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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ULL Feb 21. 2020

전염병 속에서 퇴사를 고민하다

무자식과 유자식의 차이

 자녀의 유무에 따라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더니, 이렇게 달라질 줄은 몰랐다. 평탄하기만을 바라던 내 임신 기간에 전 세계적인 전염병이 끼어들 줄이야.
 처음에는 코로나19가 메르스 사태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외국에서 발병한 신종 바이러스, 치료 약이 없는 상태, 치료가 힘들 것이라는 공포, ... 내가 임신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코로나19는 더욱 두렵게 다가왔다. 특히 처음 코로나19를 알게되었던 설날 연휴기간은, 갑작스럽게 심한 감기에 걸려 아무 곳에도 가지 못하고 집에만 있던 상태였다. 몸이 으슬거리고 콧물과 기침이 끝없어 이불 속에서 휴대폰만을 바라보며 공포에 떨었다. 그러다 문득 5년 전 메르스 때가 생각이 났다.
 무자식에, 미혼이고, 취준생이며 지방에 살던 나는 메르스를 별로 체감을 하지 못했었다. 메르스가 그저 남 일인 것 같았고, 일상생활에 아무런 제약이 없었다. 자유롭게 외출을 했고 아르바이트하러 다녔고 도서관에 갔다. 그저 '수도권 사람들은 무섭겠다.' 정도의 생각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임신을 하자 전염병 사태를 지켜보는 시선이 확연히 달라졌다. 만약 내가 전염되면 아이까지 위험할 텐데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가장 크다. 좀비 영화나 공포 영화에서는-부산행 제외-임산부가 가장 민폐 캐릭터던데, 임산부에게는 약도 없다는 말이 정말 실감 난다. 따라오는 걱정은 '만약에 아이를 키울 때 다시 전염병 사태가 일어난다면?' 하는 것이다. 대구시의 모든 어린이집 휴원을 보며 그 누구도 아닌 미래의 내가 걱정되었다. 그렇게 된다면 나는 퇴사를 해야 할까? 언제 끝날지 모르는 사태 때문에? 맞벌이하면 아이는 누가 보나? 부모님?-이기적이게도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양가 부모님이다- 아이돌보미?


 출근이 두렵다. 코로나19 때문에 각종 행사가 미뤄지고 회사에 일도 별로 없는데, 재택근무를 시켜줬으면 좋겠다. 임산부가 유세도 아닌데.
 이 전염병 사태가 오래 지속된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되는 걸까? 접촉을 최대한 피하기위해서 택시를 타고 출퇴근을 해야 할까? 30분 일찍 일어나서 남편 차를 타고 출퇴근해야 할까? 퇴사를 해야 할까? 전염병 때문에 퇴사를 고민한다는 게 우스운 일일까?


 모 커뮤니티에 어린이집 교사가 쓴 '이 시국에 자녀 어린이집에 보내지 마세요!'라는 글에 위축이 된다. 맞벌이가 유세는 아니지만, 맞벌이 가정도 보내고 싶어서 어린이집에 보내는 게 아닐 텐데. 무엇이 나와 아이를 위한 선택일지, 여전히 모르겠다.


유일한 보호막, 마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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