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말 이해를 못해서 묻는데, 왜 여자는 남자를 안 사?
북큐레이터 서동민입니다. 세상은 한 권의 거대한 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지금도 계속 이어지는 한 권의 살아 있는 책이라는 말도 있고요. 종이 책, 글자로 가득한 책만 읽으면 지루할 수 있기에 가끔은 조금 다른 관점에서 읽을 거리를 찾으려고 합니다. 예를들면, 사람 혹은 사람들의 행동 같은 걸요.
책을 읽다보면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 표현, 이야기들과 마주치기도 합니다. 혼자 끙끙거리며 고민하는 방법도 있지만 사람들과 공유하고 서로의 의견을 나눔으로써 발견할 수 있는 생각의 출구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오늘부터 종종 혼자서는 풀지 못한 묘한 장면들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읽어보시고 떠오르는 생각이 있으시면 의견 보태주세요.
[이달의 질문]이라고 한 이유는 묘한 장면을 공유하는 주기를 대략 한 달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달에 한 장면 정도는 공유하고 생각을 나눠보면 좋겠다 싶은 겁니다. 이제 17일로 9월이 13일이나 남았는데 벌써 이달의 질문을 정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질문이 정말 이상해서 지금까지 들었던 이상한 질문 상위 10위에 가볍게 들어갈 정도였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 질문을 시작해 볼까요.
평일 저녁 무렵 M대학 정문 근처 카페에서 있던 일입니다. 책을 읽다가 멍때리기를 반복하고 있던 때였습니다. 한 커플이 먼저 들어오고, 한참 후 지인인 듯한 남자 하나가 더 나타나서 제 뒤에 앉아 얘기를 시작하더군요. 주로 나누는 건 근황 이야기였는데 나중에 온 남자가 사업 혹은 일을 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처음에 얼핏 '미투' 얘기가 나오고 '채팅'이란 단어가 들린 듯 해서 채팅앱 같은 걸 만들었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 관심을 가질만한 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대학생들 중에는 졸업 전에 앱을 출시하거나, 창업을 하는 경우도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슬쩍 슬쩍 들리는 말들이 뭔가 심상찮은 분위기로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사람은 안된다'거나, '위험하다'거나 '외국 사람만'이라거나, '2시간에 70만'이라거나 하는 얘기였죠. 남자를 걱정하는 듯한 커플의 태도도 신경쓰였습니다.
얘기하고 시작하자면 남자가 하는 일은 불법적인 게 분명했습니다. 성매매 혹은 유사 성매매 계통 일을 하는 듯 했죠. 추리해보면 한국 사람은 안 되고 외국 사람만 된다는 건 미투 혹은 고발의 위험이 한국 사람이 더 크기 때문에 자신은 외국 사람(아마도 여자)을 대상으로 한다는 얘기 같았습니다.
세상 모르고 하는 소린지도 모르지만 겉보기에 스물다섯 정도 됐을까 싶은 대학생이 하는 일이라고 하기엔 그리 바람직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불법이라거나 해서는 안 되는 일 혹은 정상적이지 않은 일이라는 인식은 있었습니다. 지금은 거의 그만둔 거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도 했고, 자신은 그렇게 번 돈을 저금한다고 이야기하면서 반면에 버는대로 써버리는 사람들을 향해 '정신을 못차린다'거나 '그렇게 다 써버릴 거면 왜 그일을 해서 버는지 모르겠다'거나 하는 얘기도 흘러나왔으니까요. 정상적이지 않은 일은 얼마쯤 돈을 모아서 정상적인 일을 할 수 있을 때까지만 해야 하는 거고, 그 이후에는 손을 씻고 정상적인(닭집 사장) 일을 해야 한다고요.
극히 일부의 이야기겠지만 충격이었습니다. '대학생들이 그렇게 힘든가?', '정말 그 정도인가?' 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고, '불법적인 일이라도 돈이 되면 할 수 있다는 건가?', '걸리지 않으면 된다는 건가?' 하는 생각은 조금 더 세상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게 했습니다. 약간 충격을 더했던 건 자신이 열아홉 살로 돌아간다면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을 바로 시작할 거라고, 당당히 말했다는 겁니다. 그때는 미투고, 단속이고 거의 없었기에 큰 돈을 쉽고 빠르게 벌 수 있었을 거라면서요. 자기는 너무 늦게 시작해서 안타깝다고요.
이달의 질문이 나온 건 그 이야기의 와중이었습니다. 아마 자신이 일하면서 봤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늘어놓은 다음이었죠. 몇 시까지 어디로 보내달라며 급한 요청을 한 남자가 있었답니다. 알고 보니 급하게 요청한 이유는 아내가 그 시간에만 자리를 비웠기 때문이었고, 보내달라고 요청한 장소가 집이었다는 거죠. 남자들은 이렇게까지 해서 여자를 산다는 게 맥락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커플 중 여자에게 정말 궁금해서 물어본다면서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게 질문인가요? 이런 게 물어볼만한 문제인가요? 제가 너무 꽉 막히고 세상을 모르는 걸까요?
이건 여담인데 남자친구의 성매매 횟수를 알려준다는 사이트가 나왔었습니다. 폐쇄된 걸로 알지만 큰 논란이 됐었죠.
남자가 여자를 사는 일은 흔한데 왜 여자가 남자를 사는 일은 없느냐는 질문이었던 겁니다. 어떻게 이런 질문이 나올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어떤 맥락에서, 어떤 의도로, 어떤 요지의, 어떤 대답을 기대하는 건지 도통 감도 잡을 수 없었습니다. 기본적인 전제를 살펴보면 질문한 남자는 '남자는 여자를 산다'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에 비해 여자가 남자를 사는 일이 없다고 여겼기에, 왜 남자들처럼 적극적으로 사려고 하지 않느냐고 물어본 거겠죠. 아무리 친한 사이라고 해도 그렇게 당당하게 물어볼 질문은 아닐텐데요. 여자가 당황했는지, 표정이 어떻게 변했는지, 망설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답하기는 했죠.
"여자는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남자들은 납득하는 듯 했습니다. '젊은 여자'라면 그럴 필요가 없다고요. '나이든 아줌마들' 얘기가 뒤이어 나온 것으로 추측해보면 말입니다.
성을 사고 파는 일은 합법적으로든 불법적으로든 오래된 일임은 분명합니다. 직업의 하나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보조금을 줘서라도 벗어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죠. 어느 쪽이 옳은지 얼른 결론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저마다의 이해와 사정을 다 헤아릴 수 없으니까요.
그런데 말이죠.
성을 사야하는 필연적이 이유가 있을까요?
어쩔 수 없이 성을 사고 팔았다는 논리가 성립할 수 있는 세상인 걸까요?
저는 전적으로 부정합니다.
보통의,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성욕때문에 미치거나, 사회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성을 사고 파는 일은 목적이 성을 사고 파는 것이지, 심리적 만족이나 정서적 안정을 위해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억제되지 않는 성욕이 근본적인 원인이 되어 성범죄가 일어난다는 생각에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보통의, 정상적인 사람들로 가정한다면 말이죠.
영화 <미스슬로운>에서 미스 슬로운이 남자를 사는 장면이 나옵니다. 사실 남자의 질문이 준 충격에서 벗어난 다음 순간에 떠올린 장면이었죠. 여자도 남자를 살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영화 속 미스 슬로운은 여성이 살아남기 어려운 직업적 환경에서 극심한 스트레스와 여유 없는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매력과 카리스마에 능력까지 갖춘 여성에게 성을 사고 파는 불법을 행하게 한 건 사회의 시스템에 영향을 받은 강박, 파괴적 충동이었던 건 아닐지.
그런 의미에서 남자의 질문은 이렇게 정정해 봅니다.
'이것이 정상'이라고 정의 내리기 힘든 세상이지만, 무엇이 더 나은가와 어떻게 나아질 수 있을까를 논의하고 고민하는 과정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격의 추락, 존엄의 상실이 만들어낸 범죄와 일탈들을 막는 길.
더 나은 답을 얻을 수 있는 질문들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다른 질문과 함께 돌아오겠습니다.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