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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캔디부부 Oct 30. 2022

'봄날의 햇살' 같은 음악치료사

최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유행하며 종일 인터넷 기사에 '자폐스펙트럼', '장애', '우영우'와 같은 단어가 오르내린다. 매일매일 장애가 있는 아동들을 만나는 치료사로서 반갑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아무도 말하지 않지만, 드라마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처음 '장애'라는 것을 접해보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내가 일하는 아동발달센터는 꽤 큰 상가에 있다. 같은 층에 소아과, 영어학원, 미술학원 등이 있어서 매일같이 수도 없이 많은 아이들이 오고 간다. 소아과에 가는 아이손을 잡은 부모님들도 많고, 아이를 학원에 데려다주는 할머니, 할아버지 등 덩달아 많은 사람이 오고 간다. 정서적 어려움으로 센터를 방문하는 아동도 많지만 그보다 장애진단을 받아 센터에서 학습을 하거나, 다양한 치료를 진행 중인 아동들이 더 많기 때문에 어쩌면 사람들이 아동들을 보고 낯설어하는 게 당연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소리를 지르며 뛰쳐나가거나, 자기의 머리를 아주 세게 때리거나, 알 수 없는 말을 반복하거나, 빙글빙글 도는 등 "왜 저러지?"라는 생각을 한 번쯤 하기에 충분한 것 같긴 하다.     


아동발달센터가 엘리베이터와 가까이 위치하고 있어, 센터를 방문하는 아동들을 다른 사람들이 마주하는 광경을 자주 목격한다. 함께 병원에 갔던 아이 손을 잡고 센터에서 나오는 아이와 거리를 두는 사람도 봤고, 내담자 보호자에게 "얘는 왜 이래요?"라고 묻는 아이도 봤다. 심지어 어떤 아주머니께서는 "얘는 어디가 이상한 거예요?"라고 묻기도 하더라.          


"나도 그런 거 만들어줘. 최강 동안 최수연 어때? 아니면, 최고 미녀 최수연?"

"아니야! 너 그런 거 아니야."

"그럼 난 뭔데?"

"너는.... 봄날의 햇살 같아. 로스쿨 다닐 때부터 그렇게 생각했어. 너는 나한테 강의실의 위치와 휴강 정보와 바뀐 시험 범위를 알려주고, 동기들이 날 놀리거나 속이거나 따돌리지 못하게 하려고 노력해. 지금도 너는 내 물병을 열어주고, 다음에 구내식당에 또 김밥이 나오면 나한테 알려주겠다고 해. 너는 밝고, 따뜻하고,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야. '봄날의 햇살' 최수연이야."     


드라마 주인공 '우영우' 옆에는 '봄날의 햇살 최수연'이 함께한다. '우영우'와 가까이 지내고 있지만, 강의실의 위치와 휴강 정보 그리고 바뀐 시험정보를 알려주는 것은 쉽지 않을 텐데. 게다가 동기들이 놀리거나, 속이거나 따돌리지 못하게 하려고 노력까지 하는 '봄날의 햇살 최수연'이다. 드라마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영우'도 다 알고 있다. '최수연'이 자신을 위해 어떤 행동을 하는지. 어떤 사람인지. 나는 이 부분을 수도 없이 돌려보며 '나도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매일같이 아이들을 만난다. 바닥에 침을 뱉는 아이, 갑자기 문을 열고 뛰쳐나가는 아이, 원하는 게 있지만 말로 할 수 없어 몸으로 모든 것을 표현하는 아이, 빙글빙글 도는 아이, 색연필을 천장으로 던지는 아이. 당황스러운 적이 참 많지만, 그럼에도 침착함을 유지하며 아이들과 정해진 시간을 함께 즐기고 있다. 매일같이 어떻게 해야 할지 어렵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렇기에 아이들을 더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하는 게 치료사의 모습이다. 드라마 속 '우영우'처럼 아이들도 다 느끼지 않을까?     


'우영우'의 주변엔 따뜻한 사람이 참 많다. 이 드라마가 유행하기 시작하며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유익이 있다면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가르쳐준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우리 주변엔 장애를 가진 사람이 많다. 그것이 신체적인 장애일 수도 있고, 정신적인 장애일 수도 있다. 나와 조금은 다르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만났을 때 "얘는 왜 이래요?", "얘는 어디가 이상한 거예요?"라고 묻기보다, 그들 옆에 따뜻한 사람이 되어주면 된다. 다름을 이해하고,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각종 매체가 도와주고 있으니 우리는 그대로 실천하면 되는 것이다. 드라마 속 '우영우'가 그랬듯 아마 길에서 만나게 되는 누군가도 말로 하지 못해도 다 느끼고 있을 것이다. 느껴지는 시선 속에서,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서 다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런 우리 주변의 '우영우'에게 '봄날의 햇살 최수연'이 되어준다면 참 좋을 것 같다.     


많은 아이들을 만나는 치료사로서, 나는 어떤 치료사가 되어야 할지 수도 없이 고민했던 것 같다. "선생님. 사랑해요."하고 다가오는 아이가 내가 아낌없이 주는 사랑을 느낀 것처럼, 아이들에게 '봄날의 햇살 최수연'과 같이 따뜻한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 일상생활에서 억압된 감정을 마음껏 표출하고, 음악을 통해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도록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그런 치료사가 되어주고 싶다.   

  

나도 너희들에게 '봄날의 햇살 최수연'같은 치료사가 되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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