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보 2시간전

여보, 나 출간 제안 들어왔어

ep 15. 출간 제안 그리고 예약판매


처음으로 투고했을 때 돌아온 출판사의 반응은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는 무응답이었습니다. 투고메일을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도 없는 출판사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원고접수가 정상적으로 되었다는 자동응답 형식의 답변메일이었습니다. 대개는 대형 출판사들이 그러했습니다. 세 번째는 거절사유가 담긴 메일이었습니다. 다들 하나 같이 짜기라도 한 듯 '출간 방향과 맞지 않아 진행이 어렵다'라는 문구가 주를 이뤘습니다.


실은 두 번째 투고도 출판사의 반응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극히 일부의 출판사들이 거절의 답변을 보내올 것이고, 그보다 좀 더 많은 출판사들이 원고접수가 정상적으로 되었다는 메일을 보내올 것이고, 나머지는 아예 답변조차 없을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투고한 지 불과 단 하루 만에 여태껏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던 형식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처음 그 메일의 알람이 떴을 때는 시큰둥했습니다. 투고를 한 지 하루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응답 메일 아니면 출간하기 어렵다는 메일일 줄 알았습니다. 근데 눈이 커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일단 장문이었습니다. 보통 컴퓨터로 메일을 열람하면 전체 내용이 한눈에 들어오는 게 보통이었습니다. 하지만 본문 텍스트가 보이지 않는 곳까지 이어지길래 낌새가 이상하다 싶었습니다. 마우스 휠 스크롤을 내려도 계속 내려갔습니다.


바닥을 확인 후에 다시 위로 올라가 첫 줄부터 천천히 읽어 내려가는데 시작부터 원고를 칭찬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설마 출간계약을 하자는 소린가 싶었지만 출간계약에 대한 언급은 일단 본문 상단부에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계속 읽어 나갔습니다. 하루 만에 온 메일 치고는 이미 제 원고를 다 읽기라도 한 듯 제목, 목차, 소제목, 본문 내용 등에 대한 피드백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뭐지?' 싶으면서도 그즈음부턴 점점 청신호에 가깝다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끝까지 다 읽고 나니 거절하는 메일이 아니었습니다. 출간 계약 의사가 있다는 메일이었습니다. 순간 만세를 부르고 싶었습니다. 출간의 기회가 바로 코 앞에 다가왔단 사실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한 가지 걸리는 부분이 있긴 했지만요. 그게 뭐였냐면 '예약판매'라는 단어였습니다. 예약판매?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습니다. 그 밑에는 세 가지 안도 있었는데 내용이 길었던 관계로 일단은 나중에 다시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들뜬 기분이 쉽게 가라앉질 않았습니다. 조건을 떠나 수락만 하면 제가 쓴 글이 책으로 만들어져 서점 한 편에 꽂힌다고 생각하니 그것만으로도 설렜습니다.


이전에 브런치를 통해 출간 제안이 들어왔을 땐 아내에게 말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땐 뭔가 확신이 없어서 괜히 말했다가 김칫국만 들이마실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이번엔 아니었습니다. 바로 말해도 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날은 퇴근 후에 카페로 들르지 않고 아내에게 소식을 알리고자 바로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집에 들어서니 거실에 있는 아내가 보였습니다.


"여보, 나 출간제안 들어왔어." 


아내는 그 말을 듣자마자 얼굴에 화색이 돌았습니다. 저흰 그 자리에서 서로 부둥켜안았습니다. 아내는 수고했다며 제 등을 토닥여줬고 저는 말없이 웃기만 했습니다. 아내에게 이 기쁜 소식을 전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습니다. 지난번에 출간제안이 들어왔을 때도 가장 먼저 아내 생각이 나서 곧바로 말하고 싶었는데, 확신이 서지 않아 참느라고 애썼던 게 생각나서 더 그랬던 거 같아요.


그러나 저는 좀 더 신중해야 했습니다. 왜냐하면 바로 계약하고픈 마음을 겨우 가라앉히고, 예약판매라는 게 뭔지 조사하던 도중 꺼림칙한 글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에세이 출간 안내]

<신혼이지만 각방을 씁니다>

이전 14화 두려움을 무릅쓰고 두 번째 투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