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대한 생각
부정 父情
나는 21살의 성인 나이에 바지에다 똥을 싼 적 있다. 쉬지 않고 서서 11시간 동안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월급을 타서 집에 걸어오는 길이었다.
일하는 내내 똥이 마려웠는데 하필 술에 취한 아저씨의 ‘요즘 젊은이들은 버르장머리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어드리다 도저히 “아저씨 제가 너무 똥이 마려워요.”라는 말을 못 하겠다 싶어 참다 참다 끝내 집 현관 앞에서 똥이 터져 나오는 것을 막지 못했다. 현관 문고리를 부여잡다가 바지 발목 아래로 흘러내리려는 똥을 감싸 집에 들어오니 밤 12시가 넘어있었다.
국물이 현관부터 화장실까지 바닥에 뚝뚝 떨어졌고, 나는 미련하게도 21살 나이에 똥 싼 바지를 욕실에 벗어놓고 빨래를 시작했다. 그때 아버지가 일을 마치시고 집에 오셨는데 “아이고 이게 무신 냄새고.~” 하시며 화장실 문을 여셨다.
나는 머릴 긁적거리며 자초지종 설명드렸는데 아버지는 “그럴 땐 아무리 어른이라도 먼저 가보겠다고 해도 된다.”하시며 내 바지를 손빨래해주셨다.
내가 가진 육신의 아버지 경험은 일관된, 무한정의 사랑이다. 그 신뢰감은 하늘에 계신 아버지 보다도 더 충만하다. 21살에 똥 싼 아들 바지를 씻어주시던 아버지. 그게 이맘때여서 종종 생각난다. 무더운 여름이라 특히 똥내가 더 심했던 기억이다.
내가 보고 배운 사랑은 짙다.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