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아침에게

순간을 휘갈기다

by 가가책방

먼저, 고백하건대
오늘도 서툴렀습니다.

웃기지도 못할 농담들,
좁혀지지 않는 거리의 실감들.

취객의 발걸음보다 위태로운 말걸음을
옮기고 딛느라 진땀 깨나 흘렸습니다.

자꾸만 바닷물을 들이켜는
표류자의 갈증,
외딴 늪 가운데 허우적이는
산보객의 당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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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떠 보니 어젯밤 다 쓰지 못하고 잠든 미완성 조각이 있었다.

나이가 늘어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말하기’를 고민하던 거였다.

마저 적어보려다 그만두었는데, 어제 느낌과 오늘 느낌이 다르고, 밤 말과 아침 말이 다르다는 걸 이제는 조금 알게 된 까닭이다.


밤에는 눈은 어두워지고 청각이니 촉각이 살아나고,

아침에는 눈이 밝아진만큼 다른 감각에 소홀하게 된다.

같은 이유로 밤 글이 있고 아침 글이 있으므로 역시 이대로 그만둘 수밖에 없는 거다.


밤에는 말도, 글도 길을 잃는가 보다, 한다.


작가는 어두운 밤, 초행길을 더듬듯 나아가는 여행객이 아닐까.

어제의 무례에 사과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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