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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Mar 13. 2021

AMSA PSC 수검을 받다

호주입항시 만난 항만국 통제

성탄절 전날, 그러니까 크리스마스이브였다.


글쎄 이 정도 시즌의 날이라면 어지간한 곳은 모두 연휴에 들뜨거나 하여간 일하는 것보다는 얼른 시간을 때우고 퇴근하려는 마음에 바쁜 척이라도 하며 어서 시간 보내기를 할 만할 터이니, 이곳 호주의 관리들도 그러하지 않을까? 하는 내 멋대로의 좀 편히 생각하면서 방심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오늘 직무 교대로 하선하여 귀국하려는 기관장을 배웅도 할 겸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들고 나서려는데 현문 당직자가 현지인 한 사람을 데리고 나타났다. 얼른 보니 PSC점검을 하려고 올라온 서베이어임을 당장 알아볼 수 있게 복장도 AMSA(*주1)라고 등판에 로고가 찍힌 재킷을 걸쳐 입고 있다. 오지 않으리라 지레짐작하며 방심하고 있던 PSC(*주2)검사관이 검사를 위해 승선한 것이다. 그러나 크게 걱정은 되지 않았다.

 

먼저 서류검사를 할 것인지 아니면 브리지와 갑판을 도는 점검부터 먼저 할 것인지 물어 서류점검부터 한다는 언질을 받은 후 사무실로 안내한다.


 어제 새벽에 접안하고 하루 종일을 기다렸지만 안 오고 있어서 오늘도 그렇게 지나가고 출항하게 되는 걸까? 하는 기대도 약간은 가지고 있었기에 이렇게 이른 시간 8시 15분에 올라 오리라고는 생각을 못해 어찌 허를 찔린 기분이 좀 씁쓸하다. 그러나 그동안 기본적으로 준비는 하고 있었으니 서류를 내놓고 점검에 응해 검사를 진행하기 시작한다. 마침 미리 점검하는 차원에서 KR(*주3)검사관도 승선하고 있었기에 그에게도 알려주어 동석하여 검사할 수 있게 하였다.


 이곳 그래드스톤은 지금까지 호주에서 가장 까다로운 검사를 시행하며 CODE 30.(*주4) 도 제일 많이 발생시킨 곳으로 악명이 나 있기에 자연히 긴장되는 마음으로 임하지만, 일단 그렇게 악명을 떨치게 만들던 검사관이 아닌 다른 검사관이 온 것이기에 조금은 마음을 놓아 보지만, 그래도 이것저것 대비하며 응대함에 최대의 성실함을 내보이려고 모두가 노력하고 있다.

 사실 점검 후 CODE 30.을 받는다는 것은 그 지적된 일을 모두 깨끗하게 처리한 후에야 출항이 가능한 그야말로 <출항정지>의 명령인 것이다.

 

 따라서 CODE 30. 지적 케이스를 한 회사가 여러 번 받는다면 그 회사는 문을 닫아야 하는 일도 생길 수 있는 아주 치명적인 결함 사항이 되기에 본선이나 선사 모두는 최대의 역량을 경주하여 30번 지적사항을 받게 되는 일을 만들지 않으려고 사전 점검 및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것이다.

AMSA의 PSC INCIDENT REPORT양식(견본)

 지금 본선을 찾아와 있는 KR검사관 역시 자신들이 관리하는 선급을 가진 본선이 그런 지적사항을 받지 않도록 사전에 대비하는 자체 사전점검의 일환으로 본선이 부두에 대자마자 승선하여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 시간이 넘는 동안에 모든 서류를 꼼꼼하게 살펴서 검사한 후 이제 현장 점검의 시작을 위해 브리지로 옮기잖다. 거기서 항해에 관련된 계기와 통신기기 그리고 해도 개정, 각종 경보장치 점검을 끝내고 배터리 룸을 거쳐서 구명정으로 발길을 옮긴다.

 구명정의 내부 상황을 살피고(*주5) 엔진을 작동시켜본 후, 구명벌(LIFE RAFT)의 상태와 LADDER

의 상태를 살핀 후 비상 발전기 실로 가서 비상 발전기를 작동시켜 본다.


 자나 깨나 불조심! 이란 구호로 불조심을 하듯 요사이 외항 업무에 종사하는 외항선들은 PSC에 걸리지 않는 것을 마치 일하는 목표 마냥 세우고 있어서 어쩌다 보면 실제로 해야 하는 일은 뒷전으로 미룬 채 PSC 점검 준비에 매달리는 경향도 생겨나고 있다.  나도 이 배를 타고는 하루도 PSC점검을 잊지 않고 일해 왔기에 어지간한 점검 준비는 다한 상태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아무런 지적 사항 없이 점검은 끝나고 검사관은 우리 배를 떠나갔다.

 결과로 받은 점검결과 확인서로서 앞으로 최소 6개월간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주6) 호주를 드나들 수 있으리란 기대를 갖게 되었다. 기분 좋은 음성으로 회사의 담당자에게 <No deficiency>라는 결과를 자랑스럽게 전화 통화로 알려 주며 그간에 이 일에 대비하여 수고한 선원들의 노고도 치하해 주었다.


          

각주

*1. AMSA(Australian Maritime Safety Authority) – 오스트레일리아 해사안전기구

*2.  PSC(Port State Control) - 외국선박에 의한 해양사고 및 해양오염을 예방하기 위해 자국항만에 입항한 외국선박이 안전관련 국제협약을 준수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선박 점검활동을 말함

*3. KR(Korean Register of Shipping : 한국선급) - 해상에서의 인명과 재산의 안전을 도모하고 조선 해운 및 해양에 관한 기술을 진흥시키기 위하여 설립된 대한민국 유일의 국제 선박 검사 기관이다

*4. PSC Code 30: Detainable deficiency – 중대결함이 식별되었을 때 PSC검사관이 내리는 결정으로 선박에 이 결정이 내려진 경우, 그 결함을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다른 항만으로의 출항을 금지시키게 된다

*5. 호주의 경우, 구명정과 같은 장비에 대해 그 어느나라보다 자세히 살피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 모 국가의 선박검사 중 결박되어있던 구명정이 바다로 추락하며 검사관이 사망에 이른 사건이 큰 영향을 미쳐다고 전한다.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선박에서 그 어떤 장비보다도 확실한 점검 및 관리가 이루어져야하는 부분이 구명장비들이기도 하다

*6. PSC 수검에서 지적 받는 일없이 No deficiency 판정을 받게된다면 해당국가의 경우 일반적으로 6개월간 PSC검사를 면제받는다. 어느 국가에나 PSC는 존재하지만 그 중에서도 MAJOR로 유럽을 통합한 PARIS MOU PSC, USCG(미해안경비대)PSC, AMSA PSC(호주) 세 가지를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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