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선생의 학급 특색은 '책 읽어주는 선생님'이다.
국어 시간,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해 매일 그림책을 한 권씩 읽어준다.
어떤 활동이든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우선 교사가 재미있어야 한다.
볼선생은 그림책을 좋아한다.
사실 읽어줄 책 선정도 내가 재미있는 책을 고른다. ㅎㅎㅎ
아직 정신연령이 1학년인 건지 내가 재미있으면 아이들도 재미있어한다.
교실에 있는 학교책은 이미 아이들이 읽은 책이기 때문에 거기서는 고르지 않고 지역 도서관에서 매주 대출해 온 책을 읽어준다. 빌려와서도 꼭꼭 숨겨두었다가 읽어줄 때 짠 하고 꺼낸다.
"선생님 저 이 책 집에 있어요. 읽어봤어요."
"그래도 처음 보는 것처럼 해주세요. 뒤에 이야기 미리 하는 거 금지~."
표지를 살펴보고 제목을 함께 읽고 나면 이제 볼선생의 1인극이 시작된다.
책을 읽는 중에 어느 순간 아이들은 책 속으로 쏙 들어간다.
"눈보라가 너무 불쌍해요."
"총까지 쏘는 건 너무 하잖아요."
이 순간에는 환경을 잘 보호해야겠지요? 환경을 보호하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같은 교훈적 이야기를 절대 섞지 않는다. 이런 말은 내가 하지 않아도 다 읽고 나면 아이들 입에서 나온다.
다른 선생님들이 보시면 엥? 뭐야? 하실지 모르겠지만 난 그냥 책 읽는 재미를 알게 하고 싶을 뿐이다.
그 뒤에 책에서 얻을 교훈은 스스로 찾으면 된다.
내 독서 지도에서 제일 중요한 건 책 읽는 재미다.
책 읽는 것이 숙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내 독서지도의 원칙이다. 그래서 독후감 쓰기도 안 한다.
선생한테 책 한 권 주고 독후감 쓰라고 해도 딱 읽기 싫을 건데 이제 책을 처음 읽는 아이들한테 게다가 글자도 이제 배운 아이들한테 아무리 짧더라도 독후감은 부담이다.
볼선생이 읽어준 책은 학급도서 책장에 섞어서 꽂아두지 않고 교실 앞 책 전시대에 따로 모아놓는다. 한 번 선생님이 읽어준 책을 아이들이 읽고 또 읽는다. 인기 좋은 책은 순서를 기다려야 읽을 수 있다.
그럼 볼선생의 교실에선 독후활동을 전혀 하지 않느냐. 그건 아니다.
10권의 책을 읽고 나면 제일 재미있었던 책에 스티커 붙이기를 한다.
아이들이 차례로 나와 스티커를 2개씩 붙이는 활동은 우리 반의 중요한 행사이다. 한 권에 2개를 다 붙여도 되고 하나씩 2권에 붙여도 된다.
"승주야, 팔팔 어묵탕에 붙여. 그거 1등 시키자."
자기가 좋아하는 책 1등을 시키고 싶어서 불법선거운동을 한다. 1등 된다고 해도 아무것도 없는데 말이다.
"각자 자기가 재미있었던 책에 붙이는 거니까 자기 맘대로 붙이세요. 친구한테 어디 붙이라고 하지 마세요."
스티커를 다 붙이면 벽에 스티커판을 게시한다. 한 학기 동안 우리가 함께 읽은 책이 한눈에 보인다.
아이들은 삼삼오오 스티커판 앞에서 무슨 책이 재밌었다 서로 이야기도 나누고, 엄마한테 저 책 사달라고 할 거야라고 하며 책 제목을 적어 가기도 한다.
한 학기를 마치고 100권의 책이 모였다
이 중에서 제일 스티커가 많이 붙은 순서대로 4권을 골라 1학기 최고 인기책을 뽑는다.
"우리가 읽은 책 중에 제일 인기 많았던 책 4권을 골라서 왕중왕전을 할 거예요. 이번에는 특별히 스티커 3개씩 줄 테니 자기가 좋아하는 책에 3개를 다 붙여도 되고 각각 붙여도 되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붙이세요."
스티커 1개 더 준다는 말에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른다. 귀여운 것들 ㅎㅎㅎ
손에 땀을 쥐고 바라보는 인기책 투표.
1학기 최고 인기책은 '눈보라'가 차지하게 되었다.
"1학기에 읽은 책 중 1등은 '눈보라'가 뽑혔습니다. 박수~."
아이들은 신나서 손뼉을 치고 볼선생은 손으로 그려 만든 1등 트로피 그림을 눈보라 책에 붙인다.
"선생님! 1등만 붙여주면 다른 책들이 불쌍하잖아요. 그래도 2,3,4등인데."
"2,3,4등 그림도 붙여주세요."
아.... 괜히 그렸나. 그냥 출력해서 붙일걸....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은 스티커판 앞에 모여든다.
"우리가 책을 이렇게 많이 읽었어?"
아이들의 입에서 스스로를 칭찬하는 말이 나온다.
너는 듣고 내가 읽었는데??....
나는 내가 칭찬해야지.
한 학기 동안 아이들 책 읽어주느라 수고했어. 볼선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