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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Mar 16. 2019

그 바다에 해적이 생기고 난 후

작은 긍정심을 가져 본다.


위의 사진은 그 바다에 해적이 생기고 난 후, 선원들의 거실 내부에 추가 설치된 두 가지의 잠금장치. 하지만 무조건 부수고 들어 오는 해적들의 침입에서는 큰 도움이 안 되지만 시간을 벌 수 있는 장치이다.

여러 가지 선내 상황에 대비한 교육과 훈련을 위해 모여있는 선원들의 모습

.

 홍해, 아덴만, 아라비아해, 그리고 인도양. 이 바다 위에 소말리아 해적의 준동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상선을 포함한 모든 선박들과 거기에 승조하고 있는 선원들이 무척 힘들어지게 된 현실에서 지금 그 바다에서는 해적들이 발호하기 전과는 어떤 일이 달라져 있을까?


 소말리아에 해적이 선원과 선박을 인질로 한 사업을 번창하게 벌이기 시작하게 된 배경은 정치적인 힘이 그 나라를 제대로 통치 못하고 지지부진한 내전 상황으로 번지면서 먹고살기 힘들어진 사람들이 너나없이 해적질과 관련한 일을 생계의 주수단으로 삼으면서부터라고 생각되어진다.


 처음에는 좀도둑 형태로 행동하던 정박 중인 배나 가까이 지나치는 상선이나 어선 등에 야간에 몰래 침입하여 물건을 훔치던 것이 선원들과 부딪치면서 의외로 취약해 보이는 선박의 보안 상황을 감지하고는, 칼을 빼 들어 그들을 위협하여 금품을 빼앗는 강도로 되는 과정을 거쳐서 지금은 배까지 빼앗으며 선원들을 인질 삼아 거액의 금품을 요구하는 상태까지 된 것이리라. 마치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 셈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범죄의 방법이 점점 더 대담해지고 악랄해지면서 그들의 무기도 칼에서 개인 화기로 진화하더니 이제는 자신들이 내전에서 사용하던 각종 무기까지 그대로 흘러들면서 선박의 안전까지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는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 대전차포 같은 로켓포 종류까지도 자주 나타나게 된 것이다.


 아직까지 선원들에게 해적에 대항할 수 있는 동등 하거나 그 이상의 위력을 가진 무기의 지급 휴대 방안은 나오질 않았고, 오히려 선원들이 무기를 들고 대항하게 될 경우 해적들의 질이 더욱 무자비하게 변한다는 가정만이 진실로 대변되는 대세이라, 현장인 배에서는 미리 해적선을 탐지하여 피하는 방법만이 최고의 대처 방법이라 꼽히고 있는 형편이다.


 이번 항차 본선도 그런 추세에 밀려 선체에 철조망 바리케이드를 치고 경계태세를 강화한 채 사우스아프리카 더반에 기항하여 중간 급유를 받을 작정을 하고 달리고 있다.


 이제 해적들의 세력권에서 어지간히 안전한 거리를 둔 채 항해 중이던 마다가스칼 남동쪽 해역에서 우연히 만난 한국의 D수산의 원양 어선과 VHF전화로 통화할 기회가 있었다.


 이들은 어로구역을 현재 소말리아 해적이 세를 뻗치고 있는 부근까지도 접근하여 작업을 할 경우 더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어서 인접국인 케냐 해군들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조업하는 방법도 쓰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실제로 그런 방식으로 어로 작업을 하다가 소말리아 해적의 내습을 받았지만 그 해군의 도움으로 무사하게 되었다는 경험담을 덧 붙여 주면서 말이다.


 그렇게 도움을 받는 대가로 그에 합당한 돈을 지불하더라도 그 방법으로 조업함이 안전하게 이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라며 자신들은 지금 다시 그곳을 찾아 가 조업하려고 수속 중이라는 말도 하고 있었다.


 그곳에 입역 하여 작업을 하면 예전에는 그물을 내려주고도 제법 기다려야 했는데 요사이는 해적들의 발호로 인한 어선들의 활동이 부진하게 되면서 그에 따라 제법 늘어나게 된 어로 자원으로 인해 고기떼도 만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인간이 인간에 대해 휘두르는 횡포로 인해 잠시 주목의 대상에서 제외받은 자연이 오히려 자연스레 숨 돌릴 여유를 갖게 되었다는 식으로 이해해도 될 성싶은 아이러니이다.


 어쩌면 인간이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게 너무 한 일이라 그걸 막기 위해 인간 간의 갈등을 심화시켜서 인간사회를 솎아 내 듯이 자정 시키려는 신의 뜻이 그 안에 있는 것일까?라고 점잖게 유추도 해보지만, 그곳에서 목숨을 담보한 위험을 감당할 입장인 선원으로선 마음껏 그런 의견에 동의해주기가 좀 그렇다.


 그러다 보니 인간 갈등의 당사자로 나와 같은 선원이 부각되는 상황이 영 맘에 안 든다. 우리는 먼 이국 땅을 찾아다니며 그들 간의 편리와 이익을 서로 이어주는 일을 함으로써 자신들의 가족을 부양하고 있는 정직한 직업인이 아닌가? 


 게다가 지구의 자연환경 파괴 방지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앞선 매뉴얼을 가지고 모든 쓰레기와 폐기물에 대한 안전한 처리를 시행하고 있는 부류의 직업인인 것이다.


 어쨌거나 이들 해적의 발호로 어선의 활동도 많은 제약을 받게 되면서 이 바닷속에 살아가는 고기들의 수효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그나마 긍정적인 면으로 생각해본다. 


 해적들이 남겨주는 폐해를 조금이나마 벗겨주는 억지 혜택(?)으로 여겨보려는 태도라고 이해는 되지만, 너무나 궁색한 긍정 심의 제고가 아닐까? 가만한 한숨이 절로 흘러나오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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