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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redere Aug 08. 2020

터진 허리 디스크는 흡수 될 수 있다

30대 남성의 허리 디스크 극복 사연 01편

외래로 안경을 쓴 젊은 남성이 절뚝이며 들어옵니다. 

옆에는 한살배기 아기를 안고 있는 젊은 아내가 근심 어린 얼굴로 자리를 지킵니다. 


"두달 전부터 허리가 아픕니다. MRI 를 찍어봤는데 디스크라고 설명 들었습니다.
지금은 좌측 허벅지 쪽까지 저린데 이게 시간이 지나도 좋아지지 않고 점차 심해집니다.


허리를 부여잡고 다리를 절며 들어오면 허리 디스크 문제인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심지어 고등학생도 허리 디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하죠. 

요즘은 MRI 촬영이 보편화 되었기에 이미 정확히 진단을 받고 치료를 예상하고 병원으로 내원하는 경우가 많지요.


현대사회는 모든 연령대가 허리 디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심지어 10대에서도 많이 발생하고 있지요. 

중고등학생이 허리 디스크 파열이라니 상상이 되십니까? 

특히나 스마트폰,컴퓨터 작업 등 앉아서 일하는 시간이 많이 늘어나면서 

자세불량과 운동부족으로 인해 척추의 퇴행성 질환이 과거에 비해 젊은 연령층에서 현저하게 늘었습니다. 


우선 환자분을 눕히고 통증에 대한 자세한 신경학적 신체검진을 해봅니다. 

통증에서의 세밀한 신경검진은 통증의 원인을 감별하고 파악하는데 가장 중요한 과정입니다. 

통증의 원인이 정확히 파악된다면 즉, 진단이 정확하게 내려진다면 이를 집중 치료함으로써

통증은 자연스럽게 회복되게 됩니다. 


>>click 하지직거상 검사

하지 직거상 검사는 누워서 다리를 들어올리는 검사법인데 

돌출된 신경이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을 누르고 있다면 다리를 들어올리는 과정중에 신경이 당겨지면서 극심한 통증을 유발합니다.  

역시나 조금만 들어올려도 다리 통증이 심해 허공에 두손을 저으며 만류를 합니다. 


"아이고 너무나 아픕니다. 조금만 들어올려도 다리가 찌릿해요!" 


게다가 아뿔싸. 좌측 봘목 및 발가락의 힘이 빠져있습니다. 

다행히 심하지는 않은 상태. 

이미 2달전 찍은 MRI 를 확인해 보면 디스크 파열이 두군데서 확인이 되었는데 

그중 가장 아랫마디의 디스크 파열이 현재의 심한 통증과 연관이 있다고 판단이 되었습니다.  

>>click 근력평가 기준 근력등급 (motor grade)


내원 전 타병원에서 촬영한 MRI, 원안의 좌측으로 탈출된 허리 디스크가 관찰이 됩니다. 
두달 전에는 허리가 많이 아팠는데 이제는 다리 통증이 너무 심해져서 힘이듭니다. 



옆에 선 아내분은 이 모습을 지켜보며 점점 낯빛이 어두워집니다. 

이미 수술을 어느정도 예상하고 병원을 찾았겠지요. 

그렇기에 더욱 초조할 터입니다. 거쳐온 병원에서는 어떤 설명을 들었을까 문득 궁금해 집니다. 

저는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현재 명확한 디스크 증상이고 이전보다 다리 통증이 심해진 것은 디스크 파열로 탈출이 더 심해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전 검사를 그대로 반복할 필요는 없지만, 문제있는 부위 중심으로 한번 더 확인을 해보겠습니다.


다시금 MRI 권유를 할때는 항상 마음이 무겁습니다. 

비급여 치료라 비용이 혹시나 부담될까 하는 걱정도 있지만 

그보다 더 속상한 것은 다시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을 정도로 증상 변화가 뚜렷한 경우 재촬영을 하기 때문입니다. 병변이 커지면 치료도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치료 계획을 세밀히 세우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치료 전 병변에 대한 정확한 진단 이기에 현재의 증상 및 마비 정도, 확인해야 할 부위를 자세히 설명드리고 검사를 다시 진행합니다.

 



한참 정신없이 외래에서 다른 환자분을 보다가 어느덧 아기 아빠의 MRI 사진이 올라옵니다. 

아.. 아쉬움의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디스크 수핵이 기존보다 더 많이 흘러나왔습니다. 쉽게 말해 디스크가 더 심하게 터진것이지요. 


증상이 심해져 재촬영한 검사에서 디스크가 더 심하게 밀려나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기와 함께 들어온 부부가 앞에 앉습니다. 


유감스럽지만, 원래 탈출 되었던 디스크가 더 심하게 밀려나왔습니다. 
이 정도면 수술까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수술이라고요?

수술 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부부의 눈이 휘둥그레 집니다. 


제가 이제 직장에서 자리잡고 한참 일하던 터라, 자리를 비울 수 없습니다. 
수술 외에는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환자분이 천천히 그리고 침착하게 말을 꺼냅니다. 하지만 미세한 목소리의 떨림은 숨길 수 없었습니다. 


수술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수술이라는 단어를 꺼낸 것은 아닙니다. 그 외에도 방법이 있습니다.

이렇게 운을 띄우며 설명을 시작합니다. 


사실 디스크는 파열되었다고 해서 무조건 수술하는 병이 아닙니다. 

과거 명확한 진단법 및 치료법이 없던 시절에는 이러한 증상이 있는 환자들을 몇개월이고 눕혀놨지요. 

그리고 지켜보니 환자들의 증상이 좋아지고 점차 일상생활에 복귀하는 비중이 늘어났습니다. 

물론 기다려야 하는 시간의 기약이 없고, 모든 환자가 그대로 다 좋아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말입니다. 

게다가 서로 협력을 해서 먹고 사는 사회이기에 사회 구성원이 아픈 사람의 공백을 메워줄 수 있었습니다.


왜 증상이 좋아질까요? 


이제는 그 이유과 작용기전(Mechanism) 이 거의 밝혀졌는데 간단히 설명하자면,

터져나온 디스크는 결국 우리몸의 자가면역작용에 의해 외부 침입 물질로 여겨지게 되고 여러 파식세포들이 디스크를 갉아 먹으면서 점차 분해 흡수되는 과정을 거치게 되어 있습니다. 

Chiu et al. "The probability of spontaneous regression of lumbar herniated disc: a systematic review." Clinical rehabilitation 29.2 (2015): 184-195.
2015년 터진 디스크의 자발적 흡수에 관한 논문입니다.


결국 우리몸의 자정작용 입니다. 


그만큼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위대하지요.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큰 딜레마에 빠집니다. 

마비가 있기 때문에 수술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마비가 있다는 것은 신경이 눌리면서 자극을 받다가 결국 신경이 지쳐 죽어버린 것인데, 

이런 경우에는 수술로 눌리는 신경을 풀어줘야 신경 손상의 진행을 막을 수 있습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환자의 마비 정도가 심하지 않은 것. 

살짝 발목과 발가락의 힘빠짐이 느껴지기는 하나 보행에 지장이 없고 이런 경우 마비가 더 진행되지만 않는다면 점차 다시 회복될 수 있습니다. 

신경이 눌리면서 기절한 신경은 눌림이 완화되면 깨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눌림의 완화, 즉 디스크 부피의 감소 이 모든 것은 우리 몸이 스스로 최대한 노력할 것 입니다. 


환자와 보호자에게 이 모든 것을 자세히 설명하였습니다. 

의사는 수술의 장단점, 비수술의 장단점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해야 하고 환자는 병을 정확히 인지하고 완벽히 이해해야 합니다. 치료 전 이런 과정이 선행되어야 예측되는 결과에 따라 의사를 신뢰하고 치료를 따라 올 수 있습니다. 


- 0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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