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가책방 Nov 16. 2019

사랑은 하는 게 아니라 받는 게 중요하다

그건 사랑이었을까

가가책방 북클럽 고전읽기 시즌 2 두 번째 책

가가책방 북클럽 고전읽기 모임 두 번째 시즌 시작. 

첫 번째 책 <위대한 개츠비>에 이어 프랑수아즈 사강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읽고 모였다. 혼자 읽을 때와는 또 다른 관점, 생각에서 이야기를 곱씹어 볼 수 있는 시간. 북클럽 후에 쓰는 감상문은 또 다르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권태로울 만큼 안정적이지만 힘들고 모욕적인 결혼 생활을 끝내고 늘 조금씩 예상에서 벗어나게 행동하는 연상 연인을 둔 폴이 주인공이다. 이혼 전에는 생활을 걱정하거나 돈으로 고민하거나 일을 해야만 하거나 하는 상황과 거리가 멀었기에 달라진 현실에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폴은 잘해나가고 있다.
 폴의 현재 연인은 적당히 연상에, 사업 수완이 좋은, 남자다움과 젊음을 포기하지 못하는 중년의 로제. 로제에게 문제가 있다면 딱 하나, 폴을 자꾸만 외로움 속에 버려두고 자기 자유를 만끽하려는 이기심이다. 
 고독에 지칠 무렵 폴 앞에 새로운 사람이 나타난다. 상대는 열네 살 어린 남자, 시몽. 시몽은 첫눈에 폴에게 반하고, 끊임없이 구애한다.
 폴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는 어땠을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사랑의 속성, 그중에서도 아이러니를 듬뿍 맛볼 수 있는 이야기다. 그들 사이에 벌어진 일들, 스쳐간 감정들이 정말 사랑인지 아닌지는 스스로 판단해 보길.

 

 '잘한 선택'이 있을까.

북클럽 전에는 결코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선택에 여지가 생겼다.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고, 이성적이지도 않다고, 감정적인 것도 아니고, 다만 맹목적이라고 판단 내렸던 선택에 납득할만한 구석이 있음을 받아들이게 된 거다. 

 이런 관점의 변화가 이야기 해석을 좀 더 복잡하게, 좋게 이야기하면 다양하게 만들어 주었다. 덕분에 전에 읽을 때보다 표시한 곳이 늘어 버렸고.


 '사랑은 돌아오는 거야!'라면서 뭔가를 던졌던가 하는 드라마가 있었다. 정확한 내용은 모르지만 뭔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헤어질 수밖에 없던 연인이 다시 만나게 된다는 그런 줄거리였지 싶다. 사랑이 돌아올 수 있는가 아닌가를 따져볼 생각은 없다. 다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사랑으로 돌아간 사람이 있는지, 돌아간 곳에 사랑이 있는지를 조금 더 생각해보고 싶을 뿐이다. 


 조금 더 생각해보니 "에라,," 생각해봤자 답도 없고 복잡하기만 할 듯하다. 생각을 그만하기로 한다.


 소설이 아닌 현실이라면 폴처럼 두 남자, 어떤 의미에서 둘 다 구제불능인 인물들 사이에서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제3 혹은 4의 선택지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모르는 일'이라 소설이나 현실이나 다르지 않을 거라고 가정한대도 무리는 아니리라. 


 폴 성격을 좀 더 생각해볼 필요를 느낀다. 몹시 잘생긴 남편, 경제적으로 안정되어 있는 가정, 어떤 의미에서는 뻔한, 일편단심의, 뭐든 다 자신이 해결해 주려는 남자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독립적인, 그러나 의존적인. 또 다른 의미로 가학적이고 자신을 돌보지 않는, 모험심 강한 동시에 겁이 많은. 쓰고 보니 완전 모순.


 제목으로 쓴 "사랑은 하는 게 아니라 받는 게 중요하다"는 시몽의 말이다. 시몽은 몹시 잘생긴 스물다섯 젊음의 한창때를 사는 남자다. 충동적이긴 하지만 신중하고 한결같으며 몹시 배려가 깊다. 자신감이 없어 보일 정도로 소극적인 면모를 보이지만 자신의 모든 걸 사랑에 바칠 수 있을 정도로, 사랑에 빠진 현재에 전부를 던질 정도로 열정적이다. 문제는 폴이 그런 시몽의 풋풋함, 순수함에서 느끼는 매력이 불안한 마음을 동반한다는 거다. 냉정하게 말하면 거의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고 할까. 

 

 소설의 끝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시몽의 모습에서 폴이 떠올린 건 젊은 시절의 자신이 아닐까 하는 예감이다. 결코 돌아갈 수 없는 젊은 시절이지만 어떤 순간에는 동경하게 되고 그리워져서 거부하지 못하고 방황하게 만드는 열정에 사로잡힌 포로가 되어 잠시 끌려다녀보는. 


 사랑에 있어 폴에게 중요한 건 받는 거였을까 하는 거였을까. 지금 생각은 폴 역시 하는 사랑보다 받는 사랑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는 쪽으로 기울어 있다. 다른 점은 폴은 자신이 받고 싶은 사랑을 택하고(그 선택의 결과받고 싶은 사랑을 많은 시간 포기하고 고독 속에 머물게 될 지라도), 시몽은 자신이 원하는 사랑의 방식 밝힘으로써 그 사랑을 받아내려는 응석에 가깝다는 거다. 

 한 사람은 고독, 한 사람은 투정. 

둘이 원하는 걸 얻기 위해 감수하는 부분이 이토록 다르다.


 폴의 사랑도, 시몽의 사랑도, 로제의 사랑도 부족함이 없다고 하기엔 빠진 게 너무 많다. 제목 말미에 점 세 개가 붙어서 머뭇거림, 망설임, 자신감 없음, 불확실, 불안처럼 확정하기 어려운 그 무엇을 암시한다는 게 너무 잘 어울리고. 


 잠이 쏟아진다.

마무리할 때가 됐단 얘기다.

그건 사랑이었을까, 그건 사랑일까, 그게 사랑이 될까.

스스로에게, 상대에게 언제든 묻기를 겁내지 말자. 


 사랑이 돌아오는 건지 아닌지는 여전히 말하기 어렵지만, 사랑은 분명 존재하며, 충분히 오래 지속될 수 있음은 확신하니까. 사랑에 승자나 패자가 있을 리 없다. 승자나 패자가 정해지는 순간 이미 사랑이 아닐 테니까. 충분히 망설이자. 선택에 여지를 갖는 일도, 기다리는 일도, 필요한 과정일 테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북리뷰] 소설과 독자에 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