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갖고있는 것에서 출발하기

나다움을 찾는 방법

by 커리어 아티스트
IMG_20210710_071048.jpg 비포&애프터



내가 아닌 것처럼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평소에 화장을 거의 안 하던 분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특별한 날에 초대받은 약속에서 최대한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보이고 싶다고 했다.


아카데미 다니던 시절, 싱가포르 원장님은 자연스러운 화장을 하는 나에게 조금 더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실기시험에서 나오던 지적이 바로 조금 더 intensity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고객이 비용을 지불하는 의미를 느끼게 하려면 보다 확실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하셨다. 그래서일까 로컬 아티스트들을 보면 과감하게, 진하게, 좀 더 강한 색감을 사용하는 편이다.


원장님의 말씀도 일리는 있었다. 패션쇼 메이크업이나 화보 촬영에서는 조명 때문에 화장이 다소 짙더라도 빛의 영향으로 색감이 날아가서 그다지 강하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한 번은 프로젝트 과제로 계절을 메이크업으로 얼굴에 표현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다른 사람이 생각하지 못한 창의성이 느껴지는 룩을 연출하는 것이었다. 얼굴에 온갖 비즈와 깃털 같은 속눈썹, 기하학적인 메이크업을 하면서 이건 데일리로 일반인이 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미술작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는 있었는데, 내가 계속하고 싶은 스타일이랑은 거리가 있었다.


나는 여전히 자연스러운 화장이 좋다. 은은하면서 우아함이 느껴지는 투명화장은 내가 가장 선호하는 스타일이자, 제일 어려운 화장이기도 하다. 한 듯 안 한 듯하면서 그 사람 본연의 아름다움을 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시크하게 아무신경을 쓰지 않은듯 하면서도 어딘지 예뻐보이는 꾸안꾸룩- 이때 내가 관찰하는 건 그 사람이 부족한 부분이 아니라 이미 갖고 있는 것이다. 그것에서부터 시작해야지만 어색하지 않다. 내가 아닌 것을 억지로 끌어오려고 하면 티가 심하게 난다. 예를 들어 최근에 지인 언니가 헤어라인 문신을 했는데 너무 심하게 라인을 칠해서 거의 앙드레김 같은 웃픈 모습이 되어버려 속상했다고 했다.


메이크업을 할 때면 헤어라인 음영도 빠질 수 없는데, 이 부분에서도 역시 그 사람이 가진 헤어 컬러와 비슷한 톤으로 머리카락이 나있는 부분부터 아주 천천히 그림자가 지는 듯 브러시를 움직인다. 그래야지만 얼굴만 동동 뜨거나 갑자기 뚝 끊어져있는 듯한 어색한 음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눈썹의 경우에도 펜슬보다는 파우더로 약하고 연하게 시작하는데, 이것도 역시 그 사람의 기존 눈썹 결을 최대한 살리는 편이다. 속눈썹도 통으로 붙이기보다는 가닥으로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속눈썹을 연결하는 느낌으로 붙인다.


자연스러운 화장을 하면서 이미 가진 것부터 시작하는 방법을 배웠다. 이미 갖고 있는 눈썹, 속눈썹을 최대한 살리되 눈매를 서서히 또렷하게 만들어간다. 내가 아닌 내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미 내가 가지고 있는 것부터 출발해야지만 어색하지 않은 "나다움"을 연출할 수 있는 것 같다. 메이크업은 단점을 가리려고 하기보다는 장점을 "보완"하는 방법일 때가 자연스럽다. 아주 작지만 섬세한 차이들이 쌓여서 완성이 되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아니라 좀 더 나은 버전의 나 자신이 되었을 때, 비로소 자신감도 자연스럽게 생기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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