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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경록 Dec 24. 2021

<5분세탁>

온몸이 축 처지는 것 같아서…세제를 한 스푼 먹고 세탁기에 들어갔다.


5분세탁



온몸이 늘어지고 축 처지는 것 같아서...

세제를 한 스푼 먹고 세탁기에 들어갔다.


물이 귀까지 통통통 차오르더니

이내 세상은 물로 꽉 차오르고

몸이 붕 떠올랐다.


그동안 서러웠던 일, 행복했던 일,

꿈같았던 일들을 생각하며 난 눈을 지그시 감았다.


서서히 세탁기가 웅 소리를 내며

돌기 시작했다.

몸이 슬픔에 젖은 걸레처럼

자아를 상실하고 뱅글뱅글 돌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오르골 소리가 들려온다...


"아 나른해...."


"주머니에서 작은 오르골이 흘러나왔구나..."


세탁기가 시계 반대 방향으로 빠르게 돌더니만

타임머신처럼 귓속에서 추억들이 색색깔의 구슬들로

빠져나왔다.

색색깔의 별들 사이로 우주를 헤엄치고 있었다.

세탁기 안에서...


설레었던 초록 구슬, 쓸쓸했던 주황 구슬,

환희에 찼던 푸른 구슬, 사랑했던 붉은 구슬,

서글펐던 하얀 구슬,,,,,

구슬 구슬이 다 빠져나와 버렸다...

눈물들도...


"오르골 음악은 왜 이리도 아름답지...."


"얼마나 왔을까? 나는...

이곳은 어디지?

붉은 바다...

엄마의 양수까지 왔을까...?"


"다 흘려버리니 이렇게 가볍구나..."


"이제 곧 탈수가 되겠지..."


"그래 다 흘려버리자."


"다 짜내버리라지 뭐...."


"새로운 시계 바퀴가 돌면 새로운 구슬들이 생겨날 거야..."


"기왕이면 색색 가지 구슬들을 많이 만드는 거야..."


"타타탈탈탈........스스스스스스수수수수....."


"휴 이제 좀 가벼워졌군...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순 없지..."


"밝은 곳으로 가야 해..."


"뜨거운 햇살에 당당히 맞서야 해..."


"우울한 기분에 젖어있으면 냄새난대,,,,"


"자 우울한 기분 탈탈 털어버리고 ....."

'영차영차...'


"이렇게.... 낑... 빨랫대에 몸을 말리는 거야..."


"안녕 구슬들아...

언젠간 별이 되어 다시 만나자구..."


".........................."



오르골 소리는 아직도 흘러나오네...


2012 cyworld

한경록



https://youtu.be/o0QGzDKyMv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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