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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러브버그, 어디 갔을까?

인간의 필요는 필망으로

by CAPRICORN

Fact

- 러브버그(Plecia nearctica)는 파리과 곤충으로, 주로 중남미와 미국 남부 지역에 서식했으나 2020년대 이후 한반도 등지에서 대량 번식 현상이 보고되었다.

- 일 년에 2회, 5~6월과 9~10월에 대규모로 출몰하며, 암수 한 쌍이 짝짓기 한 채로 날아다니는 모습으로 유명하다.

- 성충의 수명은 단 3~5일. 이 기간 동안 짝짓기 외의 행동은 거의 하지 않는다.

- 러브버그 유충은 토양에서 유기물과 식물 쓰레기를 분해하며 자라나, 일정한 생태 정화 기능을 한다.

- 성충이 된 후에는 먹이도 거의 섭취하지 않으며, 짝짓기를 마친 뒤 빠르게 죽는다.

- 새, 거미, 곤충 등 대부분의 천적이 그 쓴맛과 산성 체액 때문에 섭취를 기피해 사실상 '무적' 상태로 비행한다.

- 최근에는 도시화된 환경(매연, 아스팔트 열기, 차량의 반사광 등)이 러브버그의 번식과 출현을 유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Question

-러브버그는 해충일까, 익충일까? 유충일 땐 유익하고, 성충일 땐 성가시다. 인간의 기준에 따라 생물의 가치는 쉽게 바뀐다.

- 러브버그가 피부에 좋은 성분을 지녔다면 우리는 그들을 '고마운 곤충'이라 불렀을까?

- 익충이란 무엇인가. 해충이란 또 무엇인가. 그 선을 긋는 건 생태인가, 인간의 필요인가?




러브버그(Plecia nearctica)는 본래 중남미 및 미국 남부 지역에 서식하던 파리류 곤충이었다.

작고 검은 몸에 붉은 가슴을 가진 이 벌레는 연 2회의 대량 발생으로 잘 알려져 있었고, 특이한 생태 특징으로 “러브버그”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 명칭은 짝짓기 상태에서 수컷과 암컷이 장시간 붙은 채 비행을 계속한다는 행동에 기반한다.

이 곤충이 한국에 본격적으로 나타난 시기는 2022년이었다. 그리고 2023년 북한산 백운대 정상이 러브버그로 새까맣게 덮이는 현상이 관측되었던 것을 시작으로 사람들은 러브버그를 혐오하기 시작했다. 매 여름철마다 극성이던 러브버그는 기후의 급격한 온난화, 장기화된 고습 환경, 그리고 매연과 반사광 등 도심 환경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그 생애주기가 점차 짧아지기 시작했다.

한국, 일본, 중국 일부 도시에서 동시에 대량 발생이 보고되었으며, 특히 서울을 포함한 고밀도 도심 지역에서는 러브버그로 인해 교통마비, 차량 외장 손상, 실외활동 제한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초기에는 러브버그가 생태계 내에서 유기물 분해를 담당하는 유충기를 거친다는 점에서 '익충'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그러나 사람을 피하지도 않고 오히려 들러붙는 성질을 가진 이 벌레는 특히 목격되는 모양새가 사람들로 하여금 불쾌감을 불러일으켰다.

설상가상으로 러브버그는 천적이 거의 없었다. 쓴맛을 가진 체액과 끈적한 외피, 약산성 성분으로 인해 새, 거미, 곤충 등 대부분의 포식자가 섭취를 기피했다. 결국 도시 생태계 내에서 러브버그는 오로지 번식만을 반복하며 서식 범위를 확장해 나갔다.

2026년, 한국의 하늘이 약간의 과장을 보태어 까맣게 러브버그로 덮이기 시작했다. 정부는 강력한 살충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른 곤충들, 특히 꿀벌과 나비가 대거 사라진 반면, 러브버그는 개체 수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러브버그의 성충은 체내 효소 구조상 특정 살충제 성분에 대한 저항성을 가졌으며, 땅속의 유충은 더욱 제거가 어려웠다. 결론적으로 러브버그는 “죽이기도 어려운 곤충”이었다. 지독한 산성을 가진 러브버그개체들은 도시의 차들의 도색을 벗기기 시작했고, 아파트의 페인트들이 무너졌고 도시의 가로등부터 모든 철제 물건들이 부식되기 시작했다. 러브버그의 산성 체액은 도시를 부식시켰고, 차츰 서울은 유령도시처럼 변해갔다. 시민들은 불편을 호소했지만 자연재해 속에 정부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러나 상황이 전환되기 시작했다. 국립생물의학연구소에서 수행된 실험 중, 짝짓기 중인 러브버그의 체내에서 LBF-72라는 단백질 복합체가 발견되었다. 이 단백질은 성충의 짝짓기 중 극히 짧은 기간에만 분비되며, 분자구조상 인간 피부의 표피세포 성장과 관련된 펩타이드와 유사한 기능을 갖고 있었다. 실험에서는 피부 재생 촉진, 염증 완화, 항산화 반응 등이 보고되었으며, 짝짓기 상태에서 채집된 러브버그의 체액만이 해당 성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발견은 상업화로 빠르게 이어졌다. 다국적 제약 및 화장품 기업이 즉시 특허를 출원하였고, 수십억 단위의 자본이 러브버그 채집 및 가공 시설에 유입되었다. 주요 생산 공정은 ‘짝짓기 중 러브버그 산채로 채집하여 액화시키기 시작했다.

시장에는 ‘러브틴’, ‘LBF 앰플’, ‘72H 연애젤’ 등 러브버그 기반 화장품 및 보조제가 쏟아졌다. 인간은 러브버그를 더 이상 피하지 않았다.

대신 필요로 했다.

짝짓기 중인 러브버그만이 유효 성분을 지닌다는 특성 때문에, 채집은 더욱 적극적으로 진행되었다. 드론 채집기, 열감지 추적기, 고광택 유인판 등 기술이 동원되었고, 도시의 빌딩 외벽과 공공가로등 주변에서 러브버그를 잡는 장면이 일상화되었다.

인간이 채굴하기 시작한 생물은 언제나 멸종의 길로 들어선다.

러브버그도 그 공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비슷한 전례는 존재한다. 아시아 전역에서 웅담은 오랜 세월 동안 '간에 좋다', '열을 내린다'는 이유로 소비되었다. 곰은 처음엔 사냥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수요가 증가하자, 인간은 살아있는 곰의 복부에 영구 카테터를 삽입해 산 채로 쓸개즙을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수십만 마리의 곰이 쇠창살 안에서 고통 속에 살아야 했고, 결국 야생 개체는 대부분 사라졌다. 그러나 작디작은 러브버그는 비명을 지르지도 않았고, 고통을 호소하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더 빠르게 소비되었다.

2030년, 러브버그는 야생에서 공식적으로 사라졌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러브버그를 “인간의 기능적 소비로 인한 절멸종” 첫 번째 곤충으로 등재했다. 물론 복원 시도는 있었지만 실패했다. 2029년부터 복제 러브버그가 실험실에서 배양되었고, 겉모습은 동일했으나 짝짓기를 하지 않았다. LBF-72도 분비되지 않았고, 붙은 채로 비행하지도 않았다. 복제체는 사랑을 모르는 곤충이었다.

이후 인간 사회는 점차 러브버그의 부재에 적응해 갔다. 짝짓기라는 행동은 곤충에서 사라졌고, 연애라는 개념도 인간 사이에서 점차 사치가 되었다. 러브버그는 더 이상 짜증 나는 벌레도, 유용한 자원도 아니었다. 그저 한때 인간이 소비했던, 그리고 살아있는 채로 효능을 뽑아 쓰다 멸종시킨 생물이었다.

이제 그 많던 러브버그도, 인간의 욕망 앞에 박멸되었다.

이번에도 이유는 같았다.

인간이 "필요"로 한 생명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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