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 거부

by 사탕볼

교무실에서 아침부터 출력하느라 바쁜 볼선생.

1학년은 흑백으로 주면 학습지를 쳐다도 안 본다. 칼라로 알록달록하게 줘야 한 번 슬쩍 봐줄까 말까.

빨리 출력하고 어서 교실로 가야 해서 마음이 바쁘다.

교실에 어떤 난리가 났을지 모른다.


바쁜 중에 걸려온 전화.

이 시간에 오는 전화는 주로 병원 갔다가 늦게 등교하거나 아파서 결석하거나 둘 중 하나다.

"네. 어머니."

"선생님. 학교에서 시윤이 무슨 일 있어요?"

다짜고짜 언성이 높다. 주의경보.

"어머니, 시윤이 학교에서는 즐겁게 생활 잘하고 있습니다. 무슨 일 있으신가요?"

"아니 애가 아침에 학교 가기 싫다고 울고 떼쓰는데 왜 이러는지 몰라."

평소에도 말이 살짝 짧으시다. (나보다 한 살 어리신데... 왠지 기분이 좋다. 하하하하)

"학교에 일단 달래서 보내시면 제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나는 일하러 나왔고 할아버지가 데려다주시는데 안 가겠다고 저러고 있으니."

집은 학교와 2차선 횡단보도 하나를 사이에 둔 아파트.

"네. 학교에 오면 잘 달래 보겠습니다."

"안 가겠다 하니 방법이 없어서 큰 일이네."

데리러 오란 뜻인가....

"제가 잘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우리 애는 차분히 조곤조곤 물으면 대답을 잘해요."

"네. 이야기해 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교실에 돌아와서 시윤이가 잘 오고 있나 살피려는데 복도에서부터 괴성이 들린다. 남학생들이 사람이 아닌 다른 동물의 소리를 내며 뛰어온다. 어느 날은 사자, 어느 날은 고라니. 오늘은 공룡 소리. 그 속에 시윤이도 함께다.

"시윤아, 잠깐만~."

"왜요?"

숨을 헐떡이며 다가온다.

"아침에 학교 가기 싫었어? 다른 친구들은 자리에서 책 준비하세요."

친구들이 옆에 있어서 울었다는 말은 생략.

"왜 학교 가기 싫었어? 학교에 혹시 어렵고 힘든 일 있어?"

"네."

아니! 이런! 내가 제대로 못 살핀 문제가 있었구나.

"시윤아, 뭐가 힘들었어? 선생님이 도와줄게. 이야기해 볼래?"

"축구요."

"축구하는데 누가 괴롭혀? 싸웠어?"

"아니오. 축구가 잘 안 돼서요."

이 말을 하면서 울음을 참는 모습을 보고 안 웃을 수 있는 나는 진정한 프로.

"시윤아, 손흥민 선수도 처음부터 축구를 잘하진 않았어. 연습을 자꾸 하면 너도 잘 할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알았지?"


등교 거부의 원인이 축구 실력이 맘처럼 늘지 않아서였다니. 믿을 수 없이 웃기다.

혹시 10개 묶음이 이해 안 되는 건 고민되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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