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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Nov 14. 2024

드디어 주말에 보는구나?

letter 4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재주는 없어 보였는데.


그동안 '카톡이 끊기지 않았다'라는 좁디좁은 숨구멍으로 겨우 생명을 연장하고 있기라도 한 사람처럼 지냈어. 그런데 지나가던 천사가 그 불쌍한 나를 발견하고는 숨구멍을 양손으로 확 벌려주기라도 한 듯 마음이 시원해지는 연락을 받았지. 주말에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아침에 일어나면 학교 가서 강의 듣고, 밤엔 카페 가서 밀린 과제 하느라 밤새고, 가끔 애들이랑 술도 마시면서 겉으로는 멀쩡한 척했어. 하지만 마음으로는 니 생각으로 가득했던 것 같아. 나중에 만나면 어디서 보는 게 좋을까. 이렇게 만나지 못하고 허무하게 끝나는 건 아닐까. 넌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난 너의 어떤 부분이 좋아서 짝사랑하듯 마음을 키워가고 있을까. 우리의 관계는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는 걸까.


니 이야기는 아직 아무한테도 안 했어. 널 소개받고 하루 만에 만난 것과 그 후 내 세상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기 시작한 게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말할 새도 없었지. 지금 같은 상황에서 떠벌려봤자 딱히 좋을 게 없기도 하고. 온갖 억측으로 인해 마음만 더 복잡해질 것 같았거든.


만약 니가 이 편지를 읽게 된다면 '겨우 한 번 만났을 뿐인데 이런 편지를 쓰고 있었다니 미친놈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도 같아. 나였어도 그랬을 것 같아. 하지만 이게 진심인 걸 어쩌겠어. 겨우 한 번 만난 게 다지만 내 마음이 이런 것을. 고작 한 번 뿐이긴 해도 너라는 사람을 잠시나마 경험한 데서 비롯된 마음이라는 것에 난 의의를 두고 있어.


한 번이라는 횟수는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 진짜 중요한 건 마음이지. 원리를 설명할 순 없어도 홧김에 일어난 마음이 아니라는 것만큼은 확신할 수 있어. 그게 아니면 이렇게 긴 글을 쓸 리가 없잖아. 과제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데. 그런 만큼 니가 연락 왔을 땐 진짜 기뻤어. 다음 주 정돈 돼야 볼 수 있을까 싶었는데 거의 일주일 만인 이번 주 주말에 보자고 했으니까.


근데 뭐라고?

친구랑 같이 보자고?

그것도 두 명씩이나 데리고 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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