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를 즐기고 있는 선원들
푸짐한 불고기 거리가 숯불에 지글거리며 익고 있고 있는 모습
파티라고 하니 우선은 그 이름에서 무슨 거창한 서양사람들의 사교모임부터 떠 올리게 되지만, 그런 뜻으로 가 아닌 그냥 조촐하니 전 선원이 함께 모이는 자리를 마련하여 같이 음식을 먹으며 즐기려는 그야말로 작은 만남을 생각하며 써먹은 단어이다.
현재 우리 배는 같이 타고 있는 선원들이 한국사람이 주류이긴 하지만, 필리핀 사람이 숫자로는 제일 많고 인도네시아 사람도 한 사람 있는 3개국 인으로 이루어진 작은 사회이다.
같이 생활하다 보면 풍습이나 언어가 달라 어쩔 수 없는 작은 장벽과 알력을 가질 수밖에 없는 현실에 직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게다가 선내 생활은 사관과 일반선원이란 직급에 따라 식탁이 엄격히 구분되기에 전 선원이 함께 한자리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형편도 안 되는 것이 현실이다.
손은 안으로 굽어 든다는 말이 진리여서 일까?
선내 직책이 나와 같은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게 되는 일등항해사나 일등기관사 일지라도 이들은 식사 시간만큼은 저들 나라 사람들과 어울려 식사하려고 보통 선원들 식탁을 찾아가는 형편이다. 그러므로 현재 우리 배의 필리핀인 일항사도 아직 까지 같은 식탁에 앉아 식사해 본 적이 없다.
우리와 같은 식탁에서 생활한다면 아무래도 자신이 외톨이로 느껴지는 불편함이 크기에 그런 행동을 하는 거로 이해는 되지만, 식사 시간이란 좀 편하게 마음 놓이는 자리일 수도 있으므로 여기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도 있다고 생각되는데 말이다.
한 번쯤은 같이 식사하면서 나름대로 이야기도 나누는 기회를 만들고 싶어 출항하면서부터 별러 온 파티이다.
이제 싱가포르를 도착할 때까지 한가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주말은 오늘이 마지막이라 잡아 놓은 일정이다.
날이 밝아올 무렵 제일 먼저 창 틈으로 확인한 일이 하늘의 표정이었는데 햇빛이 나타나는 낌새를 보여줘 안심했는데 막상 점심을 준비하며 만나게 되는 날씨는 계속 밝게 따라오지 않고 훼방을 놓는다.
갑자기 불어 닥치는 바람과 함께 쏟아지는 폭우가 온 하늘을 깜깜하게 만들어 마음을 우울하게 만든다. 그대로 당할 수는 없어 얼른 후미 갑판에 준비하고 있던 불고기의 불판과 그릇 상차림을 그나마 비바람이 덜 침범하는 왼쪽 현문 앞 갑판으로 옮겨준다.
아무래도 휴일을 이용하는 게 나을 것이라 주말을 목표 잡아서 행하려다 보니 그동안 괜찮았던 날씨가 바람을 일으키고 파도를 높이는 마뜩지 않은 일을 자행하려 한다
파티를 연기하여 미루자니 그동안 은근히 홍보가 되어 기대를 갖고 있던 분위기를 망가뜨릴 것 같아 무를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그냥 진행하기로 한다.
어제 오후 사전 점검하며 아무래도 좁아 보이는 후부 갑판에서의 행사가 선체의 흔들림도 있는 상황에서 일을 진행하는 게 안전사고의 우려를 느끼게 해서 그에 대비한 당부를 일항사가 전선원에게 지시해주도록 미리 주문도 했었다.
25명 선원중 14명의 선원들이 필리핀 선원이다. 일항사가 그들과 같은 나라 출신으로서 그 직책이 선원들의 선내 생활을 감독하는 자리이기도 하니 그가 나서서 이야기하는 게 가장 나은 알림 방법으로 여겨서 그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