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등학생 시절 영어 교과서를 통해 접한 브라질의 ‘쿠리치바’라는 생태 도시로 인해 도시계획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도시계획을 통해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든 쿠리치바의 사례는 내가 사는 도시환경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이 관심은 대학교 진학으로 이어져, 도시계획을 전공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다만, 내가 진학한 곳은 도시계획뿐만 아니라 부동산도 함께 공부하는 학부였다. 따라서 원하지 않더라도 부동산학에 관한 공부를 해야 했으나, 공부할수록 “부동산업은 공익보다는 사익을 추구하는 사람이 일해야 하는 업계다.”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도시계획직 공무원 혹은 주택도시공사 취업만을 목표로 두고 지내왔었다.
졸업을 앞둔 시기, 본격적인 취업 준비 전 도시계획과 관련된 인턴 경험을 쌓아보고 싶었다. 우연한 계기로 도시계획에 관련된 컨설팅을 진행하는 회사의 인턴 공고를 보게 되어 지원하게 되었으며, 그렇게 나는 이 회사에서 정규직 전환되어 4년째 근무를 하고 있다.
어라, 시행사 다닌다고 하지 않았는가? 맞다. 컨설팅사이자 신생 시행사였다. 도시계획 컨설팅을 하고 싶었던 나의 바람과는 다르게 갑자기 부동산 개발 업무에 뛰어들게 된 것이다. 처음엔 사회 경험을 쌓자는 생각으로, 이후엔 우연한 기회로 만난 좋은 상사와 동료에 감사하며 직장 생활을 지속했다. 그러나 지금은 공직을 꿈꾸던 과거의 나는 사라진 채, 어느덧 하나의 부동산 개발업자로서 성장해 가고 있다.
시행사에서 근무하기 전까지, 나는 두 가지의 커다란 오해를 하고 있었다. 하나는 나에 대한 오해였으며 다른 하나는 부동산 개발업에 대한 오해이다.
시행사 업무는 일반적인 직장 생활과 큰 차이점이 한 가지 있다. 바로 부동산이 가지는 ‘개별성(부동산은 완전히 동일할 수 없다.)’이라는 특징으로 인해, 과거의 업무수행 방식을 똑같이 적용하기는 어렵고 항상 새로운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업무가 루틴화되어있는 공직 업무와는 정반대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루틴화된 업무와 잘 맞을 것이라는 나의 막연한 예상과는 달리, 실제 개발업 실무를 경험하면서 나는 익숙함보다는 새로움을 지향하는 사람임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부동산 개발업자라는 직업은 ‘사기꾼’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이 부분은 이후에 서술하겠지만, 반은 맞고 반은 오해라는 말을 하고 싶다. 부동산 개발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고자 하는 사기업을 경험한 후, “부동산업은 공익보다는 사익을 추구하는 사람이 일해야 하는 업계다.”가 아닌, “부동산업은 공익을 추구하는 사람이 사익과의 조화를 이뤄내도록 노력해야 하는 업계다.”라는 생각으로 바뀌게 되었다.
부동산 개발업은 사실 학문보다는 실무를 통해 얻어 가는 배움이 많은 업계다. 따라서 ‘이 직업은 어떻다!’라는 설명만 듣고 꿈을 키워나가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당신이 도시미관과 주거환경 개선에 관심이 있다면 - 특정 토지에 적절한 건축물을 구상하고 만들어보고 싶다면 - 하물며 익숙함보다는 매일의 도전을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함께 부동산 개발업자로서 ‘사기꾼’ 이미지를 탈피시키자고 조심스럽게 제안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