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 책은 안 팔릴까를 고민하는 출판사에 한 마디.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
솔직히 이제는 지겹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리라.
한때는 나 역시 책 속에 분명 길이 있으니,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좋아서, 재밌어서 읽어도 좋지 아니한가.
이제부터 적으려는 책 이야기에서 '고전'은 빼려고 한다. 왜냐하면 이번에 이야기하고 싶은 건 '함량 미달'이기 때문이다.
왜 함량 미달의 책이 그리도 쏟아지는지, 어떤 부분에서 함량 미달이라고 생각하는지,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기준으로 쓰는 이야기 임을 미리 밝힌다.
주제는 '우리 출판사 책이 안 팔리는 이유'정도가 되겠다.
첫째.
출판사도, 편집자도, 마케터도 이 책을 누구에게 읽게 만들지 생각이 없는 책.
이런 책이 대단히 많다.
처음부터 독자층이 얇은 책을 대중서처럼 다중을 대상으로 마케팅하는 사례가 자주 발견된다.
예를 들면 전문 경영인, CEO나 대표이사, 그것도 일정 이상 되는 규모의 기업에나 적용될 경영서가 있다.
쉽게 풀어쓴 책이 종종 출간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일반인에게는 몹시 난해한(생소하기도 하고, 복잡하기도 하고,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기도 한) 소재를 다루고 있으며, 편집이나 구성도 단순하지 않고 복잡하다.
이런 부작용의 원인으로 추측되는 가장 유력한 요인은 편집자조차 무슨 내용인지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거다.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번역자와 편집자가 파악하고 이해하지 못한 책을 이해할 수 있는 독자는 거의 없다.
편집자가 이해하지 못하면 당연한 수순으로 마케터, 영업자도 어디에 가서, 누구에게 팔아야 할지 모르게 되는 게 당연한 결과다.
저자의 인지도가 높고, 출간 시기가 근래라면 당연히 판권 가격도 올라갔을 테고, 저자의 인지도를 생각하며 표지나 내지에 쓰는 종이의 질도 높이는 일이 잦아 결국 도서 정가도 올라가게 된다.
책을 살 수 있는 사람, 판매 대상은 적은데 제작 비용이 높으니 책도 안 팔리고, 손해도 커진다.
그러니 제발, 책을 내기 전에 '누구에게 읽게 하고 싶은 책'인지 분석, 평가하는 과정을 거쳤으면 좋겠다.
물론, 당연한 순서라고 생각하고 검토하는 과정을 거치는 곳이 많을 거라고 믿는다. 지금 이야기하는 건 그렇게 하지 않으면서 "왜 안 팔리지?"하고 의아해하는 경우다.
둘째.
내용은 어떻든, 기본적인 편집조차 엉망인 책.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그런 책이 출간된다. 300쪽에 이르는 책을 한 시간 정도에 훑어보는데도 20~30군데가 넘는 오자와 탈자, 잘못된 표현, 오류가 발견되는 경우다. 심한 경우에는 목차에서부터 오탈자가 발견된다. 아무리 대충 교정, 교열을 한다고 해도 훑어보는 과정에서 발견할 수 있을 정도의 오류도 바로잡지 못한다면 교정을 했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이건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다.
이런 초보적인 오류를 유난히 자주 반복하고, 거듭하는 출판사들이 있는데, 그런 출판사라고 인식한 출판사 책은 저자가 정말 유명하거나,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거들떠볼 생각도 하지 않게 된다.
기본은 하자. 제발.
셋째.
내용은 그럴 듯한데 실속이 없는 책.
그나마 최근에는 조금 주춤하는 모양인데, 자기계발서가 지금도 너무 '쏟아져' 나온다. 더 놀라운 건 이제는 창조 없는 재생산이 대부분이라는 거다. 10년 전, 혹은 그 이전에 유행한 자기 계발서들의 재탕 삼탕은 물론, 20, 30년 전에 외국에서 유행한 자기계발서 저자들의 책이 이제야 출간되기도 한다. 보통은 저자들의 유명세를 믿고 번역 출간되는 모양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연히 사정이 달라진 만큼 시대착오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프랭클린, 카네기 같은 양반들의 저작은 그야말로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고 보기에 정말 양반이다. 하지만 그들의 성공 비결, 인간관계의 비법, 혁신, 경영 등을 인용하고 재해석 한 저자들의 책을 다시 재인용하고 복사하는 건 정말 왜 그러는지 묻고 싶어 진다.
내용을 더 쉽고, 간결하며, 분명하게 만들었으면 이해할 수 있다. 시대에 맞게 예시와 적용 방안을 보여주는 거라면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이 더해지지 않은 단순 재생산된 책을 누가 읽으려고 하겠는가?
베스트셀러를 만들면 된다고 생각해서 수를 쓰기도 한다는데, 그런 데 힘쓰기보다 그 힘을 다른 데 쓰는 게 낫지 않겠나?
성공 자기 계발서쪽 사정은 더 처참하다. 완전 복사판도 널리고 널렸다. 이제는 이게 누구의 비법이었는지, 가르침이었는지, 그 근원조차 파악하기 어렵다. 아류의 아류가 너무나 많다.
독자도 바보가 아니다. 이런 책, 안 팔린다. 피로감만 더 할 뿐인데,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으니 앞으로도 그렇게 하겠다는 식의 '관성'만 따른다면 미래는 안 봐도 알만 하지 않겠나.
넷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게시글보다 수준 낮은 여행서.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 즐기는 사람이 정말, 많아졌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사진은 또 얼마나 잘 찍으시는지, 다들 예술가다. 그런데 신기한 건, 그 와중에도 여행서들, 사진이 들어간 여행서들이 무수히 쏟아지고 있다는 거다.
이미 유명한 여행작가들을 예외로 하면, 보통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팔로워가 많은 이들의 여행을 책으로 내는 모양 샌데, 이것도 취향이기는 하겠지만 단지 사진만 좋다면, 여행지만 독특하다면 그 책을 얼마나 팔 수 있을까?
너무 '보이는 것'으로만 낚으려고 해서는 곤란하다. 좀 팔리는 여행서를 보자. 스토리가 있다. 기본적인 글솜씨, 투박하더라도 진심이 담긴 순간을 포착한 한 마디가 있다. 그냥 예쁘기만 한 사진은 이제 너무나 너무나 많다는 건 출판사도 잘 알고 있으리라. 잘 알고 있으면? 그다음 대답 역시 잘 알고 있겠지.
이렇게 적어놓으면, "너는 출판 종사자가 아니라 뭘 모르지 않느냐?"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 나는 모른다. 어떻게 생각하고 내는지, 무엇을 내는지, 얼마나 내는지 그런 건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읽는다. 그렇게 해서 내놓은 책들을 들춰보고 읽어보며 때로는 사기도 한다.
화려한 인물들을 추천인으로 삼아, 추천사를 남발해도 내용에서 만족하지 못하면 신용이 떨어지는 건 필연이다.
도서 정가제 취지가 무색하게, '양질의 콘텐츠'가 담긴 책은 외면당하기 십상이다.
잡음이 많다는 게 하나의 이유라고 본다. 잡음이 주는 피로감, 불신은 무섭다.
그 어느 때보다 뉴스가 흥미진진하고 재밌다.
책 보다, 영화보다 더 재밌다.
'진짜'가 아니면 팔리지 않는 시대가 왔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기자 같지 않은 기자가 그들보다 더 전문적인 지식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이들에게 비판을 받듯, 함량 미달의 책을 자꾸만 내놓는 출판사는 결과적으로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어쩌다 한두 권은 잘 팔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오래갈 수 없음은 명백하다.
'저자'라고 하는 사람들은 자기 이름으로 된 책을 내놓는 데만 급급하고, '출판사'라고 하는 데는 조금이라도 돈이 될만한 건 일단 내고 보자는 모양으로 보이는데, 그러지 말았으면 한다.
유명 출판사도 예외가 아니다. 고전을 형편없는 번역과 편집으로 터무니없는 가격에 내놓은 경우도 여러 번 봤다. 제발 부탁 좀 하자.
'자기 성찰'은 출판사의 몫이기도 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