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돌 콩국수와 냉우동

day 4-2

by 달보


나는 맛집 기다리는 걸 이해 못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젓가락으로 들면 한 덩어리째로 올라오는 불고 식은 짜장면도 맛있게 먹는 사람이다. 여태 맛집이라며 수십 분 이상 웨이팅한 식당에서 그 시간만큼의 값어치를 하는 음식을 만나본 적이 거의 없었다. 내 생각에 맛집에서 파는 음식은 여느 식당보다 특별히 더 맛있다기보다는 구성이나 음식 자체가 독특할 뿐이었다. 순수한 맛만 따지자면 이 세상에 널리고 널린 게 맛집이지 않을까 싶다.


이번 제주도 여행에서는 블로그 맛집 리뷰를 보지 않았다. 리뷰가 수천 개 달린 맛집은 웨이팅이 기본이었다. 예전에 가봤던 곳들도 많이 겹쳤다. 대신 네이버 지도에서 '식당'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 나온 곳 중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곳을 선별했다.


1. 리뷰가 300개 미만일 것.

2. 외관이 노포에 가까울 것.


특히 두 번째 조건은 필수였다. 현대식 건물에 화려하게 치장한 맛없는 빌딩보다는, 딱 봐도 낡아서 왠지 현금 결제 시 할인을 해줄 것만 같은 식당에 직감적인 신뢰를 느끼는 편이다.


아침에 북카페 산방서림에서 시간을 보낸 다음 끼니를 해결코자 찾아간 '명경식당'은 그렇게 알게 된 곳이었다. 대표 메뉴가 맷돌콩국수와 냉우동이었다. 중국집치고는 특이한 조합이라 더욱 끌렸다. 온라인 지표상으론 썩 유명하지 않아 보여도 왠지 현지인들이 많이 찾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곳으로 가는 동안 미세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식당 마당이자 주차장인 곳에는 딱 한 자리 남아 있었다. 주차 공간이 있다는 안도감과 안에 손님이 가득 차 있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동시에 밀려왔다. 트렁크에서 접힌 유모차를 꺼내 현이를 품에 안은 아내를 뒤따라 들어갔다. 손님으로 적잖이 붐볐으나 다행히 만석은 아니었다.


테이블마다 결제 기능이 탑재된 키오스크가 설치되어 있었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식당이라면 추천 메뉴를 주문하는 게 안전할 것 같았다. 맷돌 콩국수, 냉우동, 미니 탕수육을 결제하는 사이 단체 한 팀과 동네 주민으로 보이는 손님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쳤다. 아내와 눈빛을 주고받으며 희미한 쾌감을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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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콩국수를 사랑한다. 어릴 때 부모님이 동네 중국집에서 콩국수를 배달시킨 적이 있었다. 그때 먹자마자 특유의 고소한 맛에 매료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콩국수는 유서 깊고 자부심 강한 식당에서 파는 비싸고 녹진한 콩국수가 아니라, 동네 평범한 중국집에서 파는 듯한 싼마이(?) 느낌이 물씬 풍기는 콩국수다.


명경식당의 콩국수는 평범한 콩국수 같으면서도 어딘가 특별한 구석이 있었다. 진득해 보이는 국물에 흩뿌려진 콩가루부터가 그랬다. 살짝 두툼한 면은 감자 옹심이처럼 쫄깃했다. 콩국수만 보면 환장하는 나를 위해 아내는 자연스레 냉우동을 전담했다.


우린 각자의 음식을 앞접시에 고이 덜어 교환했다. 냉우동은 맛있는 음식이라기보다는 별미에 가까운 음식이었다. 간이 슴슴한 차디찬 김칫국에 쫄깃한 우동사리를 말아 먹는 느낌이었다. 워낙 콩국수라면 환장하는 나이기에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맷돌 콩국수를 택하겠지만, 다시 방문한다면 냉우동을 차마 포기하기도 힘들 것 같았다. 서로 결이 다른 맛의 조합이 꽤 괜찮았다. 내 기준에 명경식당은 5점 만점에 4.59 정도는 줄 만했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송악산 둘레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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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보가 쓴 책 : 『신혼이지만 각방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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