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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가책방 Dec 14. 2024

대통령 탄핵을 대하는 마음들

2016년의 탄핵과 2024년의 탄핵의 닮음과 다름

2016년 박근혜 탄핵 표결 결과

 2016년 겨울 초입,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하나의 구호를 외치며 전국의 광장과 거리로 나왔다. 위법하고 부당한 권력을 휘두르는 박근혜 정권을 멈춰 세우기 위해서였다. 

 2024년 겨울 초입, 다시 시민들은 하나의 구호를 외치며 전국의 광장과 거리로 나왔다. 윤석열의 비상계엄을 경험하며 비상식과 비정상의 극단을 보여주는 윤석열 정권을 끝내기 위해서다. 이번에 다른 건 촛불 말고도 아이돌 응원봉과 천하제일 깃발대회라도 열린 듯 해학 넘치는 깃발의 등장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방향으로 통하는 모든 길을 차벽이 가로막았던 2016년 광화문과 달리 시민들의 발길이 국회가 있는 여의도로 향한다는 것도 다르다. 

 

 박근혜 정권의 몰락을 가져온 건 최순실의 태블릿 PC라는 스모킹건이 발단이었다. 하지만 윤석열 정권이 몰락한 결정적 원인은 윤석열 본인의 비상계엄 발동이라는 점부터 2016년 탄핵과 2024년의 탄핵은 다르다. 

놀람, 분노, 후회, 안도 누군가는 안타까움.

 2024년의 탄핵을 대하는 마음은 저마다 다르면서 닮아있겠지만 국민의 대부분은 이 정권이 더 이상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고, 즉시 멈춰 세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여전히 정당한 통치행위니, 종북세력, 반국가 세력에게 기회를 줄 뿐인 탄핵은 안 된다는 반대의 목소리가 있지만 2016년에 그랬듯 2024년에도 그런 목소리는 요란할 뿐, 크지 않다.


  뽑힌 보수의 세 대통령이 모두 법정에 서게 될지도 모를 결정을 두 시간 앞둔 지금, 오늘을 만들고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상상해 본다.


 2007년 12월 19일 이명박 씨가 대통령에 당선된다. 득표율 48.7%, 1,149만 2,389표의 지지였다. BBK 등 의혹이 있었지만 이명박 씨는 대통령 임기를 무사히 마치고 퇴임하고도 한참 후인 2018년 3월 22일 재판 판결 결과 구속 수감된다. 그리고 그런 이명박 씨를 2022년 12월 27일, 윤석열 정부에서 사면한다. 국민을 통합한다는 명분이었다.


 2012년 12월 19일 박근혜 씨가 대통령에 당선된다. 득표율 51.6%, 1,577만 3,128표의 지지. 82년 이후 처음으로 과반 넘는 득표 기록이었다. 영광이 무색하게도 박근혜 씨는 임기조차 마치지 못한 2016년 12월 9일 탄핵 표결,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 가결로 대통령직에서 내려오게 된다. 박근혜-최순실 특검 수사가 이뤄졌고 2017년 3월 31일 새벽, 구속 수감된다. 이 특검 수사 최전선에 있던 것이 윤석열과 한동훈이다. 2021년 12월 31일,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씨를 사면, 복권한다.


 2022년 3월 9일 윤석열 씨가 대통령에 당선된다. 득표율 48.56%, 1,639만 4,815표의 지지. 경쟁자와 24만 7,077표 차이. 윤석열 씨 스스로 밝힌 비상계엄의 이유 중 하나인 썩을 대로 썩은 선관위가 내놓은 결과였다. 

 2024년 12월 3일 밤, 윤석열은 비상계엄을 선포한다. 그리고 2 시간 후 국회 비상계엄 해제 의결로 6 시간 만에 계엄 정국이 끝난다. 다음 날부터 위법, 위헌적 대통령의 행위에 분노한 국회와 국민은 단 하루도 대통령의 자리에 머물게 해서는 안 된다며 8년 만에 탄핵을 발의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후 추가 담화에서 자신의 비상계엄은 고도의 통치행위이며 대통령 고유 권한이라는 소리도 낸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엄연히 절차적 민주주의를 따르는 민주국가이므로 위법한 절차에 의한 통치나 권한 행사는 그 통치나 권한이 고유한 것이라 해도 위법적인 것이 된다. 그렇게 법을 잘 아는 사람이, 게다가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 속에 있는 사람이 어쩌다 돌이킬 수 없는 불법을 저지르게 됐을까.

박근혜 씨 탄핵 후 중앙일보-윤석열이 탄핵된다면 비슷한 기사를 내지 않을까

 다른 사람들이 탄핵을 대하는 마음은 사실 잘 모른다. 그래서 결국 내 마음을 적는다. 


1의 기분, 분함

가장 큰 마음은 분함이다. 누구를 향한 분함인가. 윤석열 씨는 당연히 그 대상이다. 하지만 그 뒤에 선 자들의 이름도 잊지 않는다. 12월 7일 탄핵 표결에 국민의 힘 소속 의원 105명은 참여하지 않았다. 찬성이거나 반대 거나 최소한 국민이 준 표를 행사해야 할 이들이 그 권한을 내팽개쳤다. 당에 밉보이지 않기 위해, 윤석열 씨와 척지지 않기 위해, 언젠가 뒤에서 화해할 때 활짝 웃기 위해.


 저들이다.

 저들이 오늘의 대통령을 만든 그림자 중 짙기로는 첫째와 둘째를 다툴 책임자였다. 오직 정권을 되찾기 위해 박근혜 정권의 과오를 반성조차 하지 않은 기회주의자들. 이명박 정권의 정치, 경제 실세들을 다시 데려다 요직에 앉혀두고 국민의 안녕과 국가의 발전보다 자기 배부르고 주머니 두둑하기를 우선한 앞잡이들. 

 자기 자리가 아까워 쓴소리 하지 않는 위인들, 그러면서 합리적인 척, 선한 척, 국민을 위하는 척하는 가짜들.

그래놓고 이제 와서 되지도 않는 질서 있는 퇴진 운운하며 탄핵만은 안 된다고 당론으로 탄핵 부결을 주장하는 욕망덩어리들. 이들만은 정치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분한 마음으로 그들이 참여하거나 불참할 탄핵을 기다린다. 마음으로는 저들도 함께 탄핵하고 싶다고, 지우고 싶다고 그렇게 느낀다.


2의 기분, 안도


 2016년 탄핵의 바탕은 슬픔이었다. 대통령의 하야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같지만 2024년 시민들의 집회에서 보인다는 소문의 아이돌 응원봉이 등장하기 어려웠다. 대한민국 국민이 해학의 민족이라는 말을 증명하듯 어려운 상황에서조차 의미와 즐거움을 찾는 지금은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그런 의미에서 집회의 풍경은 안도하는 마음을 일으킨다. 아무도 죽지 않고, 크게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그 엄중한 비상계엄이라는 상황에서도 아무도 크게 상하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라고, 같은 국민이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거나 치고받는 슬픈 역사를 반복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안심이라고. 

 빠르게, 너무 간단히 자신들이 받은 지시와 정황을 밝히는 군과 경찰 간부들을 보면 못 미더운 마음도 있지만 끝까지 발뺌하며 부정하는 것보단 덜 밉다. 물론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조금이라도 죄를 가볍게 받으려는 수작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보는 사람에겐 차라리 뻔한 게 덜 피곤한 걸.


 3의 기분, 못 미더움

 추위에도 거리로 나서는 사람들의 마음도 다르지 않겠지만, 정치인들에게만 맡기는 건 못 미덥다. 

정치인은 다 거기서 거기. 국회에서 고성 지르고 삿대질하고 멱살까지 잡아도 뒤에 가면 허허 웃으며 어깨동무하고 웃는다는 얘기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경제 흐름이나 정보를 가장 빨리 접할 수 있으므로 그 정보를 활용해 이득을 추구할지 아닐지는 오로지 헌법기관이라는 국회의원과 정치인들의 양심에 맡겨야 한다. 하지만 그 양심을 믿어서 제대로 된 적이 별로 없으므로 여전히 못 미더울 수밖에 없다.

2016년 촛불집회

 거리로 나서서 불을 밝히고 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정치하는 그들은 왜 모른 척하는 걸까. 아직 정치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닮은 마음, 비슷한 생각이었으면서, 그 자리에만 가면 왜 다른 세계의 사람들처럼 구는 걸까.

 역시 권력이 사람을 변하게 하는 걸까? 아니면 오래 감춰둔 본성이 비로소 권력을 만나 드러나는 것일까. 역시 못 미더워서 지키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


 지금은 2024년 12월 14일 토요일 오후 3시다.

한 시간 후면 국회에서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2차 탄핵 표결이 열린다. 결과가 나오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을 테고 어느 쪽으로 결과가 나오든 국민의 목소리는 그치지 않을 것이며 발길 역시 멈추지 않을 것이다. 

 어느 영화의 대사로 오래오래 회자되는 "국민은 개돼집니다.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는 말은 2016년의 탄핵 정국과 2024년 오늘이 보여주듯 사실과 다르다. 다르지 않다고 비웃을지 몰라도 "것 보라"며 자기 말이 맞다고 자랑스럽게 말하고 다닐지 몰라도 그건 착각이다. 

 

 "그들은 아무것도 못한다." 

 틀린 말도 아니다. 우리에겐 투표하는 일말 고는 정치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 하지만 목소리는 계속 울릴 것이고,  커질 것이고, 사무실과 안방과 마음까지 닿을 것이다. 오늘, 다시 한번 증명될 것이다. 우리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고,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므로, 이제 당신들이 움직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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