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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 중독 벌꿀오소리: 교만의 끝

by CAPRICORN

Fact | 벌꿀오소리 특징

겁 없는 동물: 벌꿀오소리(Mellivora capensis)는 작고 연약한 몸집(10kg)에도 불구하고, 사자나 하이에나 같은 대형 포식자에게도 물러서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겁 없는 동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독 내성: 살모사, 코브라 같은 독사의 독에도 내성이 있어, 물려도 잠시 기절했다가 금세 회복한다.

벌꿀 애호가: 벌꿀을 좋아해 꿀벌의 벌집을 파괴하며 꿀, 애벌레 등을 먹는다. 두꺼운 피부와 독 내성 덕분에 꿀벌의 공격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꿀길잡이새와 공생: 꿀길잡이새(Honeyguide)는 벌집 위치를 알려주고, 벌꿀오소리는 벌집을 열어주는 상호 공생 관계를 맺고 있다.


Question

벌꿀오소리는 처음부터 독에 강했을까, 아니면 끊임없는 생존의 싸움 속에서 내성을 얻었을까?

왜 그는 이토록 대담하고 공격적인 성격을 가지게 되었을까?

작은 몸집으로 살아남기 위해 이런 성격과 능력이 필수적이었던 걸까?




도파민 중독 벌꿀오소리: 교만의 끝

벌꿀오소리는 작고 연약한 몸집을 가졌지만, 꿀을 향한 집념은 누구보다 강했다. 꿀벌의 벌집을 습격하려다 날카로운 침에 온몸이 쑤시고, 상처투성이가 되는 일이 반복되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다른 오소리들은 그의 시도를 비웃었다.
"네가 꿀을 딸 수 있을 리가 없어."
그는 대꾸하지 않았다. 매번 기절하고 쫓겨났지만, 다시 도전했다.

그는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시도를 영상으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실패하는 모습만 찍혔다. 벌떼에 쫓기며 굴러다니고, 기절한 채 깨어나는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영상은 점차 쌓였지만 조회수는 처참했다. 구독자도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영상을 계속 올렸다.

시간이 흐르며 그의 몸에는 변화가 찾아왔다. 꿀벌의 독침이 점점 아프지 않게 느껴졌다. 몸이 독에 무감각해진 것이다. 처음엔 두려웠던 벌떼가 이제 느리고 둔하게 보였다. 결국, 그는 마침내 벌집에서 꿀을 따는 데 성공했다.

이 영상은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꿀벌을 상대로 달콤한 승리를 거둔 모습은 모두의 이목을 끌었다.
그의 채널은 빠르게 성장했다. 구독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그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독사와 싸우는 건 어떨까?"
그는 위험한 독사들을 상대로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독사에게 물려도 금세 회복해 다시 싸웠고, 독사를 제압하는 영상은 또 한 번 화제를 모았다. 그의 채널은 자연계와 인간 세계 모두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점점 더 큰 자극을 찾았다.
강가에서 아기 악어를 발견했을 때, 그는 잔혹한 계획을 떠올렸다.
"아기를 이용하면 엄마 악어를 끌어낼 수 있겠군."

벌꿀오소리는 아기 악어를 잡아 울게 만들었다.
울음소리가 퍼지자, 물속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천천히 떠올랐다. 엄마 악어였다.

그는 카메라를 켜며 말했다.
"오늘은 엄마 악어와의 싸움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싸움은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엄마 악어는 거대한 턱으로 그를 물어뜯으려 했지만, 그는 빠른 움직임으로 피했다. 발톱으로 공격했지만 악어의 두꺼운 피부를 뚫을 수는 없었다.
몇 분의 대결 끝에, 악어는 지쳤고, 벌꿀오소리는 그녀의 머리 위로 올라섰다.

이 영상은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했지만, 동시에 비난도 쏟아졌다.
"선을 넘었다."
"아기 악어를 미끼로 쓰다니, 이건 너무 잔인해."

그는 비난에 개의치 않았다.
"조회수가 답이야. 모두 내가 뭘 하든 보고 싶어 하잖아."

그는 더 큰 도전을 준비했다. 이번에는 호랑이였다.
며칠간 호랑이를 관찰한 그는 스스로를 설득했다.
"생각보다 얌전하네. 별거 없겠어."

그는 생중계를 켜고 호랑이를 도발했다. 나뭇가지를 부러뜨리고 소리를 냈다.
호랑이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노랗고 깊은 눈동자가 그를 가만히 응시했다.

시간이 멈춘 듯한 정적.
벌꿀오소리는 자신도 모르게 긴장을 느꼈다.
"왜 저렇게 조용하지?"

호랑이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움직임은 느렸지만, 그 안엔 불길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그는 호랑이의 한 발 한 발이 얼마나 무겁고 강렬한지를 느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리고 그 순간, 호랑이의 눈빛이 변했다.
그저 관찰만 하던 눈빛에서, 사냥꾼의 본능이 깨어나는 듯한 냉혹함이 느껴졌다.
벌꿀오소리는 직감적으로 알았다.
"이건 잘못됐다."

호랑이는 번개처럼 빠르게 움직였다. 벌꿀오소리는 반격할 틈도 없이 호랑이의 그림자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강렬한 발톱 공격이 그를 단숨에 쓰러뜨렸다.

생중계 화면은 호랑이가 벌꿀오소리 위에 서 있는 모습을 끝으로 종료되었다.

벌꿀오소리의 죽음은 큰 충격을 주었지만, 사람들은 금세 다른 자극적인 콘텐츠로 관심을 돌렸다.
"벌꿀오소리? 그런 채널 있었지. 근데 이 영상 봤어? 진짜 대박이야!"

호랑이는 다시 자신의 영역으로 돌아갔다.
자연은 여전히 조용했지만, 교만했던 벌꿀오소리는 더 이상 그곳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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