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선생님을 믿으니까요

I believe in your hands

by 커리어 아티스트

얼마 전 메이크업을 부탁했던 고객이 있었다.


어느 싱가포르 여자분이셨는데, 특별한 날을 기념하며 메이크업을 의뢰하신 것이었다. 스케줄을 확인하고 통화를 마무리하던 중, 그녀가 건넨 말 한마디가 아직도 내 머릿속을 맴돈다.


It's my honour to know you
선생님을 알게 돼서 영광입니다



예의상으로 하신 말씀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한마디의 문장이 주는 여운이 상당히 오래 남아있었다. 나에게는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 인정에 대한 기쁨도 있었지만 그 뒤에 따라오는 묵직한 책임감도 함께 느껴졌다. 그분은 한국식 메이크업을 좋아하시는 분이었고, 예전에 내가 나온 인터뷰 기사를 잡지에서 보신 적이 있었는데.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메이크업을 받아보고 싶었다고 하셨다.


고객을 만날 때마다, 설렘도 있지만 처음 보는 낯선 모습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매번 고민이 된다. 여자에게 메이크업은 일상이다. 매일 아침 출근 전 화장대 앞에 앉아서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러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찾아서 메이크업을 받고 싶다는 것, 전문가에게 나의 얼굴을 맡긴다는 것에서는 평소와는 다른 특별한 날,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기대치가 있기 마련이다. 어렵게 시간을 허락한 고객을 위해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에, 예상한 것 이상의 가치를 느끼게 해 드리기 위해 나는 그동안의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최대치의 노력을 쏟아낸다.


아름다움에는 정답이 없다. 그렇기에 흥미롭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저마다 미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기대치나 만족감도 그리고 반응도 제각각 다르다. 그래서 사전에 원하시는 기대치에 대한 확인을 하기 위해 혹시 특별히 선호하시는 스타일이 있으시냐고 여쭤보니


I believe in your hands
원하는 대로 해주세요,
선생님의 실력을 믿으니까요.


이미 나의 포트폴리오를 보고 마음에 들어서 오셨다는 분이었다. 메이크업을 하기도 전에 벌써 나에게 믿음을 갖고 찾아오신 분이라는 사실에 더더욱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졌다.


나는 자기 자랑이 불편하다. 누군가가 나를 칭찬할 때면 쑥스러운 마음에 아직도 채워야 할 점이 많고 부족한 사람이라고 나를 어떻게든 깎아내리고 셀프디스 하기 바빴다. 하지만 그분의 말을 듣고나니 이제는 그렇게 하면 상대방이 무안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무한 신뢰를 해주시는 분을 보면서 내가 나를 믿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느꼈다. 자기 자랑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나의 실력에 대해선 그동안 노력한 걸 부정하지 말자고, 스스로 의심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결코 가볍지 않은 부담과 함께 더 잘하고 싶다는 동기부여가 생겼다. 특별한 날에 어울릴만한 스타일 연출을 위해 온 정성을 쏟아서 메이크업을 하고 나면 그날 하루는 아무것도 못하고 에너지 고갈로 넉다운될 만큼 피곤하지만 마음만은 뿌듯하다. 브러시의 힘 조절, 라인의 단 1mm의 굉장히 작은 차이도 섬세하게 다루는데 온 신경을 집중하다 보니 나는 다른 아티스트에 비해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지만, 대신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고 한다. 외국인 고객이 찾아오시는 이유는 보통 한국스타일의 메이크업에 대한 기대를 하고 오시는 것이기에, 나는 매번 한국을 대표한다는 심정으로 메이크업을 한다. 메이크업을 받으시는 분들은 한국의 미에 대한 궁금증이 많으시고, 어떻게 하면 한국 여성들은 그렇게 아름다운 피부를 갖고 세련된 스타일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부러워하신다.



믿음의 무게를 안고 어떻게 그에 맞는 기대치를 맞출 수 있을지에 해서는 사실 매번 쉽지 않은 고민이다. 하지만 고객이 나를 믿고 찾아오는 만큼, 나 스스로도 나에 대한 믿음을 놓지않아야겠다. 내가 좋아하는 일에서 인정받는다는 것, 믿음을 주는 분이 계신다는 것만으로도 큰 동기부여가 되고 지속할 수 있는 힘이 된다. 스스로에 대해 의심이 들려고 할 때마다 나는 그분을 생각하며 나 자신을 응원해봐야겠다.


I believe in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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