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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Mar 12. 2019

SISTER SHIP MV CHRISTINA BRAVO

여러모로 닮아있는 점이 확인된 자매선과 만나다.

 철조망을 둘러치고 남하하고 있는 우리 배의 왼쪽 편으로 5마일 정도 거리를 두고 우리와는 반대로의 코스로 지나가려는 배가 나타났기에 쌍안경을 들어 살펴보기 시작한다.


선명 CHRISTINA BRAVO를 선수에서 찾아내고 선적항 SINGAPORE을 선미에서 확인했다. 

 열심히 살피어 확인해 놓은 그 배의 정보이다. 그런데 살펴보는 중에 느껴지는 그 배의 실루엣이 너무나 우리 배와 흡사하여 다시 자세히 알아보려고 AIS(*주1)정보를 들쳐 본다

.

 배의 길이 189.9미터, 폭 32미터, 깊이 12.8미터이다. 뭐 우리 배의 PARTICULAR 수치를 한자 한 획도 틀리지 않게 그대로 옮겨다 놓은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행선지를 보니 지난 항차 우리가 들렸던 인도의 HAZIRA. 

 어쩌면 같은 조선소에서 같은 도면을 가지고 세상에 태어난 시스터쉽(자매선)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기에 VHF 전화로 불러서 물어보기로 한다. 예상했던 대로 우리 배가 신조선으로 나왔던 중국 정허 조선소에서 작년 4월에 신조되어 나온 배라고 알려 준다. 그야말로 예상이 빗나가지 않은 자매선임에 얼떨떨한 기분이 든다. 그러나 얼른 정신을 차리며 가장 궁금한 사항부터 물어본다.


-그 배의 콘스탄츠(*주2)는 얼마나 됩니까?

-300톤에서 500톤 사이를 왔다 갔다 합니다.


그런 문답을 주고받으며 상대방도 웃었고 물음을 던졌던 우리도 똑같이 웃었다.

사실 이 만남이 서로가 난생처음인 배이며 사람들이지만 왜 이런 이심전심의 감정이 통하는 것 같은 정보부터 주고받게 되었을까? 거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신조선이면 당연히 자신의 형편에 알맞게 만들어 갖는 LOADCOM(*주3)에 입력되어 있는 기본 수치들이 있는 데 본선에서는 그 숫자들이 어딘가 현실과 턱없이 동 떨어진 구석을 종종 보여주고 있었다. 

가만있어야만 하는 부동의 unknown constant가 매 항차 달라지는 화물의 종류나 선적량에 따라 들쑥날쑥하는 변화를 보이어 애를 먹는 현실에서 시스터 쉽이라 판단되는 저 배는 제대로 되어 있을까?  

제일 먼저 서로 비교해서 알고 싶은 사항이었던 것이다.


 만약 그 배가 제대로 되어 있다면 그 정보를 얻어 우리 배에서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물었던 것인데, 그대로 되돌아오는 답변으로 봐서는 그 배도 우리와 별다를 바 없는 형편이란 걸 서로 알아채 버린 그런 상황을 보였으니.....


짧은 문답 안에서 우리 배와 흡사한 컨디션이 연출되고 있다는 걸 깨달으며 몇 마일의 공간을 두고 하는 대화였지만 거의 동시에 같은 웃음소리를 내며 이해하게 되었으니, 잠깐 동안이나마 동병상련의 또 다른 친근감마저 느꼈던 것이리라.

 좀 더 이어진 대화에서 Heavy Ballast Hold(*주4)인 3번 창에 평형수를 선적했다가 DUCT KEEL(*주5)로 물이 새어 나오는 바람에 혼쭐이 났다는 그 배의 이야기에 이르러서는, 허허~우리 회사의 또 다른 시스터쉽인

 CS.D 호가 겪은 일을 가장 새 배인 그 배도 같이 반복했음을 알려주는 일이었다. 

서로가 중국 조선소의 실력을 서로 확인하는 현실….


 어쨌거나 스위치 하여 지나치는 상황에서 우리 배의 지난 항차를 그대로 답습한 것 같은 태국 THA SALA에서 FELD SPAR를 싣고 인도의 HAZIRA로 간다는 이야기에서 용선주마저 동일한 회사였던 것을 눈치채며 시스터쉽의 각별한 인연이 더 가미된 것 같은 느낌에 친근감을 더욱 북돋아 본다. 항상 안전 항해하기를 빌어주는 덕담(*주6)을 서로 보내주며 통화를 끝내었다

.

  사실 그들 중국 조선소가 좀 모자라는 실력으로 만들어 준 본선이기에 승선한 후, 신조선만이 가질 수 있는 즐거움을 반감시키는, 여러 가지 소소한 고장의 발생으로 바쁘고 어수선한 선내 생활을 하게 되어 은근히 심통이 나있는 선내 분위기도 양선박 모두가 닮은꼴이라고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은 중국 조선소가 2010년도에 보여준 조선 실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이야기이며 우리나라의 조선 실력과 비교하여 약간의 안도하는 마음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근래 들어 모든 분야를 통틀어 우리를 추월하려는 저력을 발휘하여 만날 때마다 달라지는 그 나라의 현실을 생각하며 한편으론 무거운 마음 갖기도 한다. 그냥 고개만 주는 걸로 끝내기에는 어딘가 미흡한 앙금이 남는 요즘 중국의 비교 발전상인 것이다.


각주

*주1 - 선박자동식별장치(Automatic Identification System)

*주2 - unknown constant , 불명중량(不明重量) - 선박에서 하나하나 그 중량을 계측하기 어려운 물건들의 추정 중량을 말하며, 선박의 크기나 선령에 따라 다르고 일반적으로 선령이 오래될수록 증가한다. 불명 중량은 탱크 내의 잔수 및 빌지수(bilge water), 선저 외판에 부착한 각종 해조류, 신조 후 수리 또는 변경 공사로 인하여 부가된 페인트, 시멘트,철재 및 각종 설비,기타 측정할 수 없는 불명 중량을 포함한다

*주3 - 통상 상선의 Ship’s Office에 설치되어있는 컴퓨터에서 일항사가 화물의 적재량 계산을 위해 사용하는 프로그램. 화물의 종류, 해수의 비중 등 여러가지 option을 넣어 계산하게 되는데 그중 중요요소 중 하나가 

unknown constant임

*주4 - 공선 항해시, 악천후 등에 대비해 평형수를 실을 수 있도록 설계된 선창

*주5 - 선창 아랫부분에서 정중앙 선수 또는 선미 방향으로 설치되는 빈 공간

*주6 - 주로 Bon voyage라는 단어를 사용함


나에게 뒤태의 모습을 보여주던 처음으로 만나던 날의 본선의 모습
브리지 내부의 모습. 우현에서 좌현 쪽을 보며.
브리지 내부의 모습. 좌현에서 우현 쪽을 보며.
브리지 중앙부에서 선수 쪽을 보며
야간의 휴식 시간을 쉬고 있는 모습
밤을 지새운 쉬는 시간이 지난 후, 새벽의 여명이 다가오는 모습
다시 바다로 나가고 있는 당당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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