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달, 즐기기엔 그 시간이 너무 소중하고 짧다.
Fact
장수풍뎅이는 여름철 짧은 성충 시기를 살아간다. 일반적으로 78월 약 2달 정도만 생존한다.
수컷 장수풍뎅이는 큰 뿔(角)을 이용해 다른 수컷과 싸워 암컷의 짝짓기 기회를 얻는다.
수액을 매우 좋아해, 수목에서 나오는 단내(단풍나무, 상수리나무 등)를 먹는다.
애벌레 시기에는 1~2년을 땅속에서 보내지만, 성충이 된 이후엔 번식에 집중하며 생을 마친다.
자연 상태에서는 야행성으로, 주로 밤에 활동하며 빛을 따라 움직인다.
한국에서는 여름방학마다 수집곤충 1위로 인기 있다. 흔히 아이들에 의해 채집되거나, 사육용으로 판매된다.
Question
단 2개월을 위해 1~2년을 준비한 생, 그 짧은 시간 동안 온 힘을 다해 싸우고 사랑하고 날아다니는 풍뎅이의 삶은, 비효율적일까? 아니면 가장 뜨거운 순간일까?
장수풍뎅이의 싸움은 ‘번식’을 위한 본능이지만, 우리는 그 모습을 ‘남성성’과 연결해 해석한다. 그건 인간의 투영일까, 혹은 보편적 생명의 전략일까?
도파민처럼 본능적 쾌락을 좇는 풍뎅이의 하루는, 개미의 삶과 비교했을 때 무책임한가? 혹은 더 충실한가?
우리는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순간을 얼마나 ‘풍뎅이처럼’ 뜨겁게 살고 있는가?
개미굴을 향해 오늘도 열심히 거닐던 개미는 문득 고개를 들었다. 오늘도 장수풍뎅이들은 암컷을 두고 뿔이 부서져라 싸우고 있었다. 여름이 되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그들은 항상 싸웠다. 길가다가 목격되는 그들은 대부분 싸우거나, 개미들이 채집하던 수액을 먹고 있거나, 암컷과 관계를 맺고 있었고 굉장히 본능적이었다. 그리고 개미는 그냥 그 모습이 부러웠다. 저렇게 본능적인 삶을 살다니. 개미는 공동체의 삶을 사는 동물이었다. 그런 그가 장수풍뎅이의 삶을 이해하기란 어려웠다.
“오늘도 참 즐거워보이네.”
개미는 혼잣말처럼 중얼였다. 비아냥과 부러움이 섞인 말이었다.
풍뎅씨에게도 그말이 들리지 않을리 없었다. 그러나 싸움을 멈출 수는 없었다. 뜨거운 여름, 부대끼는 뿔, 그리고 그 뿔을 뒤집었을 때의 성취감. 그건 풍뎅씨의 낛, 삶 그 자체였다. 개미의 삶이 규율과 협력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풍뎅씨의 삶은 경쟁과 본능 그 자체였다.
풍뎅씨에겐 목표가 있었다. 누구보다 강해야 했고, 누구보다 더 단 것을 먹어야 했고, 누구보다 더 많은 암컷과 관계를 맺어야 했다.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딱 두 달. 그것이 장수풍뎅이에게 주어진 세상의 시간이었다. 여름만 살아내기에 더 절실하게 목이 터져라 울어대는 매미들 처럼 말이다.
그 두 달은 짧지만 길었다. 하루에 풍뎅씨는 두 번씩 싸움을 벌였다. 수액 맛집을 찾아 나무 위를 날아다녔고, 강한 수컷을 쓰러뜨린 뒤에는 암컷을 향해 구애를 했다. 하루는 바빴다. 세상 밖으로 갓 나온 풍뎅씨에겐 모든 것이 새롭고 반짝거렸다.
풍뎅씨에게 가장 행복한 날은, 싸움에서 승리한 날이었다. 수액 맛집에서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다 힘을 겨루고, 그 자리에서 마음에 드는 암컷과 눈을 마주친 날은 기분이 하늘로 솟을 듯했다. 실제로 풍뎅씨는 높이 날며 포효했다. 물론 개미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누군가는 풍뎅씨를 비난했다.
“그저 도파민 중독 아니야? 짧은 인생에 왜 저렇게까지 바쁘게 살아?”
개미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풍뎅씨는 알고 있었다. 짧게 주어진 시간 속에서 삶을 통째로 불태우지 않으면, 후회만 남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치열하고 누구보다 뜨겁게, 여름을 살아낸 풍뎅씨. 그의 여름은 누구보다 달콤했고, 누구보다 뜨거웠다.
그래서 오늘도 풍뎅씨는 바쁘다. 싸움도, 수액도, 사랑도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