 다양한 증상을 보이는 내담자들을 만나는 치료사로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가 유행하는 건 참 좋은 것 같다. 사람들의 인식 속에 '장애'에 대한 편견을 조금은 해소할 수 있는 드라마가 된 것 같아 좋다. 드라마 속 '우영우'의 주변에 '봄날의 햇살 최수연'도 있고 '새들도 아가양도 명석이도 잠을 자는 정명석'도 있고, '쿵 짝짝 쿵 짝짝 발맞춰주는 준호'도 있다. 아, '우영우'를 최고의 경쟁자로 생각하는 '권모술수 권민우'도 있다. '우영우'가 가진 모습들을 바꾸려고 하기보다 이해해주고, 배려해주려 하는 주변 인물들의 모습이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드라마를 통해 사람들이 자폐스펙트럼에 대해 이해하고, 일상에서 처음 만나는 자폐인에 대한 거부감을 아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었다면 성공한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어쩌면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기에 누군가에겐 마음이 더 어려워지는 일일 수 있다. 실제 만나는 내담자 보호자 중에도 오히려 사람들의 관심이 부담스럽다고 느껴지는 경우도 있으니까.
세상이 변화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다 보니 언어발달이 늦는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아이들이 미디어에 과다하게 노출되어 건강한 뇌 발달에도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참 아이러니하다. 세상은 발전하는데, 또 그 속에서 다양한 어려움이 생겨나는 듯하다. 세상이 변화하고 발전하는 만큼 사람들의 인식도 변화하고 발전하는 날이 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