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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은 늘 거짓말을 한다

by 하늘나루

거울에 비친 당신의 모습은 진짜가 아니다.


물론 진짜라고 느낄 것이다.

눈이나 머리카락, 심지어 점까지 다른 것 하나 없는데 무엇이 가짜라는 말인가?


그렇지만 생각해 보아라.

슬픈 날에도 즐거운 날에도 거울 속 모습은 늘 그대로다.

이상하지 않은가?


환하게 웃는 얼굴 뒤에 숨은 땀과 눈물도

무표정 뒤에 숨은 설렘과 사랑도 전혀 보여주지 않는다.


거리에는 10년째 연주 중인 음악가가 한 명 있다.

아직 이름은 없지만 악기를 향한 열정만큼은 누구보다 강하다.

하지만 그가 거울 앞에 섰을 때, 거울은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았다.

그가 가진 열기와 불꽃,

그리고 누구보다 커다란 흰 날개도 거울에는 비치지 않았다.


어제 헤어진 동생의 먹구름도,

다섯 번 본 면접에 합격한 삼촌의 무지개도

태어난 지 한 달 된 아기의 푸르른 숲도

어느 하나 보이는 것이 없었다.


이래놓고도 거울에 비친 모습이 진짜라고 할 수 있겠는가?

난 그만 돌을 던져 거울을 깨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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