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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석 Feb 05. 2022

시원한 바람 부는 저녁산책을 가요

그대와 함께 걷는 이 시간이 좋아요


작년 4월 아내의 암 판정 후 5월에 암을 제거하는 큰 수술이 있었다. 암 덩어리는 꽤 컸고 자궁과 함께 여러 기관과 부위를 들어냈다. 갑작스러운 암 판정과 이어진 수술에 아내와 저는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힘들었다. 해야만 했고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수술이었기에 병원에서 하라는 대로 해야 하는 그 시간이 우리 부부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시간이었다. 더욱이 둘째 유민이가 일찍 태어나며 여러 어려운 상황들을 수년간 병원에서 겪었던 우리는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마음이 참 힘들었다. 왜 우리에게 이런 고통이 오는지도 이해할 수 없었고. 교회 찬양팀에서 묵묵히 반주하며 최선을 다해 섬기던 아내의 수고를 알기에 이 일이 더욱 원망스러웠다. 


그렇게 5월, 6월, 시간이 흐르며 집 안에서 아내의 빈자리가 점점 커져갔다. 아이들을 챙기고, 식사를 준비하고, 설거지하고, 빨래하며 집안일은 오롯이 내 몫이 되었고 저녁에 아내와 함께 강아지 토리를 산책했던 일도 내 몫이 되었다. 산책할 때면 늘 옆에 있던 아내가 생각이 났다. 특히 엄마를 제일 좋아했던 토리는 나와 산책하는 게 왠지 아쉬운 듯 보였다. 그렇게 산책하며 지난 시간들을 그리워는 마음에 흥얼거리기 시작했는데 문득 그 멜로디를 노래로 만들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잘 치지도 못하는 피아노 앞에 앉아 멜로디를 만들고 악보를 만들었다. 힘든 상황에서 그 시간들은 나름의 도피처였다. 그러다 욕심이 생겨 음반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쳐있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할 수 있다는 마음을 보여주고 싶었고 이 일을 통해 잠시나마 행복하고 싶었다. 


노래가 어느 정도 완성이 되어 MR을 만들어 인스트링뮤직을 운영하고 계시는 이철희 집사님께 음원과 악보를 드리고 자문을 구했다. 그런데 집사님이 들어 보시고 선뜻 도움을 주시겠다고 하셨다. 이후 파주에서 천안을 오가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녹음을 하며 곡을 만들어갔다.


'저녁 산책'은 이렇게 세상에 나왔다. 힘든 시간이 담겨 있고 아내의 빈자리를 그리워하며 지난 시간을 추억하는 노래다. 음반이 우연찮게 아내의 방사선 치료 마지막 날에 나왔다. 아직 임상 항암치료가 3회 남아있지만 힘든 치료는 방사선 치료가 마지막이면 좋겠다. 


다시 저녁 산책을 함께할 그 시간을 기다리며 이 노래를 사랑하는 아내에게 바친다.





저녁산책


시원한 바람 부는

저녁 산책을 가요

그대와 함께 걷는

발걸음이 좋아요


지난 옛이야기

생각이 나면

우리 추억들로 

이 밤을 걸어요


작은 골목길 따라

저녁 산책을 가요

그대와 함께 걷는

이 시간이 좋아요


지난 옛이야기

생각이 나면

우리 시간들은 

별이 되어요


함께했던 날들

힘겨운 시간들

우리 이제 걸어요

이 밤을 나눠요


지난 옛이야기

생각이 나면

우리 추억들로 

이 밤을 걸어요


지난 옛이야기

생각이 나면

우리 시간들은 

별이 되어요




#저녁산책 #도마 #doma


멜론: https://www.melon.com/album/detail.htm?albumId=10845902

지니: https://www.genie.co.kr/detail/albumInfo?axnm=82485012

벅스: https://music.bugs.co.kr/album/20446048?wl_ref=list_tr_11_search

소리바다: https://www.soribada.com/music/album/KD0181561

네이버 바이브: https://vibe.naver.com/album/6951987

FLO: https://www.music-flo.com/detail/album/edoiiazae/albumtr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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