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올림픽

by 사탕볼

입학식 한 게 어제 같은데 벌써 1학년도 다 끝나간다.

엄마 보고 싶다고 아침부터 울던 진주도, 교실을 못 찾아와서 복도에서 헤매던 유라도, 부딪히기만 해도 자기를 때렸다고 일러주는 승원이도.

모두 학교 물을 1년 먹었다고 이제 진짜 학생이 된 것 같다.


요즘 교과서엔 놀이가 참 많이 나온다. 아이들 21명을 데리고 놀이를 하기란 쉽지만은 않다.

"놀이나 게임도 우리에겐 공부예요. 규칙을 알고 거기에 따라 함께 즐겁게 참여하는 것이 배워야 하는 가장 중요한 것이고 이 안에 있는 공부 내용은 하다 보면 저절로 배워지는 거니까 우리 싸우지 말고 즐겁게 해요."

이 말은 그냥 허공에 대고 나 혼자 하는 말이다.

아이들에게 전혀 이해되지 않는 다른 나라 말.

우리 편이 지면 화내고 실수한 자기편 친구한테 짜증 부리고 친구한테 한 소리 들은 아이는 또 울고...

이 루틴의 무한반복이다.

그래도 교육의 힘은 무섭다.

"주호야, 상우한테 그러지 마. 게임은 재밌으려고 하는 거잖아. 질 수도 있지."

기특한 것.

"자꾸 너희들 이렇게 싸우면 선생님이 게임 안 시켜줄 수도 있단 말이야."

아이고. 그래서 그러는구나 ㅎㅎㅎㅎ


세 수의 덧셈 마지막 차시.

친구 3명씩 팀을 이루어 멀리 있는 수박 과녁에 콩주머니를 던진다.

빨간 수박 안쪽에 넣으면 5점, 흰 부분에 넣으면 3점, 초록 껍질 부분에 넣으면 1점, 바깥에 나가면 0점.

"선생님, 선 위에 떨어지면 어떻게 해요?"

"좋은 질문이에요. 선에 조금이라도 걸쳐지면 높은 점수로 인정해 줍니다."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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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팀.

3점, 3점, 1점.

"이 팀의 점수를 함께 계산해 볼까요? 3 더하기 3 더하기 1을 해봅시다. 3과 3을 먼저 더하면?"

" 6!"

"6에 다시 1을 더하면?"

"7!"

"정답!"

다음 팀이 준비한다.

첫 번째 선수 1점. 다음 선수의 어깨가 무겁다.

"와!! 5점!"

"아니거든! 흰 데 있으니까 3점이거든!"

수박 과녁으로 가까이 다가가는 선수를 관중이 제지한다.

"가까이 가면 안 돼. 그대로 놔둬."

혹시라도 과녁판이나 콩주머니를 건드리는 불상사를 막는 현명한 어린이다.

"선생님이 봐주세요. 아니 그.... 카메라 테스트 하는 거 있잖아요. 그거 해주세요."

이런 국제경기가 있나. 비디오 판독을 위해 나는 조심해서 과녁 가까이 가서 절대 그 천을 밞지 않고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다. 이 사진을 컴퓨터로 옮겨 TV에 띄워서 모두 같이 보게 한다.

"봐! 선에 안 닿았잖아."

선수도 깨끗이 인정한다.

"맞네. 나 3점이다."

게임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학년 초와 확연히 다르다.

물이 다 빠져나가는 것 같아도 계속 물을 주다 보면 어느새 자라 있는 콩나물처럼 아이들은 그새 훌쩍 자라 있다.


교육은 콩나물시루에 물 붓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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