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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입사 초로 돌아간다면?

by 커리어걸즈

타임머신이 생긴다면 언제로 돌아갈 것인가? 대학생 때로 가고 싶다는 사람도 있을 테고, 아주 어릴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입사 초기로 돌아가고 싶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했던 정말 어이없는 실수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고, 또 어쩌면 나를 아주 크게 발전시킬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 혹시나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과거의 나보다는 좀 더 현명하게 직장생활을 하기를 바라며, 과거의 담비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써 본다.


1. 자주 질문하되, 힘닿는 데까지 찾아보고 질문하기

‘신입사원’이라는 이름표는 생각보다 힘이 세다. 아주 멍청하고 기초적인 질문에도 선배들이 '그때는 그럴 수 있지.' 라고 넘어가 주는 매우 유용한 방패가 된다. 또 신입사원 때에는 할 줄 아는 일이 많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약간 뜨는 때가 있는데, 그때 회사 공용 폴더에 이해할 수 없는 수많은 자료 중 느낌이 오는 자료들을 공부해 보기를 추천한다. 모르는 모든 단어에 형광펜을 치고, 무엇인지 추측해 보고, 인터넷이나 사내 포털에서 찾아보기도 하고, 정 모르겠으면 선배들에게 물어보자. 물론 선배에게 바로 물어보면 가장 빠르고 쉽고, 또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회사 생활을 하며 깨달은 건 ‘쉽게 얻은 건 쉽게 사라진다.’라는 것이다. 내가 고민해 보지 않고 얻은 것은 금방 머리에서 사라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하나를 알기 위해 여러 자료를 뒤져보고, 복잡한 엑셀 파일에 걸린 수식을 하나하나 뜯어보고, 산재해 있는 여러 자료를 엮어 이해해 보려는 노력이 그 하나의 지식을 평생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2. 내 일이 아니라도 관심을 가지기

부끄러운 고백을 하자면, 나는 나와 관련된 일이 아니면 회사의 다른 일에는 관심을 별로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회사에서 인정받는 뛰어난 사람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그리고 그 일에 애로사항은 무엇인지 잘 파악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내 일만 제대로 알고 하기에도 벅차다.'고 생각했지만, 곧 알게 됐다. 회사에 다니며 다른 사람들의 일에도 관심을 가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먼저, 남을 알고 나를 알아야 승리할 수 있다. 내가 하는 일을 잘 알아도, 남이 하는 일을 모르면 승리할 수 없다는 의미다. 만약 판매해야 할 물량이 있다면, 여러 팀이 해당 물량을 각자의 시장에 판매하고 싶어 할 것이다. 우리 팀이 왜 판매해야 하는지만 주장하기보다는, 다른 시장의 상황을 파악하고 그에 비해 우리 팀의 담당 시장이 어떤 우위를 가졌는지 이야기한다면 물량을 가져오기가 훨씬 쉬워진다.

두 번째로, 문제가 생겼을 때 어디에 도움을 청해야 할지 알 수 있다. 영업을 하다보면 온갖 문제들이 생기기 마련인데, 회사 내 여러 지원 부서가 하는 일을 잘 알고 있다면 적재 적시에 도움을 요청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내가 다음으로 어떤 일을 더 하고 싶을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내 일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내 일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선배나 주변 다른 팀이 하는 일을 유심히 살피며 일한다면 나와 어떤 일이 맞고, 맞지 않을지 감을 잡을 수 있다. 물론 주니어 때는 내 일만 제대로 하는 데에도 큰 에너지를 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조금만 더 노력을 들여 다른 사람이 하는 일까지 관심을 가지고 알아 간다면, 일할 때 보는 시각이 훨씬 더 넓어질 것이다.


3. 더 큰 기회가 왔을 때 망설이지 않고 잡기

기회는 정말 예상할 수 없을 때 찾아온다. 주변 상황을 분석하고 내가 정말 할 수 있을지를 따질 시간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알고 시작하는 사람은 없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처럼, 그 자리에서 새로운 마음과 시각으로 일하면서 잘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내게도 그런 기회가 온 적이 있다. 판매 전/후의 과정인 오퍼레이션을 담당하던 내게 직접 판매를 하는 영업 담당자 롤을 해보라고 제안해 준 것이다. 당시에는 내가 잘할 수 있을지 무섭고, 주위 다른 직원들이 이 롤을 더 잘할 것 같고, 내가 지금 하는 일도 벅차다고 생각해서 거절했다. 지금 돌아보니 내게 처음부터 아주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를 원하지는 않았을 텐데, 그때 시작하지 않으니 몇 달이 지나도 기회는 잘 오지 않았다. 앞으로 언제 어떤 기회가 찾아올지 모르지만, 더 큰 기회가 왔을 때 망설이지 않고 잡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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