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전담경찰관의 올바른 사회규범 이야기
쓰레기를 버리면 동물 친구들이
헉헉 대며 숨을 쉬기 어렵지만,
지구를 깨끗하게 지켜주면
친구들과 함께 신나게 뛰어놀 수 있어.
봄날의 벚꽃 축제는 마치 한 권의 그림책 같았다. 분홍 잎이 바람을 따라 춤을 추고 아이 손에 들린 구름같은 솜사탕은 금세 반쪽이 되었다. 새봄이는 얼굴에 그려진 고양이 그림을 들여다보며 까르르 웃었고 다온이는 알록달록 풍선 인형을 꼭 껴안은 채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경쾌한 음악과 함께 사람들의 웃음소리, 반짝이는 노점상 불빛이 어우러져 세상은 축제에 걸맞은 빛깔로 물들었다.
축제를 즐기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다온이가 물었다.
"아빠, 왜 이렇게 쓰레기가 많아?"
나는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벤치 옆에는 찌그러진 빈 종이컵, 나무 밑에는 꼬치와 비닐봉지 널브러져 있었다. 곳곳에 놓인 쓰레기통은 이미 온갖 오물들로 넘쳐났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웃음과 활기로 가득했던 축제장은 끝내 숨기지 못한 뒤편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었다. 내게는 이런 풍경이 낯설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숱하게 봐온 익숙한 지저분함에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지만 아이의 눈에는 전혀 달랐나 보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눈빛은 처음으로 그 어두운 면을 마주하고 있었다.
아빠: 그러게. 여기저기 쓰레기가 버려져 있으니까 더 지저분해 보이네.
다온: 꽃들이랑 나무들이 아플 것 같아. 근데 사람들은 왜 쓰레기를 버려?
아빠: 음... 대부분 사람들은 쓰레기통에 버리거나 집으로 가져가는데 몇몇 사람들은 그냥 버리고 가기도 해.
다온: 그 사람들은 꽃들이 아픈 걸 몰라?
아빠: 사실 쓰레기를 버리면 땅이나 바다가 아파하는 건 누구나 다 잘 알지. 그런데 그런 행동이 큰 피해로 이어진다는 걸 자꾸 잊어버리나 봐.
새봄: 어른들은 알면서도 왜 그래? 알면서 모른 척하는 게 더 나빠!
아빠: 응... 그런 행동들을 우리는 무책임하다고 하다고 표현하기도 해. 그래서 그런 사람들이 더 생기지 않도록 우리 법에는 '쓰레기를 버리면 혼나요.'라고 적혀 있어. 너희들 혹시 헌법이라는 말 들어본 적 있니?
새봄: 헌법? 법은 사람들끼리 약속한 거라고 아빠가 알려줬잖아.
아빠: 맞아 새봄아. 그중에서도 헌법은 법 중에서 제일 높이 있는 가장 큰 법이야. 우리나라에서 꼭 지켜야 할 기본적인 약속 같은 거지.
새봄: 제일 큰 법이면 모두 알고 있는 거야?
아빠: 꼭 그런 것만은 아니지만 아빠는 우리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헌법은 꼭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새봄: 나도 그럼 배울래.
아빠: 그럼 아빠랑 조금씩 천천히 배워보자. 헌법에는 모든 사람은 건강하고 깨끗한 환경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 적혀 있어.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쓰레기를 버리지 않을 책임도 있는 거야.
다온: 아빠, 너무 어려워.
아빠: 괜찮아, 다온아. 지금은 조금 어려워도 자주 듣다 보면 익숙해질 거야. 법을 알면 더 바르게 사는 방법도 알게 되거든.
새봄: 아빠, 근데 땅이랑 바다가 아프면 왜 동물들이 힘들어져?
아빠: 음... 쓰레기가 바다로 들어가면 바다가 아파지지?
다온: 응
아빠: 물고기들은 작은 쓰레기 조각이 보이면 꿀꺽 삼켜버려. 그렇게 뱃속에 쓰레기가 쌓이면 그 물고기를 잡아 먹는 곰이나 독수리 같은 친구들이 어떻게 될까?
다온: 배가 아파.
아빠: 정답이야. 결국 배 속에 나쁜 물질이 들어가서 배가 아프고 "헉헉" 하면서 숨 쉬기도 힘들어지는 거야.
새봄: 그럼 동물들만 쓰레기를 먹고 우리는 안 먹는 거야?
아빠: 좋은 질문이야. 사실 우리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먹고 있어.
다온: 에이, 거짓말! 난 쓰레기 안 먹는단 말이야.
아빠: 우리가 직접 먹는 건 아니지. 하지만 동물들이 쓰레기를 먹으면 결국 우리가 고기를 먹을 때 동물들이 먹은 나쁜 것들도 함께 들어오게 되는 거야.
새봄: 나쁜 게 들어오면 우리도 아파지는 거 아니야? 힝, 난 아픈 거 싫은데.
아빠: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해. 예를 들면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거나, 땅에 떨어진 쓰레기는 하나씩 주워 담는 거지.
다온: 힘들겠는데.
새봄: 그냥 처음부터 쓰레기를 안 만들면 안 돼?
아빠: 그렇지! 줄일 수 있다면 처음부터 줄이는 게 가장 좋아. 예를 들어 포장지가 잔뜩 덮여 있는 과자를 덜 사 먹거나 종이컵을 쓰는 대신 집에서 쓰는 컵으로 물을 마시는 거야. 그러면 쓰레기를 덜 만들어 낼 수 있어.
다온: 그래도 언니는 과자를 좋아하니까 언니 침대에 쓰레기가 잔뜩 있을 것 같은데?
새봄: 뭐라고? 네 침대는 인형 때문에 누울 자리도 없거든!
아빠: (웃음을 터트리며) 좋아, 그럼 오늘은 가족 미션! '깨끗한 내 침대 만들기' 어때? 일주일 동안 누가 더 깔끔하게 지키나 겨뤄보는 거야.
새봄: 좋아! 내가 이길 거야!
다온: (장난스럽게) 이기면 뭐 줄 거야?
아빠: 이기는 사람한테 아빠가 뽀뽀 열 번 해주기!
다온: 그럼 난 안 할래.
아빠: 에이 왜...
새봄: 아빠, 근데 내 침대에 있는 포장지랑 구겨진 색종이는 어떡해?
아빠: 정해진 방법으로 버리면 돼. 종이는 종이끼리, 플라스틱은 플라스틱끼리, 음식물은 따로 모아야 해. 그러면 쓰레기로 다시 물건을 만들 수 있고 땅이나 바다를 아프게 하지도 않지.
다온: 나 재활용하는 방법 배웠어!
새봄: (손에 들고 있던 음료수 통을 꼭 쥐며) 맞아. 나도 이거 다 마시고 안 버릴 거야. 집에 가져가서 재활용 상자에 넣을 거야!
아빠: 좋은 생각이야. 아빠도 어릴 적에는 재활용을 한다고 음료수 병을 잔뜩 모아서 마트에 가져가면 사장님께서 과자로 바꿔주시기도 했어.
다온: 뭐야! 그럼 아빠는 음료수도 마시고 과자도 먹고, 두 번이나 먹은 거잖아? 그러니까 화장실을 많이 가지!
아빠: 하하하, 맞아. 그래서 아빠가 그런가 보다. 그럼 다음에는 새봄이, 다온이도 같이 집에 있는 빈 병을 마트에 가져다주고 와볼까?
새봄: 그럼 우리도 맛있는 거 사 먹을 수 있어?
아빠: 당연하지.
새봄: 응! 그럼 나는 아이스크림으로 바꿀래!
다온: 그럼 나는... 개구리 젤리!
아빠: (피식 웃으며) 다온이는 늘 특별한 걸 고르는 구나. 그래 그럼 오늘부터 쓰레기는 덜 만들고 재활용은 더 열심히 해보는 거다!
어릴 적 빈 병을 모아 과자로 바꾸던 나의 작은 습관이 이제는 아이들의 작은 손끝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봄 축제의 화려한 풍경은 꽃잎처럼 흩어졌지만 아이들의 물음은 어른으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쓰레기를 줄이고, 정해진 방법으로 버리고, 무엇보다 지구를 지킬 수 있는 방법들을 실천하는 것. 그 작은 선택들이 모여 언젠가 아이들의 웃음처럼 맑은 세상을 남겨줄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아이들에게 건네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
아이에게 "쓰레기를 버리면 동물들이 숨을 못 쉰다"라고 설명하는 것은 단순한 비유가 아닙니다. 실제로 쓰레기는 땅과 바다를 오염시켜 생태계를 파괴하고 결국 우리의 삶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법은 이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헌법 제35조 제1항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폐기물관리법 제8조 제1항
누구든지 특별자치시장, 특별자치도지사,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이나 공원ㆍ도로 등 시설의 관리자가 폐기물의 수집을 위하여 마련한 장소나 설비 외의 장소에 폐기물을 버리거나, 특별자치시, 특별자치도, 시ㆍ군ㆍ구의 조례로 정하는 방법 또는 공원ㆍ도로 등 시설의 관리자가 지정한 방법을 따르지 아니하고 생활폐기물을 버려서는 아니 된다.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1항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한다.
제11호 (쓰레기 등 투기) 담배꽁초, 껌, 휴지, 쓰레기, 죽은 짐승, 그 밖의 더러운 물건이나 못쓰게 된 물건을 함부로 아무 곳에나 버린 사람.
결국 어른들이 아이에게 가르치는, 지구를 깨끗하게 지키는 마음은 단순한 도덕 교육을 넘어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모든 이의 삶의 질을 지켜내는 힘이 됩니다. 아이의 상상 속 행복한 동물 친구들은 미래 세대를 구성할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며 지금을 살아가는 어른들이 지구를 아껴야만 다음 세대에게 깨끗한 세상을 물려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작은 실천 훈련이 필요합니다. 간식을 먹고 난 뒤 포장지를 직접 쓰레기통에 버리는 습관, 집에서 분리배출를 도와주는 '분리배출 도우미' 역할, 산책길에서 눈에 보이는 작은 쓰레기를 하나씩 주워 넣는 '길거리 1분 줍기' 활동은 아이가 환경보호를 자신의 행동과 연결시키는 좋은 연습이 됩니다. 그리고 이런 날을 그림일기나 스티커로 기록하면 "내가 지구와 동물 친구들을 지켰다"는 성취감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작은 행동이지만 이런 경험이 쌓일 때 아이는 깨끗한 환경을 지키는 마음이 단순한 말이 아니라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가는 현실이라는 것을 배워나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