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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왜 약속을 안 지키면 안 돼요?

육아전담경찰관의 올바른 사회규범 이야기

by 연옥



약속은 물 위에 놓인 다리 같은 거야.
약속을 잘 지키면 다리가 튼튼해져서
끝까지 건널 수 있지만,
약속을 안 지키면 다리에 구멍이 나서
풍덩 빠질 수도 있단다.






토요일 아침, 식탁 위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카레가 놓여 있다. 새봄이는 숟가락을 들고 기대에 찬 표정을 지었지만 다온이는 카레를 보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


아빠: 우리 어제 뭐라고 약속했는지 기억나?

새봄: 아침밥 다 먹으면 오늘 키즈카페 가기로 했잖아!

아빠: 맞아. 그래서 오늘은 카레밥을 준비했지. 얼른 먹고 가자.

다온: 개구리가 노란 음식은 안 먹고 싶대. 흰 밥만 먹고 싶대.

아빠: 다온아. 흰 밥만 먹으면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지 못해서 몸이 약해지고 키가 크질 않아.

다온: 괜찮아. 나는 평생 아가 할래.

요즘 들어 이런 엉뚱한 말이 늘었다. 나는 깊은숨을 내쉬며 흰 밥을 가져다주었다.

아빠: 자, 대신 다 먹어야 한다.

다온: 흰 밥이 최고야. 개굴.

그러나 흰 밥을 받아 든 다온이는 두 숟가락만 뜨고는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점심 무렵, 낮잠을 자고 일어난 다온이는 벌떡 일어나 나에게 달려왔다. 눈빛은 이미 신나게 놀 준비가 되어 있었다.

다온: 아빠! 이제 키즈카페 가자! 개구리가 다 잤대!

나는 다온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아빠: 다온아, 아침에 아빠랑 한 약속 지켰니?

다온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다온: ... 조금 먹었잖아.

새봄은 손을 허리에 얹고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새봄: 조금 먹은 건 약속을 지킨 게 아니야. 아빠 저만 데려갈 거죠?

둘 중 하나만 가는 건 계획에 없어 난처했지만, 원칙을 어길 수는 없었다.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결과를 수용해야 한다는 걸 보여줄 때였다. 결국 새봄이는 엄마와 함께 집을 나섰고, 다온이는 나와 함께 집에 남게 되었다.


다온이는 바닥에 드러누워 발을 동동 구르며 울음을 터뜨렸다.

다온: 아빠, 나도 키즈카페 데려가!

아빠: 안 돼. 아침밥 안 먹었잖아.

다온: 개구리가 먹기 싫다고 한 거잖아!

아빠: 결국은 다온이가 안 먹은 거야. 약속은 약속이야.

다온: 아빠 미워! 아빠 똥꼬야!

아빠: 나쁜 말은 마음에 상처를 준다고 했지? 그런 말을 하는 아이랑은 더 이상 대화 못 해. 진정하고 아빠랑 이야기하고 싶을 때 다시 와.

다온이는 울음을 더 크게 터뜨리며 방 안을 뒹굴었다.


십 분쯤 지나자 다온이는 결국 힘이 빠진 듯 고개를 푹 숙인 채 다가왔다. 눈가에는 눈물 자국이 선명했다.

아빠: 이제 아빠랑 이야기할 수 있겠어?

다온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 우리가 한 약속이 뭐였지?

다온: 밥 다 먹으면 키즈카페 가기로 했어.

아빠: 그런데 아침밥 다 안 먹었지?

다온: ... 응.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다온이를 잠시 바라보다 조용히 말을 이었다.

아빠: 약속은 다온이와 아빠를 이어주는 다리야.

다온: ... 다리?

아빠: 그래. 물이나 높은 곳을 건널 때 이용하는 다리 말이야.

다온: 응.

아빠: 다온이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다리에 구멍이 생겨서 아빠한테 올 수 없어. 그러면 다온이도 무섭고 아빠도 속상하겠지?

다온: 응.

아빠: 약속을 지킨다면 다리가 단단해져서 언제든지 다온이가 아빠를 만나러 올 수 있어.

다온: 그런데 물속에 빠지면 수영해서 가면 되잖아.

아빠: 수영으로 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물속은 깊고 차가워서 다온이가 금방 지쳐버릴 거야. 그래서 반드시 다리로 건너야 해. 그러려면 약속을 꼭 지켜야 하는 거고.

다온이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뗐다.

다온: 그럼 오늘부터 약속 지킬 테니까, 내일 키즈카페 데려가 줘.


그날 저녁, 식탁 위에는 다시 카레가 올라왔다. 다온이는 여전히 잔뜩 찡그리고 있었지만 한 숟가락, 두 숟가락, 끝내는 당근까지 꾸역꾸역 삼켰다. 접시는 결국 깨끗해졌다.

새봄: 다 먹었네? 잘했어 다온아!

아빠: 다온이가 약속을 지켰구나. 아빠가 내일은 꼭 키즈카페 데려가 줄게.

다온은 눈을 반짝이며 외쳤다.
다온: 진짜? 그럼 인형낚시로 100마리 뽑아주기 약속!

아빠: 어..? 100마리..?

새봄: 다온아, 그럼 우리 다음부터는 키즈카페 못 가. 아빠 때문에 키즈카페가 망하거든!

다온: 우리가 인형 100마리로 키즈카페 열면 되지!

아빠: 그러려면 돈이 많이 필요한대?

다온: 괜찮아! 그럼 아빠 월급 다 쓰면 되잖아!

새봄: 그러면 되겠네! 아빠 감사합니다! 돈 많이 벌어오세요!

아빠: ...아빠 지갑은 항상 위기 상황이구나...


다온이의 한마디에 모두 웃음이 터졌다. 아이와의 약속을 지키는 일은 때로는 힘들고 갈등을 낳기도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결국 서로를 향한 믿음이 한층 더 단단해졌다.






아이의 눈에 약속은 단순히 놀이 규칙이나 친구와의 작은 약속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약속은 곧 사회를 지탱하는 질서의 출발점입니다. 법은 사회 구성원 간의 약속으로 만들어진 것이며, 모두가 그 약속을 지킬 때 사회는 질서와 신뢰 속에서 유지됩니다. 따라서 아이에게 약속을 지키는 습관을 가르친다는 것은, 성인이 되었을 때 법을 존중하고 타인의 권리를 지키는 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한 기초 훈련이 됩니다.


헌법 제1조 제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 국가는 헌법과 법률이라는 약속에 따라 운영됩니다.


형법 제1조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범죄로 되지 아니하며 형벌을 과하지 아니한다.

- 사회에서 정한 약속(법)을 어기고 범죄를 저지르면 처벌을 받습니다.

민법 제390조
채무자가 이행하지 않으면 손해배상 책임이 따른다.

- 계약이라는 개인 간의 약속을 어기면 법적으로 책임을 져야 합니다.


헌법, 형법, 민법상 조문들은 각각의 의미를 지니지만 모두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동일한 원리를 담고 있습니다. 아이에게 이 가치를 가르치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생활 속 작은 경험에서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정한 규칙은 반드시 지켜보기

약속을 지켰을 때는 칭찬하기

약속을 어겼을 때는 사과하기

약속을 어겼을 때는 결과 수용하기


이런 경험이 쌓일수록 아이는 약속을 단순한 규칙이 아니라 신뢰와 책임의 가치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결국 약속을 지키는 습관은 가정에서 시작되는 법치주의의 첫걸음이며, 이는 아이가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고 사회적 신뢰를 쌓아가는 어른으로 성장하게 하는 밑바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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